학문적인 기여의 차원에서, 본 연구는 기술과학, 사회, 문화와 관련된 유관 학문분야로 높은 확장 가능성을 갖는다. 특히, 본 연구는 생명권과 관련하여 앞으로 전개될 복지국가와 몸의 정치 또는 생명정치의 영역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한 함의를 가질 것이다. 장기를 ...
학문적인 기여의 차원에서, 본 연구는 기술과학, 사회, 문화와 관련된 유관 학문분야로 높은 확장 가능성을 갖는다. 특히, 본 연구는 생명권과 관련하여 앞으로 전개될 복지국가와 몸의 정치 또는 생명정치의 영역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한 함의를 가질 것이다. 장기를 둘러싼 논쟁은, 의료(기술 및 재화)를 둘러싼 분배적 정의, 이를 실현해야 하는 국가 제도에 대한 신뢰, 또한 미시적인 개인들의 사회적, 문화적 습속이 향후 한국사회의 복지국가와 생명정치를 어떻게 구성되어 나갈지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미의 기술과학의 발전이 현재 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습속과 조응하며 어떤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또는 역으로 기술진보로 예상되었던 사회적 변화가 발생하지 못하는 원인을 규명하는 등 과학기술의 진보 및 도입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주제들로 확장될 수 있다.
사회적 기여의 차원에서, 본 연구과제는 한국의 장기의 기증-이식을 둘러싼 관행들, 법제도들의 문제를 개선해나가는데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의 문제가 되는 장기이식법의 문제들 단기적으로 기증자의 인센티브를 고안하거나 교육, 홍보를 통해 이타주의에 호소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호혜성과 이타주의에 터한 장기기증이 활성화된다 해도, 유족의 장기기증 반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현재의 가족중심적인 법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기증희망자의 호혜성은 계속 낭비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으로 이어진다. 물론 이러한 법 제도의 설계 이면에는, 가족 내부의 역학은 본질적으로 공적 영역이 호혜성에 대한 규범적 요구라는 미명하에 개입할 수 없는 사적 영역이며, 그래서 가족의 내부적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또 다른 가족주의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주의는 장기이식법에서 가/유족의 동의 규정이 삭제되지 못하게 저항하는 하나의 사회적 힘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 연구과제는 한국인의 사회적, 문화적 습속으로서 엄연히 존재하는 가족주의가 법제도, 가족현실, 의료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향후 장기이식과 관련된 제도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지, 즉 기증자 개인의 호혜성이 낭비되지 않으면서도 가족의 결정과 가족 현실이 존중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료과정에서 가족적 실천이 생성, 강화되는 과정에서 의료전문가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단순히 법의 개선,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는 단순한 해결책 외에도, 지식권력을 가진 전문가집단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