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용하는 ‘한문’이라는 것은 포괄하는 스펙트럼이 넓어서 중국의 상고, 중고, 근대중국어시기의 어휘나 음운, 문법 등 중국어사를 연구하는데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본고에서 논하고 있는 ‘去’와 ‘往’은 현대한자음으로 각각 ‘갈 거’와 ‘갈 왕 ...
한국에서 사용하는 ‘한문’이라는 것은 포괄하는 스펙트럼이 넓어서 중국의 상고, 중고, 근대중국어시기의 어휘나 음운, 문법 등 중국어사를 연구하는데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본고에서 논하고 있는 ‘去’와 ‘往’은 현대한자음으로 각각 ‘갈 거’와 ‘갈 왕, 향할 왕’이다. 일례로 조선 중기의 학자 홍만종(洪萬宗:1642~1725)의 『旬五志(순오지)』에 보면 ‘三日之程, 一日往; 十日臥’라는 구절이 있다. 이 문장은 ‘삼일 가야할 길을 하루에 가고 열흘 눕는다’라는 의미의 속담으로, 문장 내 ‘往’은 ‘가다’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현대중국어를 학습한 사람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국어 ‘가다’라는 의미와 대응되는 중국어 표현에 대부분 동사 ‘去’를 사용하여 문장을 구성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문을 학습한 학습자의 경우 ‘가다’라는 표현과 대응되는 한자로 ‘往來(왕래: 오고 가고 함)’, ‘往復(왕복: 어떤 곳을 갔다가 돌아옴)’, ‘來往(내왕: 사람이나 차가 오고감)’ 등의 표현에 더 익숙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汉文에서 ‘往’과 ‘去’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중국어에서 ‘往’과 ‘去’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현대중국어에서 ‘去’와 ‘往’은 이동을 나타내는 이동 동사에 속한다. 현대중국어에서 이동 동사 ‘去’는 크게 ‘去1 (이동하여 가다)’와 ‘去2 (떠나다)’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현대중국어에서 이동 동사 ‘往’은 크게 ‘往1 (가다)’와 ‘往2 (향해가다)’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현대중국어에서 ‘往’은 상술한 이동 동사로 사용되는 것 외에 전치사로서 ‘향하여’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몇몇 학자의 글을 통해 상고, 중고중국어시기 ‘去’와 ‘往’에 대한 출현 배경 및 그 과정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근대중국어시기에 어떠한 변화로 인해 현재 현대중국어에서 ‘去’와 ‘往’의 역할이 확연히 나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은 찾기 어렵다. ‘去’와 ‘往’에 관한 전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공시적 연구뿐만 아니라, 통시적 연구 또한 중요한데, 근대중국어시기 동사 ‘去’와 ‘往’에 대한 연구 역시 그 성과는 상당히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상고, 중고중국어와 현대중국어의 교량 역할을 하는 근대중국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자료를 통해 우리는 ‘去’와 ‘往’의 전체적으로 변화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는 근대중국어시기 ‘去’와 ‘往’에 대한 분석을 통해 통시적인 변천과정의 면모를 확인하는데 의의를 둔다. 연구에 앞서 본고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 대상의 시기 및 언어텍스트의 양이 방대하므로 1차와 2차로 나누어 분석할 것이며, 먼저 1차 연구로 晚唐五代(923AD-960AD)와 宋代(960AD-1279AD)의 자료만을 가지고 본고를 구성하고자 한다. 분석에 사용될 언어텍스트는 언어 연구에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신빙성이 있는 자료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晚唐五代의 『敦煌变文校注』와 『祖堂集』, 宋代의 『朱子语类』(七卷-八卷)와 『三朝北盟会编』을 연구대상으로 하고자 한다.
먼저 분석하려는 언어텍스트 안에 해당 대상이 얼마나 출현했는지를 알아보는 정량분석(定量分析, quantitative analysis)과 정량분석을 통해 나온 결과를 가지고 실제 문법적인 기능과 그 특징은 어떠한지에 대해 알아보는 정성분석(定性分析, qualitative analysis)을 사용하도록 한다. 또한, 정량분석과 정성분석을 통해 분류한 ‘往’과 ‘去’의 구조적 특징 및 ‘往’과 ‘去’와 결합되는 ‘NP’성분과 ‘VP’성분의 특징은 어떠한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언어텍스트의 분석을 통해 ‘去’와 ‘往’의 사용 현황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분류기준은 ‘往’, ‘去’, ‘往+NP’, ‘去+NP’, ‘往+VP’, ‘去+VP’, ‘VP+往’, ‘VP+去’ 여덟 가지이다.
본 연구는 기존 학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하여 근대중국어시기 ‘去’과 ‘往’의 사용상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들의 통시적인 변천과정의 면모를 확인하는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의 결론을 통해 ‘往’과 ‘去’의 출현 초기의 모습과 중고중국어시기, 근대중국어시기를 거쳐 현대중국어에서 어떠한 변화과정이 있었는지 보다 명확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