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해석가들에 의해 회의적으로 여겨져 왔던 칸트에 의한 취미판단의 연역을 발판으로 삼아, 존재론적 관점에서 칸트 철학 자체의 근본적인 되잡기를 시도하고자 하는 본 연구는 구체적으로 다음의 내용을 다루게 된다.
첫 번째, 취미판단이 인식판단 및 도 ...
지금까지 많은 해석가들에 의해 회의적으로 여겨져 왔던 칸트에 의한 취미판단의 연역을 발판으로 삼아, 존재론적 관점에서 칸트 철학 자체의 근본적인 되잡기를 시도하고자 하는 본 연구는 구체적으로 다음의 내용을 다루게 된다.
첫 번째, 취미판단이 인식판단 및 도덕적 판단과는 다른 방식으로 내려지는 판단인 한, 그것의 연역도 어디까지나 반성적 판단력의 고유한 활동에 기초해서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취미판단의 연역의 방법을 문제시하기 전에, 무엇보다 취미판단 바로 그것이 애초에 어떻게 해서 판단으로서 성립하게 되는지를 면밀히 따라가 본다. 인식판단과는 다른 취미판단이 판단으로서 성립하게 되는 과정을 명료하게 하여, 양 판단에서의 각각의 선험성의 내실을 비교 검토한다. 이를 통해 칸트 철학에서 선험성이 의미하는 바를 존재론적으로 되잡아 보고자 한다.
두 번째, 취미판단의 연역을 도덕 철학의 입장에서 정당화하고자 하는 가다머의 해석이 있는데, 이러한 해석은 17·18세기라는 시대 배경으로부터 개념사적으로 볼 경우에는 수긍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칸트가 미와 도덕의 연관을 말하고 있는 『판단력비판』 제17절 「미의 이상에 대하여」, 제42절 「아름다운 것으로서의 지성화된 취미판단의 연역」, 제59절 「도덕성의 상징으로서의 미에 대하여」는 모두, 연역에서 본래 문제되어야만 하는 순수한 취미판단을 논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취미판단의 연역의 문제를 도덕에 결부시키는 해석은, 어디까지나 순수한 취미판단을 연역하고자 하는 칸트의 취지에 따른 해석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본 연구는, 오히려 미를 도덕과 관계 지을 때의 상징 그 자체에 주목하고자 한다. 규정적 판단력이 직관(특수)과 개념(보편)을 매개하는 방법인 도식화와는 달리, 반성적 판단력이 양자를 매개하는 방법인 상징화의 내실을 밝힘으로써, 규정적 판단력과 반성적 판단력의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세 번째, “상징”을 다루는 본 연구는 취미론에서 예술론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 칸트에 의하면, 취미란 “단지 하나의 판정능력에 불과하며, [천재에서처럼] 하나의 산출적 능력이 아니다”(『판단력비판』, §48, Ⅴ313). 이처럼 취미와 천재는 모두 미에 관계하는 능력이지만 서로 구별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연미를 판정하는 능력인 취미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천재의 미적 예술도 취미와 마찬가지로 그 근저에서 반성적 판단력이 활동하고 있음은 칸트가 인정하고 있는 바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다면, 취미론으로부터는 캐낼 수 없는 반성적 판단력의 새로운 의미를 예술론으로부터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