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꿈’을 선포하며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중국에서는 중국의 지나온 경로를 해석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형성되었다. 이러한 논의는 ‘중국서사’라 부를 수 있다. ‘중국서사’란 중국의 길에 대한 개별 전략과 다른 차원에서 중국의 길을 역사, 철 ...
‘중국의 꿈’을 선포하며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중국에서는 중국의 지나온 경로를 해석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형성되었다. 이러한 논의는 ‘중국서사’라 부를 수 있다. ‘중국서사’란 중국의 길에 대한 개별 전략과 다른 차원에서 중국의 길을 역사, 철학적으로 해석해서 이념화, 사상화하는 제반 논의를 지칭한다.
중국서사는 중국이 세계 강국으로 부상한 현재 중국의 세계질서 구상과 필연적으로 연관된다. 중국의 새로운 세계질서 구상은 '세계몽'으로 표현되었다. 중국의 ‘세계몽(世界夢)’, 즉 중국이 구상하는 세계질서다. 세계몽 담론은 2008년 이후 중국과 세계의 관계의 질적 변화를 중국 지식인이 감지하면서 등장했다. 세계몽의 핵심은 서양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학습하고 참여했던 중국이 세계질서를 재구축하고 새로운 세계정신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 정치유학 논자인 추펑(秋風)은 ‘세계사의 중국 시각(時刻)’이라는 명제를 제시하고 중국의 문명적 책임, 자신감을 호소한다. 중국시각의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보완적 서술이 등장한다. 여기서는 중국만의 고유성, 서양의 문명에 대한 단순한 대체가 아닌 보편적으로 ‘좋은’ 정치, 경제적 체제 형성이 중국시각의 성취방향으로 제기된다. 이러한 주장은 새로운 세계체제를 주도해야 한다는 ‘신주기론’과 같은 맥락에 있다. 또한 역사주의에 대항해서 보편 문명론을 주장한 쉬지린(許紀霖)도 ‘중국시각’이 새롭고 더 나은 보편문명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존에 유학, 자유주의, 신좌파 등 서로 다른 사상 유파로 분류되던 지식인이 세계몽이라는 주제로 수렴되어 협력적 논의를 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중국의 사상 담론이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지형을 형성하고 논의를 진행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가를 넘어서는 지역을 경영했던 경험도 세계몽에 기여한다. 대표적인 개념이 천하다. 천하는 중국지식인이 전근대 중국의 통치시스템에 대한 주목, 도덕주의적 지향과 해석이 투영되어 중국의 진로 및 새로운 세계질서의 표상으로 제기되었다. 천하 담론에는 역사적 기억, 현재 세계질서에 대한 해석, 미래의 가치와 질서에 대한 지향이 맞물려 있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에도 지속, 재생산되고 있다. 특히 추펑, 간춘쑹(干春松) 등 중국철학 연구자를 중심으로 천하 담론이 제기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쉬지린 등이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천하를 새롭고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등장했다. 본 연구에서는 이 점에 주목해서 천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지형을 파악하고 이를 역사적 기억에 근거한 세계질서 구상의 사례로 설명한다.
세계담론 배후에는 중국서사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서 중국서사는 중국 자신에 대한 재인식인 동시에 향후 중국이 갖추어야 할 상을 논하고 있다. 중국서사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고대 문명사부터 근대의 경험, 사회주의 시기의 경험, 개혁개방 40년의 경험이 포괄적으로 다루어진다. 중국서사에서는 거쳐온 길 전반을 성찰하고 그 토대 위에서 새롭게 형성해야 할 중국의 상을 구상하고 있었다. 이는 ‘중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현재적 해답이라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중국사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재발견과 의미부여가 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고대 문명에 관심을 둔 문명국가론, 천하체제론, 청대 다민족/다문화 통치체제를 재해석한 트랜스시스템사회론, 5.4 100주년 기념 연구, 전통시대․사회주의․개혁개방 시대를 아우르려는 새로운 시대의 통삼동, 개혁개방 40년 성찰 등을 통해 진행된다. 또한 논의주제도 정치체제 구성, 문화건설, 경제체제, 사회주체 형성, 산업정책 등 다채로운 양상을 띤다. 따라서 중국서사는 새로운 국가적 지향과 시대적 요청에 따른 전면적인 중국재구성 작업이라 정의할 수 있다. 중국서사의 주된 논리는 기존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한 비전 제시에 있다. 여기에서 고대의 천하에 대한 기억은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 문명의 기억은 보편성 구축의 동력, 트랜스시스템 사회론은 문화중심의 체제 구축과 다원성 보장, 대중노선의 기억은 근대 대의제를 넘어선 정치체제 구축, 사회주의 경험은 대안체제로서의 매력을 지닌 새로운 중국의 소프트파워 형성, 개혁개방 시기에 대한 성찰은 신자유주의도 구사회주의도 아닌 새로운 지향을 지닌 세계질서를 주도할 체제구축의 자원으로 각각 제기된다. 이러한 역사적 기억에 대한 재조명은 논의의 주제이면서 중국서사의 새로운 비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슈위안 기금회에서 제기한 ‘사회주의3.0’ 등이 그 사례다.
중국서사는 중국의 재인식을 통한 비전창출을 목표로 적극 구성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 관찰과 객관적 파악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