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조선 여성의 글 안에서 유가 경전이 어떤 맥락에서 인용되고 독해하고 있는지를 고찰하는 것을 일차적인 연구 목적으로 한다. 그 다음 조선 여성의 지식 경험과 활동, 여성들이 산출한 지식의 특징과 의미 등을 분석하여 여성주의 인식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
본 연구는 조선 여성의 글 안에서 유가 경전이 어떤 맥락에서 인용되고 독해하고 있는지를 고찰하는 것을 일차적인 연구 목적으로 한다. 그 다음 조선 여성의 지식 경험과 활동, 여성들이 산출한 지식의 특징과 의미 등을 분석하여 여성주의 인식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나아가 조선 유학의 내용을 재구성하는 것을 이차적인 연구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문집을 남긴 조선 여성들의 글을 중심으로 이를 규훈서/생활기록/성리이론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장르 안에서 유가경전이 인용되는 경향과 이해의 맥락, 해석의 특징 등을 분석한다. 3년에 걸쳐 수행될 본 연구의 내용과 범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1차년도 : 『내훈』, 『호연재유고<자경편>』, 『여범』, 『류한당언행실록』, 『태교신기』 등에서 유가 경전이 인용되는 맥락과 해석의 방법을 유교적 젠더 규범과 인식론적 여성주체 문제를 중심으로 자세히 고찰, 분석한다. 이 자료들을 시대별, 계층별 특징으로 구분하여 같은 왕실 여성이라도 조선 초기의 소혜왕후의 『내훈』과 조선 후기의 영빈이씨의 『여범』, 왕실여성이 지은 『내훈』 『여범』과 사대부가의 여성이 지은 『호연재유고 <자경편>』, 『류한당언행실록』, 『태교신기』의 차이점, 그리고 유교적 규범에 입각하면서도 천주교 신자이기도 했던 류한당의『류한당언행실록』에서의 유가 경전에 대한 이해에서 나타나는 특징 등을 비교, 분석할 것이다.
-. 2차년도 : 『덕봉집』, 『의유당일기』, 『자긔록』, 『규한록』, 『영수합고』, 『호연재유고』, 『죽서시집』, 『삼의당고』, 『규합총서』, 『호동서락기』 등 여성들이 다양한 일상적 경험과 생활정서를 기록한 글과 그 안에서의 유가 경전이 인용되는 맥락을 여성 지식의 독특성과 다양성을 중심으로 분석할 것이다. 그리하여 여성의 지식이 단지 생활 지식과 경험을 소개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도덕, 윤리, 정치의 영역에 관한 논의로 연결, 확장되는 측면이 있음을 드러낼 것이다. 조선여성들이 유교적 젠더 규범 안에서 그들의 역할을 음식, 술, 옷 짓기, 양잠, 길쌈, 농사일, 가족 경제, 태교, 양육 등으로 제한하면서도, 다른 한편 이러한 역할을 도덕, 윤리, 인간 본성, 교육 등의 문제와 연결짓는 차원으로 이해하였음에 주목하여 여성 지식의 생성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의미를 고찰, 분석하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주제를 유가경전과 연관하여 논의하였던 측면을 고찰함으로써 조선 유학의 유가 경전 이해 기반을 확장할 것이다.
-. 3차년도 : 『윤지당유고』, 『정일당유고』 등 여성성리학자로 호명되는 여성 인물의 글을 중심으로 여성의 성리학적 지식과 그 안에서의 유가 경전에 대한 이해 맥락을 살펴보고, 이를 여성주의 인식론과 조선 유학의 재구성 문제와 연결시킨다. 그리하여 여성 성리학자들 간에, 또 여성성리학자와 남성성리학자 간에 유가 경전을 이해하는 맥락의 차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논의한다. 여성들이 이해한 성리학적 사유와 그것을 통한 유가 경전에 대한 이해의 함의와 특성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작업 안에서 조선 여성들의 유학에 대한 지식 내용이 조선 유학을 구성하는 데에 전적으로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여성주의 인식론의 모델을 구성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