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金庸의 무협소설을 중심으로 남성 중심의 세계관이 무협소설 서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무협소설은 俠義精神과 武功을 지닌 俠이 江湖에 출현하여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구제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서사로 이루어진 문학 장르이다. ...
본 연구는 金庸의 무협소설을 중심으로 남성 중심의 세계관이 무협소설 서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무협소설은 俠義精神과 武功을 지닌 俠이 江湖에 출현하여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구제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서사로 이루어진 문학 장르이다. 이때 협은 영웅의 출현을 갈망하는 대중의 심리적인 바람을 상징하는 형상이 되며, 대중이 무협소설을 대하는 주요한 이유 또한 협에 의해 강호의 불평등이 해소되고 正義가 실현되는 서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대중의 바람은 묘사된 강호의 세계가 무공과 협의정신을 강조하는 남성적인 성격을 지닌 문학 장르로 발전하게 하였다. 劉若愚는 협의 특성 가운데 남녀 간의 감정보다는 강호의 사건 해결을 중시하는 利他主義적인 성격을 언급하면서 서양의 기사가 여성에게 정성을 다해 애정을 표현하는 이상적인 연인으로 비춰지는 반면, 중국의 협은 대부분이 여성에 대해 무정하게 그려진다고까지 하였다.(≪中國之俠≫, 三聯書店, 1991) 비록 唐 傳奇 이래 현대무협소설까지 紅線, 謝小娥, 聶隱娘 그리고 黃蓉, 小龍女, 阿紫 등과 같이 비교적 선명한 형상과 개성을 지닌 女俠들이 줄곧 묘사되고 있지만, 이들 女俠이 전체 무협소설 서사의 주류를 형성했다고는 할 수 없으며, 단지 제한적으로 시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여협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들 여협이 서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 男性俠에 비해 떨어지거나 혹은 남성을 위한 단순 조력자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장르의 이러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강호세계의 다른 일면, 혹은 변화를 추구하는 시도 또한 있었다. 陳平原은 무협소설의 강호세계가 순수한 남성의 세계를 그렸다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았는데, 그는 危難에서 여성을 구하지만 보답을 바라지 않는 것은 俠의 본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였고, 무협소설에서 영웅이 가정을 이루는 것을 보더라도 전통의 一夫多妻와는 달리 一夫一妻를 고수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협은 무공에 의지해 강호에서 行俠하기 때문에 그들이 여성을 멀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무공을 전수한 문파의 규율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하였다.(≪千古文人俠客夢≫, 新世界出版社, 2002) 말하자면, 무협소설의 강호세계는 전통 관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지만, 순전히 전통의 남성중심의 세계관만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도덕질서를 가진 사회를 건설했다고 할 수 있다. 金庸 또한 “사회의 禮法習俗이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구속하는 것을 묘사하려고 하였고, 이 禮法習俗은 한시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존재하고 있을 때는 거대한 사회적 역량을 갖게 된다”(≪神雕俠侶․後記≫)라고 하면서 창작 과정에서 현대적 관념의 수용을 두고 시종 新舊 관념의 충돌이 있었음을 고백하였다. 작가의 언급처럼 무협소설의 강호세계는 고대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고대 사회의 禮法習俗은 강호인들의 행위에 구속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고대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무협소설에 남성중심의 세계관은 물론 전통 관념의 수용은 당연한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정치와 경제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이 재조명되기를 요구받고 있는 오늘날, 무협소설 역시 남성중심의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강호세계의 기계적인 윤리규범 또한 마찬가지로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대무협소설에서 여성은 이전 시기 무협소설에서 묘사되었던 어머니와 아내, 혹은 연인 등 男性俠을 위한 단순한 조력자의 형상에만 머무르지 않았고,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남성과 동등한 비중으로 묘사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문학작품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변화 발전하지 못한다면, 그 문학 장르는 결국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본 연구는 현대무협소설이 장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어떠한 변화를 추구하였는지에 대한 탐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