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구자는 17세기 말엽의 프랑스문학에서, 가톨릭교회의 교리상의 절대 보편주의, 루이14세의 정치적 절대주의 그리고 ‘과학혁명’에 따른 과학적 진리의 절대주의에 대응하는 상대주의적 세계관의 형성에 주목하고, 퐁트넬의 문학작품, <세계의 복수성에 관한 대화>에 ...
본연구자는 17세기 말엽의 프랑스문학에서, 가톨릭교회의 교리상의 절대 보편주의, 루이14세의 정치적 절대주의 그리고 ‘과학혁명’에 따른 과학적 진리의 절대주의에 대응하는 상대주의적 세계관의 형성에 주목하고, 퐁트넬의 문학작품, <세계의 복수성에 관한 대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본연구자가 위의 문학작품과 관련하여 이러한 연구 전망을 갖게 된 것에는 크게 세 가지 역사적인 배경과 관련된 질문들이 있었다. 1. 사회적 맥락. <세계의 복수성에 관한 대화>는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을 토대로 새롭게 발견된 우주세계를 대중에게 알리려는 의도에서 탄생된 문학작품으로, 퐁트넬은 살롱문화를 연상시키는 후작부인과의 6회에 걸친 저녁 대화를 통해 독자를 상상적 우주여행으로 초대함으로써 오락적이고도 교육적인 효과를 노린다. 1686년에 첫 5회의 대화가, 그리고 이듬해인 1687년에 마지막 6회째 대화가 추가되어 再版이 발행된 이 책은 1703년에 이미 11판이 발행되었고 작자의 생전에만 33판이 발행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었다. 유일무이성의 보편주의를 표방하는 가톨릭교회와 결탁하며 왕권신수설을 내세운 ‘태양왕’의 절대왕정의 기세가 절정에 이르렀던 시절에, 우주에는 여러 개의 태양이 존재한다는 ‘세계의 복수성’의 관점이 커다란 독자층을 공개적으로 확보하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 작품의 독서를 통해, 퐁트넬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프랑스인들이, 과학적 진보와 발맞추며 힘을 얻게 된 새로운 우주공간의 인식에 얼마나 동의하였는지, 더 나아가 그들에게 있어서 세계관이 어떤 방식으로 상상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 과학사적 맥락. 퐁트넬(1657~1757)은 17세기 중반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정확히 한 세기를 살다간 인물로, 당대의 새로운 과학 지식을 대중에게 보급한 자로서, 그리고 과학사라는 새로운 역사기술의 영역을 창시한 철학자로서 후대에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당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확고한 데카르트주의자라는 명성도 함께 얻어왔다. 문제는 이 작품이 처음으로 출판된 이듬해인 1687년에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함으로써, 퐁트넬의 작품 속에서 우주의 생성과 운동의 원리처럼 소개되는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이론’이 유효성을 상실해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퐁트넬은 추후에 이 책의 부분적인 수정을 꾀하였다고는 하나, 데카르트의 이론은 끝까지 철회하지 않았으며, 뉴턴의 이론을 추후에 첨가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문제의 이론이 과학적 오류로 밝혀진 현실이 퐁트넬의 대화의 지속적인 성공에도, 퐁트넬의 생각에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처럼 이 책에 대한 그 시대 프랑스인들의 선호가 뉴턴 이론의 과학적인 가치와는 별개로 유지되었다면, 우리는 과학연구의 범주를 벗어나는 다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문학연구자에게 주된 관심사는 과학연구의 범주 내에서 벌어졌을 논의가 아니라 당연, 그 시대 프랑스인들의 상상적 측면에 접근하는 일이며, 이 연구에서는 퐁트넬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시대의 수많은 독자들의 내면에 작용하였을 이 책의 상상적인 효과까지도 짐작해보는 것이다. 3. 사상적 맥락. 신구논쟁에서 절친한 친구로서 페로를 옹호했던 퐁트넬은 진보주의사관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추종하였던 데카르트는 세계의 무한성에 관하여 상당히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였었고, 이것은 ‘세계의 복수성’의 바탕에 깔린 ‘우주의 무한성’의 관념과 배치된다. 퐁트넬이 이 점을 간과했다는 사실이 본연구자의 생각을 뒷받침해준다. 퐁트넬이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이론’을 자신의 문학작품 속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애초부터 과학적 진리 여부와는 무관하게 ‘태양중심설’을 바탕으로 자신이 상상하는 우주세계의 비전을 그리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고 해석할 수는 없을까 ? 이상의 검토를 통하여, 본연구자는 ‘세계의 복수성’, ‘상대주의적 세계관’ 그리고 ‘소용돌이 이론’이 퐁트넬의 우주 공간의 상상 속에 가져올 의미효과를 살펴볼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여기에 대화의 대대적인 성공과 그 시대 독자들의 ‘상상세계’를 연결시켜볼 것이다. 그리고 퐁트넬의 작품 속에서, 따라서 그 시대 프랑스인들의 상상 세계 속에서, ‘세계의 복수성’이라는 상대주의적 세계관과 관련하여 데카르트의 <소용돌이 이론>이 어떤 형상으로 나타나며, 또 그 시대 프랑스인들의 상상세계 속에서 어떤 의미작용을 하였는지 살펴볼 것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퐁트넬의 작품에 관한 연구인 동시에, 독자의 차원에서 독서 효과로서 그 시대 프랑스인들에게 발휘되었을 의미효과, 혹은 그 시대의 상상세계에 관한 연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