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목표는 중국 신시기 초, ‘항미원조’ 영화를 중심으로 사회주의에서 포스트 사회주의로의 전환기, 새로운 정체성을 수립하는 데 있어 사회주의 문화구성의 전환문제를 논구하는 데 있다.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신시기는 과거 사회주의 시대와의 ‘연속선’ 상에 ...
본 연구목표는 중국 신시기 초, ‘항미원조’ 영화를 중심으로 사회주의에서 포스트 사회주의로의 전환기, 새로운 정체성을 수립하는 데 있어 사회주의 문화구성의 전환문제를 논구하는 데 있다.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신시기는 과거 사회주의 시대와의 ‘연속선’ 상에 있었었다. 그러나 1980년대 담론을 되돌아보면 전반적인 과거 혁명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아닌 ‘문혁’이라는 특정 역사적 사건 안에서 ‘사인방’ 비판으로 집중되고, 더 나아가 사회주의 혁명 역사 전체를 회의하고 부정해 버리는 과오를 초래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대 전환기 중국이 역사의 부정뿐 아니라 새 시대로의 도약이라는 이중과제를 짊어지고 있었다면, 지금까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신시기로의 완만한 이행과 주체성 재구축을 위한 혁명 국가 서사의 재서사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에 연수자는 중국 인민의 냉전적 세계관과 그 탈변 과정을 엿볼 수 있는 문화적 연결고리로서 ‘항미원조’ 문예 서사를 그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 시기, 대표적인 중국 항미원조 문예 작품은 장편소설 2편과 영화 3편이나, 신시기의 변화 징후들이 명확히 감지되는 영화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는 구체적으로 다음 세 가지 측면의 분석 틀을 놓고 진행할 계획이다.
첫째, 신시기 항미원조 서사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1950~1970년대 기존 항미원조 문예 서사 특징과 이를 추동해내는 배후의 문화 기제들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특히 시대적 표상으로서 작품 속 ‘자아’ 지원군과 ‘타자’ 미군, 북한 형상 특징과 시대적 변화는 배후의 국내외 환경이 미친 문화·정치적 요구들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사회주의 신인’이라는 자아 주체 상상의 상호 형성 과정에서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볼 때, 신시기 항미원조 영화는 전투장면이 줄어들고 타자인 적군보다는 지원군 이야기에 집중한다. 또한, 과거 ‘신인’으로 형상화된 농민, 혁명 전사의 지원군은 신시기 영화 속에서 지식인과 예술가로, 남자에서 여성으로의 계급 및 젠더 변화를 보인다. 지식인 지원군 ‘자아’의 등장이 당시 계몽자의 지위를 되찾은 시대조류와 연결된다면, 전쟁 서사 속 여성의 등장은 반전(反戰)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추측되는바, 국가 권력에 의한 집단적 거대 주체였던 ‘사회주의 신인’이 어떻게 전환되는지 전후 시기 비교를 통해 ‘연속과 단절’ 지점을 고찰한다.
둘째, 80년대 초는 비록 탈 혁명 또는 탈냉전 시대로 패러다임 전환을 완성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문혁이 종결되고 어수선한 시국 속에 정치 권력에 틈이 생기고 기존의 혁명 이데올로기는 흔들렸으며 문화에도 초보적이지만 시장이라든가 비관방의 목소리가 껴들 여지가 생겨났다. 계급투쟁에서 현대화 건설로의 방향전환 그리고 사상해방 열기 속에 사회, 문화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고 기존의 혁명적 자아 상상에도 조정이 불가피했다. 그러므로 항미원조 주제가 자아 서술의 전환적 매개체였다면, 이것이 신시기 새로운 정책, 문예, 사상적 조류, 국내외 정치 및 외교 등의 변화와 어떤 충돌과 조화를 이루는지 종합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문혁이 가져다준 상처를 폭로한 상흔, 반사작품, 중월전쟁 주제, 인도주의 사상 조류와 함께 고찰한다. 또한, ‘국제전’의 특징을 갖는 ‘항미원조’ 서사는 공산 진영인 중국과 북한, 자유 진영인 미국과 한국, 더 넓게는 제국주의 전범이자 식민국이었던 일본과의 관계를 고찰할 수 있는 유일한 서사이다. 따라서 중국의 새로운 정치, 외교 관계를 파악하여 대중의 심층적 내면화에 작용하는 문화 정치 측면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