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위가 고의적으로 행해진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형사사법체계 내에서 사실인정의 핵심 영역으로 다뤄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사법연수원, 2011). 이에 법률체계를 가진 모든 국가의 형법학자들(예, 김일수, 서보학, 2008; Gardner & Manian, 1980) 및 법심 ...
어떤 행위가 고의적으로 행해진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형사사법체계 내에서 사실인정의 핵심 영역으로 다뤄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사법연수원, 2011). 이에 법률체계를 가진 모든 국가의 형법학자들(예, 김일수, 서보학, 2008; Gardner & Manian, 1980) 및 법심리학자들(예, 최승혁, 2015; Sripada, 2012)은 이러한 고의성 판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의성 판단의 핵심적인 요인들을 밝히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
대표적인 고의성 판단 모델들로는 행위 당시 행위자의 심적 상태를 강조하는 모델(예, Heider, 1958; Malle & Knobe, 1997), 행위 이후 결과적 측면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강조하는 모델(예, Alicke, 2000; Nadelhoffer, 2006), 그리고 행위 이전부터 행위자가 가지고 있는 안정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모델(예, 최승혁, 2015; Sripada, 2012)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은 고의성 판단의 핵심 요인들을 밝히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고의성 판단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기울였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고의성 판단 과정의 편향을 직접 다룬 연구는 최승혁(2015)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즉, 최승혁(2015)은 사건 당사자들의 도덕적 특성 요인이 상호작용하여 ‘범죄사건의 전형성 지각’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사건 가해자의 고의성 판단에 영향을 미침을 밝히고 있다. 고의성 판단의 실무적/학문적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고의성 판단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의성 판단의 핵심 요인들을 밝히는 연구에 더해 이러한 핵심 요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고의성 판단에 이르는 지, 그 판단 과정에 오류나 편향이 개입될 여지는 없는지를 밝히는 연구가 필수적일 것이다.
비록 고의성 판단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형사사법 판단의 연구영역에서는 심리학 연구들에서 밝혀진 인지적 편향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어 왔다(예, 김상준, 2013; 김청택, 최인철, 2010; 박광배, 김상준, 한미영, 2005; Findley & Scott, 2006; Kassin, Dror, & Kukucka, 2013). 특히, 이러한 인지적 편향들 중, 확증 편향은 수사과정에서부터 재판과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강력한 판단오류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예, 김상준, 2013; Kassin et al., 2013). 대표적으로, 김상준(2013)은 한국의 2심법원에서 파기자판된 1심 법원과 수사기관의 사건 분석을 바탕으로 형사사법관계자들이 확증편향으로 인한 터널비전에 빠져 오판을 내리고 있음을 밝히고 있고, Kassin 등(2013) 또한 수사기관과 법원이 확증편향으로 인해 그 판단을 그르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형사사법 판단, 특히 유ㆍ무죄 판단의 영역에서 만연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발생하고 있는 확증편향은 유ㆍ무죄 판단의 기반이 되는 고의성 판단에 있어서도 강력하게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앞서 기술한 것처럼, 고의성 판단 연구 영역에서는 그 판단의 핵심 요인들을 밝히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아직까지는 고의성 판단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 특히 확증편향을 밝힌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형사사법판단에서 중요한 사실인정의 기초가 되는 고의성 판단에서 확증편향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러한 확증편향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요인들은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계획되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최승혁(2015)의 연구에서 제안되었던 범죄사건에 대한 고정관념 요인과 행위 이후의 결과적 측면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강조했던 Nadelhoffer(2006)의 연구를 통해 추론 가능한 범죄피해의 심각성 요인이 고의성 판단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특히 확증 편향이 이러한 판단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는 형사사건의 고의성 판단 요인을 밝히는 것을 넘어서 그 판단 과정을 보다 온전히 설명함으로써 형사재판의 궁극적 목표인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