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물검색
유형별/분류별 연구성과물 검색
HOME ICON HOME > 연구과제 검색 > 연구과제 상세정보

연구과제 상세정보

애니미즘에서 인공지능까지: 21세기 인류학의 새로운 방법론을 위하여
From Animism To AI: For a new methodology of anthropology in the 21st century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7S1A5B5A07062266
선정년도 2017 년
연구기간 1 년 (2017년 09월 01일 ~ 2018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차은정
연구수행기관 서강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본 연구는 최근 10년간 인류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이론적인 흐름이자 방법론인 ‘존재론적 전회’(Ontological Turn)의 사상사적 계보를 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1세기 들어 인류는 서구중심의 근대적인 사고방식의 한계상황을 더욱 노골적으로 목도하고 있다. “악의 처단”을 명분으로 한 국지전쟁의 영속화, 시장경제 중심의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확장에 따른 부의 극단적인 양극화와 대량실업사태, 최근 미국대통령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선언이 상징적으로 보여준 환경파괴의 가속화, 이민자, 난민, 성소수자, 여성 등의 약자들에 대한 혐오감정의 전세계적인 확산, 테러 혹은 그 위협의 일상화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문제들이 인류사회를 엄습하고 있다. 지엽적인 해결책으로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인류학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지성인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저간의 문제의식은 ‘근대’(modern)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회의하는 데에까지 나아가고 있다.

    일찍이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브뤼노 라투르는 근대의 지식과 제도가 자연과 사회, 과학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 주체와 객체 등으로 사고의 영역을 이원화하고 비대칭적으로 파악해왔다고 주장했다(Latour 1991). ‘근대성’(modernity)을 창출한 이러한 사고방식은 서구중심의 ‘근대적인 인간’을 성찰적으로 되물어야 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인류학의 주요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존재론적 전회’는 바로 근대의 이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을 비근대의 사고방식을 통해 지양하고 미래인류의 대안적인 철학을 모색하는 학문적인 운동이다.

    ‘존재론적 전회’가 인류학계를 중심으로 일어난 이유는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이래로 인류학이 서구중심의 근대적 사고에 끊임없이 저항해왔다는 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구출신의 학자가 비서구의 세계를 서구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자신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인류학은 그 어느 학문분과보다도 서구중심주의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1980년대를 전후하여 인류학계에 일었던 포스트모더니즘(예를 들어, 조지 마커스의 ‘문화비평으로서의 인류학’)과 포스트콜로니얼리즘(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것도 인류학계였다)의 유행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비서구의 ‘타자’를 통해 서구의 ‘자아’를 그려왔던 인류학의 ‘자기성찰’(self-reflexivity)은 21세기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적어도 인류학계에서는 서구와 비서구가 전복되고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 서구중심의 근대적인 사고방식이 그 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시대적인 징후며,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의 모든 지역을 두루 섭렵한 인류학의 학문적 역량이 탈-비서구의 새로운 지식의 장을 열어준 것에 다름 아니다. ‘존재론적 전회’를 주도하는 비베이로스 데 카스트로의 말을 빌면 이러한 탈-비서구는 ‘안티나르시스’와 ‘정신의 탈식민화’로 압축된다(Viveiros de Castro 2013). 비베이로스 데 카스트로가 브라질의 ‘토종’ 인류학자이고, 최근 ‘존재론적 전회’의 한 축으로서 생태학의 탈-비서구를 이끌고 있는 에두아르도 콘이 에콰도르의 이탈리아계 유대인 이민3세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는 그들의 연구지역이 타문화가 아닌 자문화라는, 연구주체와 연구대상 간의 전도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 인류학에서 적어도 이론적으로 서구와 비서구의 경계가 점차 의미를 잃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레비-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1962년)를 출간한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야생의 사고’는 미래인류의 사고로 계승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 인류학계에서 급부상되고 있는 ‘존재론적 전회’의 주요 개념들과 논제들을 레비-스트로스 이후의 20세기 인류학의 사상사적 흐름 속에 위치 짓는 작업을 통해 본 연구자는 한국 인류학계의 이론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한국 지식계가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한다.
  • 기대효과
  • 1. 학문적인 사고와 실천적인 대안의 연계
    ‘존재론적 전회’에서 생각한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분리되지 않으며 각각의 실천 속에서 양자는 서로를 자극하고 서로를 보완한다. 즉 대학의 인문학강의는 본질적으로 장차 지식교양대중으로서 미래인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사고의 길잡이가 되어주어야 한다. 본 연구자는 그러한 의미에서 본 연구자의 학문적인 탐구가 강의의 내실로 이어지길 바래왔고 또 그렇게 힘써왔다.
    특히 본 연구자는 2016년부터 대학 강단에서 ‘존재론적 전회’의 주요 문제의식과 핵심적인 논제들을 다뤄왔으며, 학생들의 문제의식과 교차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이제 이것들을 저술 작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이제까지 본 주제로 진행해온 강의내용 및 저술예정의 학술서의 세부주제는 다음과 같다.
    ⦁‘인간’ 개념의 방법론으로서 인류학
    ⦁‘문명’(civilization)의 출현과 ‘야만’(salvage)의 반정립: 서구 합리주의(인간이성의 계몽주의)의 계보학으로서 ‘문명’을 인류사적으로 고찰하고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와 ‘인간’ 개념의 재구성(1): 서구 중심의 근대를 넘어서는 ‘야생의 사고’라는,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의 문제의식을 파악하고, 그의 친족 개념을 이해한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와 ‘인간’ 개념의 재구성(2):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토테미즘과 희생제의의 카니발리즘을 분석한다.
    ⦁‘자연’(nature)과 ‘문화’(culture)의 이분법을 넘어서(1): ‘인간중심주의’에 기초한 ‘문화’와 ‘자연’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방법론으로서 ‘다자연주의’(multi-naturalism)와 ‘퍼스펙티브주의’(perspectivism)를 이해한다.
    ⦁‘자연’(nature)과 ‘문화’(culture)의 이분법을 넘어서(2): ‘보이는 세계’(visible world)와 ‘보이지 않는 세계’(invisible world) 혹은 ‘자연’과 ‘초자연’의 경계를 넘어서는 방법론으로서 샤머니즘과 애니미즘을 이해한다.
    ⦁‘인간’과 ‘비인간’을 횡단하다: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서 ‘인간’과 ‘비인간’을 아우르는 생명-기호학의 관점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생태학을 고찰한다.
    ⦁‘인간’과 ‘사물’을 횡단하다: 주체와 객체, 정신과 신체의 이원론의 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넘어서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을 개괄적으로 고찰한다.
    ⦁인공지능의 인류학: 더 이상 지능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게 될 때, ‘인간’ 개념의 본질은 어떻게 규정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일상화된 정보사회에서 인간의 지위는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미 접어들었을지도 모를 인공지능의 정보사회를 인류학적으로 접근한다.
    ⦁자본화하는 생명과 인공 생명화하는 사회: 게놈 프로젝트 이후 인간의 생명마저 자본화의 길을 가고 있다. 그 한편으로 인공장기, 의수·의족, 페이스메이커 등의 의료기기가 점차 일반화되면서 인간의 살아있는 신체와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신체’는 이제 ‘인간’ 개념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일까?
    ⦁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인간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2. ‘인류학’과 ‘역사학’과 ‘민속학’을 횡단하는 새로운 방법론의 구상
    인류학의 방법론적 재정립을 시도하는 본 연구는 통상 연구자의 세부분과로 분류되는 ‘역사인류학’과 ‘민속학’을 횡단하는 방법론을 창출하는 데까지 이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것은 ‘신화’와 ‘역사’를 이원화하고 비대칭적으로 사고했던 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양자를 융합하는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방법론을 통해 ‘탈식민의 식민자’를 연구대상으로 타자와 기억의 신화학을 새롭게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방법론은 이제까지 인류학에서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것으로서 한국의 인류학, 역사학, 민속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본 연구가 결실을 맺도록 더욱 정진하겠다.

    3. 번역작업을 통한 새로운 지식의 소개
    ‘존재론적 전회’의 주요저서의 번역을 진행 중이다. 이미 번역 완료된 책은 하반기 출간예정이며, 또 하나의 책은 번역작업이 50%의 공정률로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출간예정이다.
    이 번역작업은 본 연구과제와 병행해서 진행될 것이며, 출간될 번역서는 본 연구자의 저서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21세기의 새로운 철학으로서 인류학이 정립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연구요약

  • ‘존재론적 전회’가 현대인류학의 주요한 흐름으로 등장하기 전까지 일반적으로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에 대한 가장 호의적인 평가는 기껏해야 ‘야생의 사고’가 서구인의 근대적인 사고와 대립하는 ‘미개한 사고’가 아니라 적어도 그것과 병치 가능한 또 다른 사고방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에서 “가장 현대적인 모습의 과학 정신은 야생의 사고가 예견해왔던 대로 야생의 사고와의 만남을 통해서 야생의 사고의 원리를 정당화하고 그 원리를 회복하는 데 공헌하여야 할 것이다.”(381-82쪽)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다.

    가장 현대적인 과학정신이 ‘야생의 사고’의 원리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이 아이러니컬한 과제는 『야생의 사고』가 세상에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서야 많은 인류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것은 레비-스트로스가 제기한 과제가 21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현실적 기반을 얻었음을 반증한다. 즉 지금 우리가 『야생의 사고』를 독해하는 방식은 궁극적으로 ‘야생의 사고’와 첨단과학이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야생의 사고’가 보여주는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어떻게 미래의 사고를 예견하는지를 새롭게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야생의 사고’에 대한 기존의 소극적인 혹은 방어적인 이해에서 적극적인 혹은 발전적인 독해로 나아가는 길이며, 이로써 인간에 대한 근대학문으로서 서구중심의 인문학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서구중심의 근대학문의 대상으로서 ‘근대적인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통상 ‘근대적인 인간’을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까지 거슬러 이해한다. 즉 자명한 명제를 찾아가는 ‘방법적 회의’ 끝에 합리적인 추론으로 사고하는 존재로서 재발견된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문제인가? 레비-스트로스의 마지막 제자이자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필리프 데스콜라는 사고의 대상이자 주어진 소여로서의 자연과 그러한 자연을 구축하는 사고의 주체로서의 문화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서양 문화에 내재된 인식론적인 특권, 즉 스스로 내린 자연의 정의가 다른 모든 문화를 가늠하는 암묵적인 기준이 되는 유일한 문화라는 특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차단하여”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환경의 특징과 그 환경에 대한 실천적인 관여의 특정한 형식”을 표상의 문제로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Descola 1996). 요컨대 ‘인간’은 추론에 의한 표상의 영역에 제한될 수 없다.

    “세계의 탈주술화”(Max Weber 1917)에 의해 근대의 지식 및 믿음체계에서 밀려난 토테미즘, 샤머니즘, 애니미즘 등의 다종다양한 우주론(cosmology)은 인간과 환경, 자연과 문화, 자연과 초자연을 결코 분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의 의식이 분리해놓은 삶(생명)과 앎(지식)을 이어 붙인다. 팀 잉골드가 논한 것과 같이, 인간종을 비롯한 지구상의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빛과 바람과 습기와 뒤섞인 삶-선들(life-lines) 속에서 대지와 결합되어왔다(Ingold 2007). 나아가 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종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출현은 ‘근대적인 인간’을 규정한 독점성과 특권성을 해체하고(destruct)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탈구축(de-construction)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본 연구는 현대인류학이 서구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서 다시금 제기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근대’가 도외시해왔던 영역에서 해명하기 위해 현대인류학의 주요 논의들을 다양한 민족지적 자료들, 특히 한국의 민속적 관념들과 더불어 검토한다.

    본 연구자는 대학에서의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이러한 작업들을 계속적으로 진행해왔으며, 앞으로 학회발표와 저서출간을 통해 학술적으로 검증받고자 하며 나아가 대중적으로도 널리 이 새로운 지적인 세계를 공유하고자 한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본 연구는 21세기 이후 인류학계를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학문운동인 ‘존재론적 전회’(Ontological Turn)의 사상사적 계보를 고찰하고, 한국 인류학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존재론적 전회’는 서구 중심의 ‘근대’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그러한 ‘근대’를 떠받치는 서구의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을 비서구의 사고방식을 통해 지양하고 미래인류학의 대안적인 철학을 모색하고 있다. ‘존재론적 전회’를 최전선에서 이끄는 브라질의 인류학자인 에두아르도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Eduardo Viveiros de Castro)는 ‘존재론적 전회’의 역사적 계기를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표상의 위기다. 카스트루는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서구 인류학에서 주체(subject)와 객체(object) 간의 민족지적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물(혹은 인간과 비인간) 간에, 다른 한편으로는 언어와 실재(혹은 개념과 대상) 간에 전제된 인식론적 틀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둘째,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의 발흥이다. 과학인류학의 선두주자인 브뤼노 라투르는 실험실의 ‘지식실천’을 통해 과학과 정치학의 불연속성을 인류학적으로 탐구하였고 그 결과 과학의 (탈)정치성이 실은 근대의 기획임을 밝혀내었다. 다시 말해 근대가 조장한 과학과 비과학의 대립은 근대성에 포섭되지 않는 비서구의 타자들을 서구로부터 배제하여 그 외부로 구획하는 ‘모델’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과학과 정치학 간의 불연속성을 탐구한 라투르의 연구는 그 즉시 또 다른 더 큰 구획, 즉 ‘우리’와 ‘그들’ 간의, 서구와 비서구 간의, 인간과 비인간 간의 구획을 흔들어 놓았다. 셋째,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전지구적 위기상황에서 촉발된 ‘시대정신’(Zeitgeist)과 공명한다. 그것은 생태적 위기와 그와 변증법적으로 얽혀있는 경제적 위기에 대응한다. 그래서 정말로 인간학중심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세계를 종말(더 정확하게는 인류 및 인류가 만든 세계의 종말)로 이끌지 모른다는 우려가 학문적인 가능성으로 검토되기 시작한다. 일례로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가 지구라는 혹성에 돌이킬 수 없는 기후지질학적 변형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로 인해 지구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어쩌면 인간이 사라질지도 모를) 지질시대에 접어들 날도 머지않았다는 의미에서 현세를 충적세 등과 동일한 지위를 갖는 인류세(anthropocene)로 지칭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제 비서구의 ‘타자’를 통해 서구 자신의 ‘자아’를 그리는 것에 안주해왔던 20세기 인류학은 21세기에 이르러 완전히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앞서 논한 것처럼 서구중심의 근대적인 사고방식이 그 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주는 시대적인 징후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의 모든 지역을 두루 섭렵한 인류학의 학문적 역량이 ‘탈-비서구’라는 새로운 지식의 장을 열어주었음을 시사한다. 카스트루의 말을 빌면 이러한 ‘탈-비서구’는 “안티 나르시스”와 “사유의 탈식민화 속 영속적인 운동”으로 압축된다(Viveiros de Castro 2009).
    2013년 출간된 에두아르도 콘의 『숲은 생각한다 How Forests Think』에서는 서구중심주의뿐만 아니라 인간중심주의까지 넘어선다. 그는 찰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의 기호학을 통해 인간의 독점적인 영역으로 간주해왔던 ‘사고’를 비인간으로 확장한다. 주지하다시피 찰스 퍼스는 반데카르트주의자로서 데카르트에 기반하는 근대철학의 사상적 전제와 문제설정을 근본적으로 비판하고, 사고란 ‘내적인 관념의 지각’이 아니라 ‘기호 혹은 언어를 연쇄적으로 창출하는 끝없는 추론과정에의 참여’로 규정함으로써 실천―‘프라그마’(pragma)―에 의한 진리추구의 방법론으로서 프래그머티즘(pragmatism)을 창안했다. 퍼스는 인간의 사고는 무한히 이어지는 기호의 연쇄과정이며 이 과정은 감각에 매개되므로 외부세계와 단절되는 코기토로서의 ‘나’에 이르는 보편적 회의주의는 ‘자기기만’(self-deception)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콘은 이러한 퍼스의 비이원론적 기호학을 비인간으로 확장하며 아마존의 숲을 ‘자기들의 생태학’으로 읽어낸다.
    자기들의 생태학에서 다자연주의(multi-naturalism)와 퍼스펙티브주의(perspectivism)는 기호의 차원에서 이해된다. 카스트루는 모든 존재가 각각의 보편적인 자연―“육체에 각인된 기질의 산물”―속에서 ‘나’의 퍼스펙티브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자신의 음식을 인간의 음식과 같이 이해한다(재규어는 피를 마니옥 술로 보며, 검은 독수리는 부패한 고기에 들끓는 구더기를 구운 물고기로 본다). 그것들은 신체적인 특성(가죽, 날개, 발톱, 주둥이 등)을 장신구나 문화적인 도구로 본다. 그것들의 사회시스템은 인간적인 제도에 따르는 방식으로 조직된다(추장, 샤먼, 반족, 의례 등)”(『식인의 형이상학』2장). 그리고 ‘나’의 퍼스펙티브는 또 다른 ‘나’에게 부분적으로 ‘타자’로 생성될 뿐이다. 그런데 콘은 ‘나’의 퍼스펙티브가 신체로 환원되지 않으며 기호에 의해 또 다른 ‘나’의 퍼스펙티브와 교차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콘은 인간과 비인간을 포괄한 자기들의 생명활동을 기호적으로 구성함으로써 비인간도 사고한다는 것을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내었다. 나아가 그는 근대에 의해 초자연의 영역으로 밀려난 주술화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복원한다. 19세기 이후 과학적 합리주의의 효과로서 전개된 “세계의 탈주술화”(Max Weber 1917)는 근대의 지식 및 믿음체계에서 토테미즘, 샤머니즘, 애니미즘 등의 보이지 않는 세계―우주론(cosmology)―의 영향력을 제거하였다. 그러나 기호의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영역 또한 실재한다. 기호의 일반성이 실재한다면, 기호를 배치하는 가능성의 제약(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의 기호적인 교차)으로서 보이지 않는 형식(form) 또한 실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21세기 이후 “세계의 재주술화”(Korn 2013)는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문화, 자연과 초자연을 결코 분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의 의식이 분리해놓은 삶(생명)과 앎(지식)을 이어 붙이고자 한다. 팀 잉골드가 논한 것과 같이, 인간종을 비롯한 지구상의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빛과 바람과 습기와 뒤섞인 삶-선들(life-lines) 속에서 대지와 결합되어왔다(Ingold 2007). 나아가 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종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출현은 이제까지 ‘근대적인 인간’을 떠받쳐온 주체의지의 독점성과 특권성을 해체하고 기호의 세계로 탈구축(de-construction)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 영문
  •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genealogy of the "Ontological Turn", an academic movement that has been centered around anthropology since the 21st century, and to explore a new methodology for presenting the vision of Korean anthropology.
    The "Ontological Turn" takes the Western-centered "modern" as reaching its limit, and seeks an alternative philosophy of futuristic anthropology through the cosmology of the non-Western. Eduardo Viveiros de Castro, a Brazilian anthropologist who leads the "Ontological Turn", suggests the three historical moments of the "Ontological Turn". First, it's the crisis of the representation. Castro argues that in the 1980s, the ethnographic boundary between subject and object became blurred in Western anthropology influenced by postmodernism, and the preconditioned epistemological framework between person and object (or human and non-human) and between language and reality (or concepts and objects) began to disintegrate. Second, the rise of the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Bruno Latour explored the discontinuities of science and politics anthropologically through the laboratory's 'knowledge practice' and found that (above) politics is a modern design. In other words, the modern-day confrontation between science and non-science is nothing more than a "model" that excludes batters from the West and compartmentalizes them outside. Therefore, Latour's research, which explored the discontinuity between science and politics, immediately shook up another larger compartment: between "we" and "them," between the West and the non-Western. Third, the 21st century resonates with the "Zeitgeist" triggered by the global crisis. It responds to the ecological crisis and its dialectically intertwined economic crisis. So concerns that really the "copernican transformation" of the human academic center may lead the world to an end (more precisely the end of the world created by mankind) begin to be examined as academic possibilities.
    Now 20th-century anthropology had taken on an entirely new task by the 21st century. This is, on the one hand, an indication of the end of life in modern Western-centered thinking, and on the other hand, suggests that the academic competence of anthropology, which has traversed all parts of the world, has opened up a new field of knowledge.
    "How Forests Think" by Eduardo Kohn published in 2013, goes beyond not only Euro-centralism but also human-centralism. Through Charles Sanders Peirce's Semiotics, he extends "thought" to non-human, which men have regarded as an exclusive domain of human. As noted, Charles Peirce, fundamentally criticizes Descartic philosophy's ideological premise and problem-setting, and defines thought as “international participation in the endless process of reasoning that creates a chain of symbols or languages" rather than "internal perception of ideas", and thus produces a method of practice by Pragma. Kohn extends this non-human semiotics into non-human and captures the Amazon forest as “ecology of selves”.
    In ecology of selves, multi-naturalism and perspectivism are understood in terms of semiotics. Castro says that every being lives on perspective of I in each universal nature-the product of an imprinted temperament on the body. And the perspective of I is only partially created as “the other” for another I. Kohn says that the perspective of I is not returned to the body and is cross-existent with another perspective of I by preference.
    Therefore, Kohn is very persuasive about the fact that non-human beings think by constructing their own life activities in semiotic process. Furthermore, he restores the invisible world that has been pushed by modern into the realm of the supernatural(Weber 1917). Developed as an effect of scientific rationalism since the 19th century it has eliminated the invisible world-cosmology of totemism, shamanism and animism in modern knowledge and belief systems. But the invisible realms of semiotics are also real. If the generality of semiotics is real, it could be said that invisible forms are also real.
    Since the 21st century, "re-enchantment of The World" (Kohn 2013) never separates humans from non-humans, nature from culture, but rather tries to connect the life and knowledge. As Tim Ingold discussed, living creatures on Earth, including human species, have been combined with the earth in life-lines mixed with light, wind and water(Ingold 2007). Furthermore, the emergence of artificial intelligence, a new species of human being beyond human beings, is calling for the dismantlement of the monopolistic and privileged nature of the subject that has supported modern humans, and deconstructing it into the semiotic worlds.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본 연구는 21세기 이후 인류학계를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학문운동인 ‘존재론적 전회’(Ontological Turn)의 사상사적 계보를 고찰하고, 한국 인류학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1세기 들어 인류는 근대세계의 한계상황을 더욱 노골적으로 목도하고 있으며, 지엽적인 자구책으로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일부 인류학자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성인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저간의 문제의식은 ‘근대’(modern)를 떠받치는 서구의 이원론적 사고박식을 근본적이고 전면적으로 재고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존재론적 전회’란 바로 이러한 서구의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을 비서구의 사고방식을 통해 지양하고 미래인류의 대안적인 철학을 모색하는 학문운동이다.
    서구의 근대학문의 대상으로서 ‘인간’이란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즉 자명한 명제를 찾아가는 ‘방법적 회의’ 끝에 합리적인 추론을 이끌어내는 존재로서 재발견된 사고의 주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사고의 대상이자 주어진 소여로서의 자연과 그러한 자연을 구축하는 사고의 주체로서의 문화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서양 문화에 내재된 인식론적인 특권, 즉 스스로 내린 자연의 정의가 다른 모든 문화를 가늠하는 암묵적인 기준이 되는 유일한 문화라는 특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차단하여”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환경의 특징과 그 환경에 대한 실천적인 관여의 특정한 형식”을 재현의 문제로 제한한다(Descola 1996).
    본 연구는 현대인류학이 서구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서 다시금 제기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근대’가 도외시해왔던 ‘비근대’의 영역에서 다시금 해명하고, 특히 현대인류학의 포스트휴먼의 관념들과 더불어 검토하였다.
    그 결과 21세기 인류사회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이상학과 보이지 않는 주술화의 영역의 도래로 특징지을 수 있으며, 20세기 서구 중심의 근대라는 에피스테메에서 밀려났던 주술의 세계는 서구 너머의 우주론(cosmology)에서 여전히 살아있으며 재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재주술화는 최근 10년간 동물권의 제기와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탈-인간중심주의의 과제와 공명하고 있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대학의 인문학 강의는 본질적으로 장차 지식교양대중으로서 미래인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삶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사고의 길잡이가 되어주어야 한다. 본 연구자 또한 본 연구자의 학문적 탐구가 대학 강의의 내실로 이어지길 바래왔고 또 그렇게 힘써왔다.
    특히 본 연구자는 2016년부터 이러저러한 대학 강의에서 ‘존재론적 전회’의 주요 문제의식과 핵심적인 논제들을 다뤄왔으며, 학생들의 문제의식과 교차적으로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학생들이 처한 현실과 고민을 녹여내어 더욱 발전시킬 생각이다.
    더불어 ‘존재론적 전회’의 주요저서의 번역서를 출간했으며, 앞으로도 번역출간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출간되었거나 출간을 앞두고 있는 번역서들은 본 연구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21세기의 새로운 철학으로서 인류학이 정립되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인류학의 방법론적 재정립을 시도하는 본 연구는 통상 본 연구자의 세부분과로 분류되는 ‘역사인류학’과 ‘민속학’을 횡단하는 방법론을 창출하는 데까지 이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은 ‘신화’와 ‘역사’를 이원화하고 비대칭적으로 사고했던 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양자를 융합하는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방법론을 통해 ‘탈식민의 식민자’를 연구대상으로 진행해왔던 타자와 기억의 신화학을 새롭게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 색인어
  • 존재론적 전회, 재주술화, 포스트휴먼, 비인간, 기호적인 우주론, 애니미즘, 인공지능
  • 연구성과물 목록
데이터를 로딩중 입니다.
데이터 이용 만족도
자료이용후 의견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