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세계」는 ‘특집’ 형태의 고정란으로서, 이 고정란은 27호(55.10)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161호(66.9)까지 유지되었다(폐간호는 205호(70.5)). 이 고정란은 18호부터 26호(55.9)까지 유지된 「내외전망」과 관련이 있다. ‘움직이는 세계’라는 명칭은 26호에서 처 ...
「움직이는 세계」는 ‘특집’ 형태의 고정란으로서, 이 고정란은 27호(55.10)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161호(66.9)까지 유지되었다(폐간호는 205호(70.5)). 이 고정란은 18호부터 26호(55.9)까지 유지된 「내외전망」과 관련이 있다. ‘움직이는 세계’라는 명칭은 26호에서 처음 드러나지만, 이때는 「내외전망」이란 고정란의 하부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던 것이 27호부터 「움직이는 세계」라는 고정란이 별도로 생기면서 ‘내외전망’의 기사들이 「움직이는 세계」의 하부에 위치되고 「내외전망」이란 고정란은 없어진다. 「내외전망」에서는 ‘정치’ 기사만 한정해 소개하였는데, 국내 정치도 다루었다. 「해외문화ㆍ단평」「천지인」 등은 별도의 고정란으로 배치하였다. 「움직이는 세계」는 이들을 모두 통합하여, 해외문화, 단평, 문학, 천지인, 과학 등을 모두 포함하는 큰 규모의 고정란이 된다. 「문학」란이 별도로 있음에도 이 곳에서 작가나 소설을 다루는 경우도 있었다(36호,51호,52호 등). 매달 최소 2건 이상 최대 14건의 세계 기사를 다루었으며, 월남전 패망 직후인 66년 경 그 자취를 감추게 된다.
‘움직이는 세계’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이 고정란은 ‘세계’를 고정된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즉 트랜스내셔널/로컬 및 리저널리즘의 관계를 유동적인 것으로 본다는 전제를 함유하고 있다.
「움직이는 세계」란의 가장 큰 특징은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들을 매우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기자들이 ‘보고’한다는 점에서 일정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잡지에 수록된 학술논문ㆍ기행문 등과 달리 ‘세계사적 동시성’과 ‘구체성’이 「움직이는 세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점은 잡지 내 다른 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분이다.
다루고 있는 대상과 관련해서는, 소위 강대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예상 외로 많지 않았다. 미국도 소련보다 빈도수가 낮으며, 영국은 주로 노동자의 투쟁과 관련하여 언급되었다. 오히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가 가장 빈도수가 높았는데, 라오스, 서장(티베트), 외몽고, 버마, 오키나와, 캄보디아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과테말라, 사이프러스까지 다루고 있다.
국가가 초점화 된 경우와 인물이 초점화 된 경우로 나누어지며, 아랍,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지역별로 언급된 경우도 있고, 유엔/나토 등 기구를 초점화 한 경우도 있었다.
냉전의식 및 중립주의에 대한 부분도 심각하게 점검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중립주의 여부를 선/악, 도덕적/비도덕적의 이분법으로 논하는 경우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이후 남한에 미친 사상계의 영향을 고려할 때 ‘세계’ 인식 및 중립주의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소 시기구분점’을 60년과 64년으로 설정한다. 기사의 성격별로 정치/문화/과학/경제 등으로 구분한 후 서구/아(亞)서구/비서구별로 분리하고, 각 국가를 공산국/반(反)공산국/중립국으로 나누어 검토할 것이다. 이어 각각의 항목을 문명/인종/냉전인식/리저널리즘 인식/발전론 인식/‘트랜스내셔널/로컬’ 인식과 관련하여 검토한 후 각각에서 드러나는 표상 및 그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즉 「움직이는 세계」를 통해, 서구/아(亞)서구/비서구 각 역내의 차이 및 트랜스내셔널/로컬의 양상, 리저널리즘의 계보가 확인될 것이다.
앞서 다뤘던 기행문보다 ‘세계’ ‘근대’ ‘민족’ ‘보편’ ‘주체’를 바라보는 인식틀이 훨씬 더 다양하게 드러날 수 있으며, 이 다양성이 바로 당대 최고의 잡지 사상계가 꿈꾸던 실제의 ‘세계’ ‘근대’ ‘민족’ ‘보편’ ‘주체’의 진면목과 가장 부합할 수 있다. 사상계에 대한 적확한 평가는 이러한 구체적인 작업이 이루어진 후에야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