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인간의 마음의 작용이 인간 외적 자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관점을 음악에 적용하여 인간의 마음, 특히 정서가 음악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음악적으로 확장된 정서’의 본성과 그 기제를 구체적인 수준에서 규명하여 그 유형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 ...
본 연구는 인간의 마음의 작용이 인간 외적 자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관점을 음악에 적용하여 인간의 마음, 특히 정서가 음악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음악적으로 확장된 정서’의 본성과 그 기제를 구체적인 수준에서 규명하여 그 유형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인지과학 분야에서는 철학적 기능주의에 바탕을 둔 고전적 인지주의와 연결주의, 신경과학적 접근들이 갖는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마음, 특히 인지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접근들이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것들이 흔히 4E라 불리는 ‘신체화된 인지,’ ‘구현된 인지,’ ‘창출행위적 인지’, 그리고 ‘확장된 인지’다. 본 연구는 이 가운데 확장된 인지의 관점에서 음악이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논구할 것이다. 확장된 인지주의는 클라크와 찰머스에 의해서 처음 공식화되었고(Clark and Chalmers, 1998), 이후 내재주의에 동조적인 학자들의 반론에 대한 변론의 형식을 띠며 나온 클라크의 저작들(Clark 2003, 2008, 2010)을 통해 더욱 발전, 정교화 되었다. 확장된 인지주의는 인간의 인지가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추동된 인간의 중추적인 신경적 자원들과 외적 자원들 간의 긴밀한 결합을 통해 인간의 ‘두뇌와 피부’를 넘어 세계로 확장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확장된 인지주의의 이러한 주장은 인간의 인지를 한 개인의 마음 내부에서 환경에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정보의 표상과 처리가 아니라 인간의 신체와 두뇌, 그리고 환경으로 이루어진 통합적 단위를 바탕으로 실현되는 활동으로 간주하는 관점에 기초한 것인데, 흔히 ‘결합논변’이라 불리는 이러한 주장은 ‘동등성 원리’와 더불어 확장된 인지에 대한 논쟁의 핵심쟁점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간 확장된 인지를 둘러싼 국내 학계의 논의는 대체로 확장된 인지에 대한 주장을 소개하고 이를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논증을 제시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제한된 면모를 지닌다. 확장된 인지에 대한 해외학계의 최근 논의들은 확장된 인지주의의 주창 시 확장된 인지의 조건들로서 주장된 원칙들 자체를 해석하고 그 타당성 여부를 따지는 데 집중했던 초기의 풍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확장된 인지라는 개념 자체의 타당성 여부보다는 확장된 인지라는 개념을 통해 조명되는 인간 인지의 본성을 드러내는 데에 더 주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확장된 인지에 대한 주장을 인간 마음의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대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콜롬베티와 로버츠(2015)는 개인의 심적 상태들과 절차들을 지지하는 물질적 토대가 인간의 생물학적 테두리 안으로만 제한될 필요가 없으며 외계의 물질들도 확장된 마음을 구성하는 일부가 될 수 있다는 확장된 마음 논제의 초점이 뚜렷하게 인지적인 본성을 갖는 현상들에 집중되어 온 점을 비판적으로 지적하면서 확장된 마음의 영역을 감정의 영역에까지 확장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이들은 정서의 ‘질적인 특성’의 물질적 토대의 확장 가능성을 논하면서 그 가장 분명한 예로서 악기의 즉흥 연주를 제시한다. 확장된 마음에 대한 논의에서 음악을 중요하게 주목한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크루거(2014a, b), 크루거와 콜롬베티(2015), 크루거와 산토(2016)의 논의에서도 확장된 마음의 사례로서 음악이 중요하게 거명된다. 크루거와 산토(2016)의 ‘확장된 정서 논제’에서는 음악 창작과 음악 청취가 인간의 정서를 확장시킬 가능성이 주목되며, 크루거와 콜롬베티(2015)의 논의에서는 전문 음악가와 악기의 관계, 그리고 음악테크놀로지에 의존한 음악청취가 정서를 규제, 조작, 창출, 확장하는 음악의 기능과 관련하여 중요하게 주목된다. 이처럼 확장된 인지에 관한 해외학계의 논의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것이 사실이나 확장된 정서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단계에 있으며 음악에 관한 논의도 아직까지는 구체성을 띠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첫째, 음악적으로 확장된 정서를 확장된 정서의 일반적 사례들 중 하나로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음악적으로 확장된 정서가 갖는 독특하고 고유한 특성을 밝힐 것이며, 그럼으로써 음악적으로 확장된 정서를 통해 비로소 드러나는 확장된 정서, 나아가 확장된 마음의 본성을 제시할 것을 시도할 것이다. 둘째, 이러한 과정에서 본 연구는 음악적으로 확장되는 인간 정서의 본성을 다각적으로 깊이 있게 논구하여 셰러의 정서 모델(2009)과 ‘창출행위적 인지주의’에서 제안하는 정서 개념을 함께 고려할 것이다. 그리고 셋째, 본 연구는 음악이 인간의 정서를 확장시키는 구체적인 절차와 기제를 제시하기 위해 음악적으로 확장된 정서의 다양한 유형들을 면밀히 고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