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자는 3년에 걸쳐, 연차별로 각각 <존재론과 죽음충동>, <동적 발생과 무의식 이론>, <분열분석과 정신분석, 그리고 사회적 국가>로 나누어 분열분석(들뢰즈)과 정신분석, 그리고 헤겔 철학에 대한 비교연구를 수행했다. 1차년도에서는 우선 들뢰즈와 헤겔 존재론의 ...
본 연구자는 3년에 걸쳐, 연차별로 각각 <존재론과 죽음충동>, <동적 발생과 무의식 이론>, <분열분석과 정신분석, 그리고 사회적 국가>로 나누어 분열분석(들뢰즈)과 정신분석, 그리고 헤겔 철학에 대한 비교연구를 수행했다. 1차년도에서는 우선 들뢰즈와 헤겔 존재론의 근본구조를 연구했으며, 특히 이 두 철학의 근본 개념들(강도량, 차이, 즉자적 동일성, 모순, 부정성, 자기관계적 부정성, 미분, 이념 등)에 대한 견해의 유사성과 차이점에 주목함으로써 양자의 유사점과 대결 지점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본 연구자는 헤겔이 『대논리학』에서 체계적으로 해명한 존재론이, 들뢰즈와 달리 모순 개념을 배제하지 않는 잠재적인 것의 철학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 본 연구자가 1차년도에서 제시하고자 했던 핵심 논제는 궁극적으로 헤겔이 잠재적인 것에 관한 이론의 진정한 주창자였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론적, 체계적 맥락에서 두 철학자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재구성한 후, 본 연구자는 정신분석과 들뢰즈의 이론적 유사점과 차이점에 주목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프로이트의 과학적 방법론과 들뢰즈의 과학 철학철학적 입장(그리고 들뢰즈의 프로이트 수용 방식)을 비교 연구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들뢰즈의 프로이트 수용이 일관성이 적으며 일면적임을 밝혔다.
2차년도에서 본 연구자는,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발전시킨 시간의 세 가지 종합, 잠재성, 미분, 존재의 일의성 이론 등을 바탕으로 특히 후속작인『의미의 논리』에서 클라인, 프로이트와 관련해 들뢰즈가 전개한 ‘동적 발생 이론'을 정신분석 및 헤겔 철학과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와 더불어 들뢰즈가 전개한 시간 이론, 사건, 비물질적인 형이상학적 표면에 대한 논의, 세 가지 접속(합언적, 연언적, 선언적 종합) 이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정신분석(프로이트, 클라인)과 들뢰즈 이론 사이의 과도한 대립, 또는 해명되지 못한 이론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2년차 연구자의 핵심 논제들을 제시하고 양 분야 간의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모색했다. 또한 2년차 연구에서는 동적 발생이론을 통해 들뢰즈가 어떻게 자신의 고유한 욕망이론을 형성시켜 나가는지, 특히 헤겔과 후설 이론과의 관련성 속에서 그 이론적, 역사적 근거를 탐구했다. 헤겔, 후설 그리고 들뢰즈의 존재론에 대한 비교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본 연구가 주목했던 것은 들뢰즈의 선험적 경험론이 후설의 선험적 경험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형성되었으며, 후자의 수용 및 재해석 과정이 곧 들뢰즈 철학의 독자성을 구성하는 철학적 근원 중 하나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들뢰즈는 헤겔과 후설과는 달리 모순적인 것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한다는 점에서 비합리주의적인 마이농의 견해를 따른다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3차년도 연구에서는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 등의 후기 들뢰즈 이론과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네그리와 하트의 이론, 그리고 헤겔 및 클라인 이론을 비교분석했다. 들뢰즈는 『안티 오이디푸스』에서 정신분열증을 모델로 삼아 욕망과 사회를 분석한다. 이는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많은 논의를 요구하는 작업이다. 과연 들뢰즈는 정신분열증만이 진정한 해방의 모델이라고 믿었는가? 그렇다면 분열분석은 이론적 실천적으로 얼마만큼 유의미하며 현실 적용력을 갖는가? 본 연구자는 들뢰즈의 분열분석이 궁극적으로는 존재의 일의성 논제에 기반한 욕망 일원론임을 밝힐 수 있었으며, 특히 클라인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이것이 갖는 이론적 강점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했다. 더 나아가 사회적 국가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들뢰즈(그리고 네그리)의 사회철학과 헤겔의 국가론을 비교 분석했으며,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알튀세르를 출발점으로 삼아 들뢰즈와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관계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들뢰즈-네그리주의 사회철학의 발생과 계보학을 재구성했다. 그리고 이러한 종합적인 맥락 속에서 헤겔의 『법철학』에서 제시된 ‘사회적 국가’를 체계적으로 해명하는 작업, 그리고 클라인이 말하는 ‘좋은 엄마’를 사회적 국가로 확대 재해석하는 정치철학적, 정신분석적 근거짓기 작업을 수행했다. 이는 오늘날 신자유주의화된 현실 상황에서 우리가 채택할 수 있는, 가능하며 현실성 있는 새로운 선택지에 대한 모색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본 연구자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대의 불평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현대철학의 논의에서 사실상 누락된 사회적 국가에 대한 이론적 근거짓기를 시도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3년간에 걸친 연구 전체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