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미술 장 내의 젠더 동학이 여성 예술인들의 예술가로서의 발전을 저해하는지? 저해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저해하는지?’라는 문제 설정에 기초해, 장 내 개별 행위자들의 미시적인 경험–교육‧훈련, 일, 삶의 다른 영역과의 균형, 네트워킹 등–이 젠더화되어 있 ...
본 연구는 ‘미술 장 내의 젠더 동학이 여성 예술인들의 예술가로서의 발전을 저해하는지? 저해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저해하는지?’라는 문제 설정에 기초해, 장 내 개별 행위자들의 미시적인 경험–교육‧훈련, 일, 삶의 다른 영역과의 균형, 네트워킹 등–이 젠더화되어 있는 양상을 조사한다. 또한 이러한 미시적 경험이 예술지원정책, 교육‧훈련 제도, 제도화된 기관, 장 내 관습 등과 어떠한 영향 관계 속에 있는지 부르디외의 장 이론(field theory)을 주요한 이론적 자원으로 삼아 분석하고자 한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장 내에서 행위자들은 언제나 장에서의 위치를 둘러싼 투쟁을 진행하며, 이러한 장에서 유효한 모든 자원을 ‘자본’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장 내 행위자들이 어떠한 자본들을 가지고 투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자본들의 속성과 자본의 분배가 어떻게 젠더화되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첫째 장 내 행위자들과 개별 심층 인터뷰와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한다. 양적 연구로는 장 내 독특한 구조, 문화, 행위자들의 실천을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심층적 면접과 현장 조사를 통한 질적인 자료의 수집이 필수적이다. 본 연구는 개별 심층 면접을 주된 방법으로 삼되, FGI는 연구 초기, 자유로운 토론과 상호 의견 교환을 통해 행위자들의 다양한 경험의 지형을 발굴하고 주제화하기 위해 활용한다.
두 번째 방법으로 문헌 조사를 진행한다. 개별 미술가를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 및 미술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프로그램을 살펴보기 위해 정책 문서를 조사한다. 또한 젠더 문제를 다룬 전시에서 예술가의 글, 기획/비평글, 여성 미술인의 장 내 투쟁을 담은 구술 기록 및 자료, 주요 작품 등도 수집하여 분석에 활용한다.
본 연구에서 연구 대상을 구성하고 분석함에 있어 중요한 세 가지 차원은 다음과 같다.
(1) 예술의 가치사슬 단계마다 위치한 행위자들을(개인, 단체, 기관) 포괄하는 분석
본 연구가 특히 주목하는 세 단계는 교육·훈련, 창작(생산), 분배(유통)이다. 세 단계는 서로 면밀하게 얽혀있지만 (eg. 교육·훈련 중 창작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교육자가 유통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는 등), 분석에서 이 세 단계 및 그 연결이 포괄되어야 한다. 일례로 현재의 교육기관이 여성 예술인으로 하여금 어떠한 주체성을 갖도록 교육하고 있는지, 이것이 여성들이 졸업 후 작가 활동을 이어가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후 여성 미술가들의 작업의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후 네트워킹 등의 커리어 개발에 임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의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다양한 가치 창출 단계들을 분석에 포괄함으로써 수행될 수 있다.
(2) 생애 주기별 분석
현재 미술 교육기관에는 여성들의 수가 남성들을 압도하지만 실제 장 내 주요한 행위자로서 여성들이 등극하지 못 하고 장에서 퇴출당한다고 했을 때, 생애 주기별 분석을 통해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1년 과제이기에 종단 연구는 어렵고, 다양한 경력 및 위치의 인물들을 대상에 포괄하는 횡당 연구의 방법을 쓰되, 부족한 지점은 문헌 조사 자료들로 보충한다.
(3) 지역적 차원
본 연구의 사전 조사(pilot study)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바는 ‘지역’이 젠더 동학을 살피는 데에도 중요한 분석의 차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부산, 대구 등 지자체 지원의 규모가 일정 정도 이상이 되고, 지역 내 독자적인 교육·훈련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존재하며, ‘지역 미술가’라는 개념이 통용되는 단위에서 미술계의 작동 방식에 차이가 있는지, 그것이 젠더 동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초벌적으로 살펴보고 추후 관련한 후속 연구를 발전시키는 밑거름으로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