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경제 변동과 인구 변동에 대한 통합적 시각에 기반하여 경제적 불평등과 인구학적 변화가 가족 동학을 통해 매개되는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주요 연구 내용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1세대(커플), 2세대(부모-자녀), 3세대(조부모- ...
본 연구는 경제 변동과 인구 변동에 대한 통합적 시각에 기반하여 경제적 불평등과 인구학적 변화가 가족 동학을 통해 매개되는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주요 연구 내용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1세대(커플), 2세대(부모-자녀), 3세대(조부모-부모-자녀) 관계에 대한 개인 수준의 양적, 질적 자료를 체계적, 포괄적으로 수집하고, 결혼, 양육, 증여에서 나타나는 인구 행동의 계층화된 양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생산영역(경제)의 변동과 재생산영역(인구)의 변동이 가족 동학이라는 미시적 기제를 통해 매개되는 과정을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이후 20년, 한국사회에서는 두 가지 되돌릴 수 없는 사회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하나는 급격하게 증가한 경제적 불평등이고, 다른 하나는 초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학적 변동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불평등과 인구학적 변화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변화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추후 어떤 변화가 기대되는지, 그에 따른 정책적 대안은 무엇인지는 알려진 바 없다. 한국사회는 서구와 달리 인구학적 행동이 계층별로 완전히 분화된 것은 아니다. 전계층에 걸쳐 높은 교육열을 유지하고 있으며, 출산율도 계층별로 분화되기 보다는 전계층에서 동일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인구학적 행동의 계층별 분화가 진행되지 않은 영역이 있는 반면, 계층별 분화가 의심되는 영역도 존재한다. 특히 사회경제적 하층에서 제도로서의 결혼의 안정성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적 불평등이 단순히 개인의 생활조건의 차이를 낳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배우자 선택, 출산 결정, 자녀 양육 방식, 거주지 선택, 가족 간 경제적, 정서적 교환 등 인구학적 행동 및 가족생활 전반에서의 계층적 차이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인구 행동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인구동학의 변화가 경제적 불평등의 동학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예컨대 평균수명의 연장, 저출산에 따른 인구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자녀세대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상속 대신 증여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는데, 이는 다세대 간 사적 이전 관계에서의 계층 격차를 증가시키고 세대 간 사회이동의 동학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경제 변동과 인구 변동이 점점 밀접하게 연동되어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존 연구들에서 불평등연구와 인구학적 연구가 학제 간 분리되어 이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려는 시도들은 매우 드물다. 본 연구는 경제적 불평등과 인구학적 변동이 가족 동학이라는 개인 수준의 미시적 기제를 통해 어떻게 매개되어 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는 경제적 변동과 함께 인구 변동이 동시에 진행될 때 1세대 관계(결혼), 2세대 관계(양육), 3세대 관계(증여)에서 나타나는 가족 동학의 패턴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주목한다. 결혼, 양육, 증여를 둘러싼 가족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 양태의 변화는 다시 경제적 불평등과 인구 변동이 일어나는 동학을 변화시키면서 궁극적으로 인구와 경제가 연동되는 경향성을 심화시킨다.
본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첫째는 개인 간 관계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경제 변동-인구 변동을 연계하는 연구가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미시적 수준에서 연애, 결혼, 출산, 이혼, 재혼, 자녀양육, 교육, 부양, 상속, 가족 내 사적 이전 등 인구 행동의 계층화된 양상에 대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정보가 부재한 데 있다. 본 연구는 3년에 걸쳐 커플, 부모-자녀, 조부모-부모 -자녀 관계의 다양한 측면에서 개인 간 관계맺기의 양상들에 대한 양적자료와 질적 자료를 수집하고자 한다.
둘째는 불평등과 인구학적 변동에 관한 통합적 이론화 및 실증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다. 핵심적인 연구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경제적 불평등과 저출산, 고령화가 동시에 심화될 때 결혼, 양육, 증여를 중심으로 한 가족동학은 어떻게 변화하며 어떠한 형태로 계층화되는가? 가족동학의 변화는 불평등의 양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한국에서 개인들의 생애과정이 보이는 규칙성, 즉 한국 생애과정체제(life course regime)의 특성은 무엇인가? 이러한 연구 질문들을 탐구하면서 본 연구는 갈수록 밀접하게 상호 연동하는 인구와 경제의 매개 기제로서의 가족 동학의 중요성을 드러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