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인들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족주의, 연고주의, 민족주의, 애국주의, 온정주의, 대세주의 등의 용어들은 모두 한국인의 집단주의적 특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또 한국인들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라고 일컬어지는 정, 체면, 눈치, 냄비근성 ...
우리는 한국인들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족주의, 연고주의, 민족주의, 애국주의, 온정주의, 대세주의 등의 용어들은 모두 한국인의 집단주의적 특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또 한국인들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라고 일컬어지는 정, 체면, 눈치, 냄비근성, 동조, 의리 등의 개념에는 모두 한국인의 집단주의적인 특성이 내포되어 있다. 한국인의 집단주의적인 특성은 사회 현상 속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금모으기 운동, 붉은악마 응원,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 등은 한국인의 집단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촛불시위와 태극기시위는 한국인의 집단주의적 성향이 반영된 최근의 사회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자들은 한국인들이 정말 집단주의적이냐? 라는 질문을 던지며 한국인이 집단주의적이라는 명제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의 집단적 성향을 일반적인 ‘집단주의’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결과에서, 한국인들은 집단의 목표를 위해 개인의 목표를 희생하기보다는 개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집단을 이용하는 경향을 보이며, 집단 내 구성원들 간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기보다는 자신과 집단 구성원들 간에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집단의 규범을 따르기 보다는 상황과 감정, 편의에 따라 다른 규범적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 규범주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의 집단주의가 가지는 이와 같은 독특함은 한국인의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 행위에서도 발견된다. 한국인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와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일관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집단주의자들의 성향을 나타내어 미국인들에 비해 간적접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선호했고, 덜 논쟁적이었으며, 커뮤니케이션 회피 성향도 강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한국인들이 훨씬 더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고, 언어적 공격성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인들의 갈등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연구했던 선행연구에서도 한국인들의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일관적이지 않다고 보고되고 있다. 일반적인 집단주의자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no’는 말을 상대방에게 스스럼없이 하기도 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이해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경우 매우 완강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상대가 연민의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돌변하여 엄청난 융통성을 발휘하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들의 커뮤니케이션 행위는 일반적인 집단주의자들의 특징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한국인들의 집단주의가 서양의 집단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차원과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때로는 의사소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한국인들의 집단주의와 커뮤니케이션 행위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 중요한 이유 한 가지는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 ‘우리’의 개념을 측정할 수 있는 항목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기존의 척도는 한국인의 집단주의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차원을 포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며, 특히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진다. 예를 들어,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보여진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와 같이, 사회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나타나는 집단주의를 설명할 수 있는 ‘우리’ 척도의 개발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진다. 첫째, 한국인들의 집단주의 정서, 즉 ‘우리’의 개념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항목을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우리’를 개념화하고자 한다. 둘째, 이렇게 개발된 ‘우리’ 개념이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다. 구체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 논쟁성/언어적 공격성, 갈등 커뮤니케이션 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검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