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우리 연극이론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하에 이루어졌었던 포스트모던 연극에 대한 반성으로서 단순히 ‘전시적’이거나 “대안없는 해체”로 향하는 연극텍스트(공연, 희곡)들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졌다. 파트리스 파비스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미학』에 실려 ...
2011년부터 우리 연극이론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하에 이루어졌었던 포스트모던 연극에 대한 반성으로서 단순히 ‘전시적’이거나 “대안없는 해체”로 향하는 연극텍스트(공연, 희곡)들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졌다. 파트리스 파비스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미학』에 실려있는 자신의 글, 「포스트드라마 연극에 관한 고찰들」에서. 한스-티스 레만의 “포스트드라마 연극”은 포스트모던 연극이론을 그 개념적 토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포스트모던 연극이 반성되는 지금, 포스트드라마 연극에 대한 반성 역시 요구된다고 하면서 포스트모던 연극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촉구하였다. 하지만, 우리 연극계에서는 포스트모던 연극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 대안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요원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포스트모던 연극의 대표적 연출가로서 90년대 후반까지 자신의 작품에서 오브제의 현전성을 드러내는데 몰두하였지만 포스트모던 예술의 한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통해 오브제를 너머 ‘새로운’ 연출 작업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Romeo Castellucci, 1960~ )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글쓰기’, 이미지의 ‘조작’을 통한 ‘담론적’ 글쓰기를 통해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포스트모던 연극에서 부각된 “재현의 불가능성”이라는 주장은 모든 합의 가능성을 철저히 제거하며 형상적인 것, 재현적인 것은 어느 것이든 거부하면서 모든 종류의 유사성을 배제시켰다. 그래서 포스트모던 연극/예술은 스스로를 오브제의 특성들이 초래하는 단순한 귀결, 단어들, 오브제들의 현전이 지니는 물성만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미지의 종언을 애도하고 이미지가 유래하는 다른 곳을 직접적으로 증언하는 이타성(l’altérité)의 부재를 한탄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 1940~ )는 자신의 저서, 『이미지의 운명 Le destin des Images』에서, 이미지의 종언을 애도하고 이미지가 유래하는 다른 곳을 직접적으로 증언하는 이타성의 사라짐을 한탄하는 이들은 자기동일적이어야 하는 재현적 이미지 구성을 예술의 고유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한다.(J. Rancière, Le destin des Images, p.17) 따라서 이 철학자는 사람들이 애도하는 사라진 ‘이타성’을 더 이상 이미지의 ‘기원’으로서가 아니라 이미지의 구성 자체에 관여하는 예술가의 ‘조작(l’opération)’으로 설명한다. 이 조작은 예술작품이 단순히 던져진 ‘전시’의 상태에 머무르거나 혹은 우연에 의해 작동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들을 전시하는 표면과 말을 기입하는 표면 사이의 관계”(J. Rancière, ibid., p.91)를 만들어내며 어떤 것을 예술로서 간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21세기 연극예술이 요구하는 ‘이타성’은 물질적 생산 양식 자체로부터 시작해 이미지의 시뮬라크르와의 구분을 가능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에 의해 행해진 이 ‘이타성’은 볼 수 있는 것(le visible)과 그 의미작용을 묶기도 하고 분리시키기도 하는 작용으로 기대를 낳고 어기는 조작이다. 바로 이 관점은 본 연구에서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연출 작업이 가지는 새로운 글쓰기로서 ‘담론적 연출’을 가능하게 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관점과 함께, 2000년대 이후 그는 포스트모던 연극/예술의 한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통해, 오브제를 너머 ‘새로운’ 연출 작업, 즉 이미지의 ‘담론적’ 글쓰기를 무대 위에서 실천하고 있는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작품들, <비극적 형식의 내적 자동생산 Tragedia Endogonidia, #6>(2003), <봄의 축제 Le Sacre du Printemps>(2015) 그리고 <신의 아들 얼굴의 컨셉에 관하여 Sur le concept du visage du fils de Dieu>(2013)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전시된 연극’이나 또는 ‘대안없는 해체’로부터 포스트모던 연극의 한계를 극복하며 이미지의 ‘조작’을 통해 ‘담론적 글쓰기’를 현대 연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본 연구의 목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