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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주 소설의 한국전쟁 형상화 논리 연구-「눈(眼)」을 중심으로
A Study on the Logic of the Formation of the Korean War in Jang Hyeok-ju’s Novel focusing on Eyes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9-S1A5B5A07-2019S1A5B5A07093111
선정년도 2019 년
연구기간 1 년 (2019년 09월 01일 ~ 2020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이희원
연구수행기관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 우리 사회는 극심한 이데올로기 대립을 겪어야 했다. 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에 벌어진 이념 대립이,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이 시기 한국의 문학작품들은 문학이 마땅히 가져야 할 창작의 자유를 가지지 못한 채 상징이나 알레고리적 표현법, 인간의 이상심리 표출 등을 통해 편린의 형태로나마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는 분명 유의미한 문학적 성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시대상황에 대한 실체를 좀 더 직접적이고 명징한 언어로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지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작가가 장혁주이다. 그는 1932년 「아귀도」로 일본 잡지 󰡔카이조[改造]󰡕 현상공모에 2등으로 당선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활동한 작가이다. 일제 말기 대동아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그의 작품 세계는 친일적 성격을 노골화 하고, 그만큼 일본의 조선 동포들로부터는 말할 것도 없고, 장혁주를 주목해왔던 일본의 진보적 문단계에서도 외면당한다. 그리고 지지부진한 문학적 성과 속에서 1952년이 되면 장혁주는 일본으로 귀화를 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의해, 한국 문단 내에서 장혁주의 작품세계에 대한 논의는 소략한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작품 경향을 가진 장혁주가 일제의 패전 이후 다시 한 번 일본 문단계에 호출되는 때가 한국전쟁기이다. 장혁주는 한국인과 민족적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일본에 깊은 친연성을 가지고 있었고, 동시에 취재와 르포르타주적 서사를 자기의 스타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장혁주 만의 독특한 위상에 의해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 1951년 7월 마이니치신문사의 후원으로 한국으로 건너와 취재활동을 한다. 이후로 두 차례 더 한국을 방문하여 전시 상황을 취재하고 여러 편의 르포 기사를 작성한다. 또한 그러한 취재 경험을 토대로 하여 소설을 창작해낸다. 이 결과물이 소설 󰡔아, 조선󰡕(1952), 「눈(眼)」(1953), 󰡔무궁화󰡕(1954) 등이다.
    장혁주는 한민족이지만 한국인은 아닌 자로서, 한국인들이 가진 존재론적 제약 조건으로부터 자유로운 면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과 같은 입장에서 상황의 당사자가 될 여지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일본 측의 입장을 자신의 공식적 사회적 정체성으로 가지고 있었지만 정확히 일본 측의 그것과 일치할 수는 없는 것이 그가 차지한 위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국전쟁에서 자행된 동족상잔의 실상을 특정 이데올로기나 민족적 입장에 얽매이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형상화 하고 있는 면이 강하다. 그래서 이데올로기에 의해 강제적으로 왜곡되는 개인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허위를 밝히는 것에 집중한다. 이러한 특징은 이데올로기를 명분삼아 이루어진 전쟁의 당사자들은 결코 드러낼 수 없는 지점이다. 전쟁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당사자와 유사한 위치에 놓인, 그래서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한 이념의 경계선들이 장혁주에게는 중층적으로 그어져 있었다.
    특히 본 계획서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작품은 1953년 작 「눈(眼)」이다. 「눈(眼)」은 그가 일본으로 귀화한 직후 이루어졌던 두 번째 취재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1952년 귀화 직후 《婦人俱樂部》의 의뢰로 취재차 한국에 들어간 장혁주는 그 경험을 토대로 이듬해인 1953년에 이 작품을 《文藝》에 발표했다. 일본에 귀화를 하고 더 이상 국적의 문제로 한국에 예속될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한국의 전쟁 상황을 바라보는 그의 복잡하고 분열된 입장이 이 작품 속에는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작품 속 화자가 장혁주 자신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작가의 실제 경험과 많이 맞닿아 있는 지점이 강하게 보인다. 󰡔아, 조선󰡕이나 󰡔무궁화󰡕의 경우는 장편이며 장대한 서사적 흐름 속에서 작가의 자의식이 서사적 거리를 확보하고 있다면, 이처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형상화 된 단편의 형식적 특징은 장혁주의 의식을 다른 두 작품에 비해 직접적으로 작품에 표출한 면이 강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국문학 속 한국전쟁기 문학의 다양성을 확보해줄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장혁주가 가지는 문제적 위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 아직 이 작품은 그 자체의 문학적 성과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진 바 없고, 국내에 번역도 되지 않은 상태이다.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연구는 시급히 진행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를 통해 이 지점을 해명해내고자 한다.
  • 기대효과
  • 본 연구계획서의 주요 연구 대상인 장혁주의 작품은 아직 본격적으로 학계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나마 진행된 연구도 일제 시대 작품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장혁주의 친일 이력과 해방기 이후 일본으로의 귀화라는 개인사적 사정이 가지는 압도적인 이미지에 의한 바 크다. 이러한 이력을 가진 작가의 작품에 대한 논의가 연구자들에게 호감을 주기는 힘든 면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제 말기 문학을 탐구하는 우리 사회의 연구 틀은 이미 친일과 반일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 방식을 넘어선 면이 있다. 그리고 미군정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이념적으로 우리 사회를 경색시킨 반공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 역시 우리 사회의 공통 감각으로 인식되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장혁주의 한국전쟁기 관련 작품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서사가 아닐 수 없다. 작가 자신이 이미 국가나 민족,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하여 확정적인 소속처를 밝히기에 애매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작가는 이와 같은 자신의 존재 기반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독특한 세계관을 갖는다. 그리고 그러한 혼종적이고 분열된 의식은 당대를 살아가던 장삼이사들의 구체적이고 모순된 존재 방식을 깊이 반영한다. 따라서 이데올로기적 검열과의 대결 속에서 만들어지는 제한적 입장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시각을 통한 한국전쟁기의 실상 폭로와 주체 구성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장혁주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는 한국전쟁을 리얼리즘적으로 형상화 하는 새로운 서사 기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연구를 통해 장혁주를 연구의 대상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한 기대효과를 갖는다고 하겠다. 장혁주라는 이 문제적 작가는 일제시대와 해방기, 한국전쟁기, 그리고 그 이후를 아울러 작품화 하고 있는 몇 안되는 작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그는 우리 사회의 근대화가 진행되어 온 역사적 장면과 지속적으로 함께 한 작가인 것이다. 게다가 그의 삶의 이력을 보면 하나의 국가나 민족에 스스로를 위치지우기 위해 자기 식으로 끊임없이 궁리하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궁리나 실천이 계속해서 좌절과 실패,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낳고 있는 문제적 상황과 이어지고 있음도 볼 수 있다. 그가 가진 이러한 입장들은 분명 작품 속에 형상화 되고 있으며, 특히 「눈」의 경우에 그것이 작가 자신의 목소리를 상당히 반영하고 있는 인물 ‘나’를 통해 형상화 되고 있는 바이다.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해서 근대적 국민국가와 민족 개념,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관계학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의 아이디어를 확장적으로 펼쳐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본 연구는 신문이나 잡지의 르포 기사와, 그것을 토대로 한 작품을 동시에 살펴보는 방법론을 취함으로 해서 오늘날 ‘서사’가 서 있는 글쓰기의 좌표, 그리고 그러한 좌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가치 정립도 아울러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거시적 역사 서술이 아닌 미시사가 각광을 받고 있고, 사실과 진실에 대한 의미 있는 구분에 대한 논의가 인문학의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 르포르타주 글쓰기와 문학작품 창작을 동시에 진행해 온 장혁주의 작품 세계에 대한 연구는 분명히 의미 있는 연구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 연구요약
  • 장혁주는 한국인과 민족적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일본에서 문학활동을 했고 1952년에는 일본으로 귀화를 했다는 점에서 일본과 깊은 친연성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이러한 장혁주 만의 독특한 위상에 의해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후 1951년부터 1953년에 3번에 걸쳐 한국으로 건너와 취재활동을 하고 여러 편의 르포 기사 및 소설을 남긴다.
    그는 자신이 갖는 독특한 사회적 위상에 의해 한국에도 일본에도 오롯이 소속되지 않은 채 한국전쟁에서 자행된 동족상잔의 실상을 특정 이데올로기나 민족적 입장에 얽매이지 않은 채 그려낸다. 이러한 특징은 이데올로기를 명분삼아 이루어진 전쟁의 당사자들은 결코 드러낼 수 없는 지점이며 동시에 당사자가 아닌 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을 지점이다. 특히 본 연구계획서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1953년 작 「눈(眼)」은 그러한 작가의 복합적인 정체성이 반영된 인물과, 그러한 인물들이 만날법한 사건을 구성해보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국문학 속 한국전쟁기 문학의 다양성을 확보해줄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다. 아직 이 작품은 학계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기에 그 연구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고 하겠다.
    본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먼저 작품 「눈(眼)」과 이 작품 창작 직전에 이루어진 장혁주의 취재 기사 「朝鮮の慟哭(現地報告)」, 《婦人俱樂部》, (昭和二十八年 新年号) 등의 내용을 면밀하게 번역하여 그 실체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두 글쓰기 양식의 특징과 각각의 가치를 유의미하게 도출하기 위해 르포르타주 이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르포르타주는 특정한 사건이나 실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의지가 서사 가능성의 추동력으로 작동하는 글쓰기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즉 르포는 ‘진실’의 ‘전모’와 ‘핵심’에의 접근을 가능한 것으로 상정하고 사실의 확인과 폭로를 목표로 하는 글쓰기이다. 그래서 르포는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서 그 의의를 찾는다. 때문에 역사적 사건 앞에서 르포르타주는 무엇보다 중요한 글쓰기 양식이다.
    르포르타주와 연결되어 있는 장혁주 식의 리얼리즘은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타진해보아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이것이 장혁주의 작품을 통해 구체화되는 과정에는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 대한 해명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압도적인 현실을 반복적으로 서술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적 폭력의 구도를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이 해방기를 거치고 1950년대에 이른 상황에서 어떻게 작품화 하고 있는지를 해명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그가 한국전쟁에서 ‘어떤’ 장면을 현지 보고의 주요한 장면으로 포착했는가 하는 것이다. 르포르타주가 아무리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사태의 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이라 하더라도 기록하는 자의 한정된 시각 속에서 확인되는 장면이 주로 그려질 수밖에 없다. 장혁주가 선택하는 한국전쟁의 실체적 장면에 대한 분석은 그의 한국전쟁 서사의 의미를 구체화 하는 기본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또한 장혁주의 르포르타주적 글쓰기를 통해 포착되는 한국전쟁의 실상이 「눈(眼)」에서 소설화 될 때 특징적인 요소는 공간 형상화의 측면이다. 기본적으로 전쟁의 화염에 싸인 조선 현실을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재난의 장면을 구성하는 장소를 드러내는 것이다. 「눈」 역시 그러한 입장에서 해석될 수 있는 방식으로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장혁주는 작품의 주제의식과 직결된 특정한 공간 형상화 양상을 「눈(眼)」의 서사 구조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앙리 르페브르의 공간 이론에 의하면 공간은 추상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적이고, 도구이지만 도구성을 넘어선 능동적 존재이다. 주체가 드러나는 것은 자신이 공간과 맺는 실천적 관계, 공간과의 상호작용, 주변 공간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적 실천에 의하는 것이다.
    장혁주가 「눈(眼)」에서 보여주는 공간 구성의 방식은 앙리 르페브르가 이야기하는 ‘재현 공간’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을 포함하고 있다. 즉 특별한 목적 없이 미군 기지라는 금지된 공간으로 들어오는 한국 군인 두명, 그리고 일본인에게 금지되어 있는 피난민 수용소를 들어가게 되는 ‘나’의 경험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라 하겠다. 이러한 공간 재현적 공간 분할과 그 분할의 선을 넘나드는 재현 공간의 형상화 속에는 장혁주가 이 작품에서 드러내고자 한 주제의식이 명백히 보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대한 구체적 분석의 과정이 이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는 주요한 논점일 것으로 보인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2차대전 이후 세계체제 개편 과정은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한국전쟁은 분명 한반도 내에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대결이 격화된 내전이지만 그 격발에는 세계체제의 재편이라는 국제 문제가 가로놓여 있었다. 이러한 전쟁 상황 속에서 이전까지 여러 국가와 민족이 가지고 있던 사회 내 지식체계나 사회적 합의, 외교 문제, 역사적 기억의 의미 등은 현재 상황에 맞추어 그 양상이 변화해야 했다. 이전까지의 아군이 적군으로, 적군이 아군으로 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그러한 변화 속에 놓이게 된다. 일본은 미국의 ‘기지국가’로 재규정되고 전쟁 특수를 적극적으로 누리게 된다. 반면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이 동시에 들어와 신탁통치 하는 상황 속에서 일본의 식민국가였던 굴욕의 세월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분단되고 전란에 휩싸인 것이다.
    ‘장혁주’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52년 일본으로 귀화한 조선인이다. 그는 한국전쟁 취재를 직접 취재하고 이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들을 선보였다. 결코 간단치 않았을 그의 행보는 일국적 시선에서 탈피하여 평화가 구현된 한반도를 구상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시각에서 재독할 필요가 있다.
    르포에서 드러나는 장혁주의 동선은 그가 전쟁터 한반도에서 의미화하고자 하는 특징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장혁주가 《부인구락부》 기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일본인의 입장에서 일본인이 보고 싶어하는 한국전쟁의 면모, 그리고 한국에 있는 일본인들을 살펴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래서 주로 전쟁의 폐허가 된 시가지의 모습이나 불쌍하고 기구한 운명에 놓인 한국 민간인들의 피난 생활, 한국에 남아있는 남편을 여읜 ‘일본인 부인들’, 부두 노동이나 매춘 일을 하고 있는 일본인 여성들, 혼혈 아동을 돌보는 고아원 등을 취재한다. 두 번째 특징은 장혁주가 시종일관 자신의 일본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장혁주였지만 지금은 ‘노구치 미노루’임을 계속 떠오르게 하는 서술을 지속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가 원래는 일본인이 아님을 드러내는 효과를 만든다. 이를 통해 장혁주는 자기 입장의 독자성을 확보하고, 그의 동선이 유엔군의 제한을 넘어서지 않는 것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든다. 세 번째 특징으로 한국전쟁을 형상화하는 관점에서 국제전으로서의 시각을 제거하고, 감상적으로 전쟁의 비극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폭동사건을 취재한 부분에서 강조된다. 장혁주는 몇몇 장편소설 등에서 이미 국제적 시각으로 한국전쟁을 형상화했기에 그가 이러한 국제적 감각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기사 속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은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민족끼리 죽고 죽이는 상황 자체를 감상적인 방식으로 애처롭게 여긴다. 그것도 당시를 찍고 있던 카메라맨 ‘김군’의 목소리를 빌려서 말이다. 장혁주는 이 상황에서 철저히 제3자로, 즉 일본인으로 자신의 입장을 잡고자 한다. 이는 일본이 미국의 속국이다시피 한 상황에, 그리고 부인잡지 특성상 정치적 내용을 강조하지 않는 기획 취지에 맞춘 글쓰기 노선이라 하겠다. 포로수용소의 절망적 현실은 ‘아이들 포로’ 구역을 보여주는 것에서 또 한번 감정적이 된다. 장혁주는 르포 기사를 통해 통치 논리, 아감벤 식으로 말하면 ‘장치’에 부합하는 글을 쓴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기 정체에 대한 발언을 통해 분열된 자의식을 내보이고, 한국에 남은 일본 부인들의 열악한 현실이나 전쟁 포로들의 참상에 감상적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한탄’을 통해 ‘장치’의 불합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소설 「눈」은 르포에서 간접화 되어 드러난 ‘통치될 수 없는 것’들이 전면화된다. 주인공 ‘나’는 실제 장혁주의 귀화 이후 이름을 연상하는 ‘노구치’ 아무개라는 이름으로 형상화되어 있기에 기본적으로 작가 장혁주를 반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반일 감정이 고조되어 있는 한국 땅에 미군 소속 일본인 기자 자격으로 입국하여 전시 상황을 취재하고 있다. ‘나’는 자신의 내면에 최대한 부합하는 방식으로 한국 방문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구현한다. 이때 통치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장혁주는 공간 형상화 방식에 집중한다.
    장혁주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유엔군의 보호하에서만 움직일 수 있고, ‘나’의 숙소는 한국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특파원 숙소이다. 한편 서울에는 일본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들이 있다. 이렇게 작품 곳곳에는 출입이 제한되는 공간이 설정되어 있고, 서사는 이러한 출입 통제의 공간을 넘나드는 월경(越境)의 시도로 진행된다.
    첫 번째 월경은 야밤에 특별한 목적 없이 ‘나’를 만나러 미군 기지를 방문한 한국 군인 두명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들이 들려주는 전장 이야기를 통해 ‘나’는 이데올로기에 투철한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혹은 정의로운 것인지 질문하게 된다. 이는 전쟁 ‘장치’가 강제하는 주체의 모습을 뛰어넘도록 한다.
    두 번째 월경은 ‘나’가 일본인에게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피난민 수용소를 들어가게 되는 부분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에서 ‘나’는 아군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민간인의 모습, 그런 불합리를 실행해야 하는 군인들의 심적 괴로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출입금지 구역에 들어선 자로서 자신이 바로 그런 피해를 당할 위험에 처해 곤란을 겪게 되기도 한다. 이 역시 한국전쟁의 명분인 이데올로기가 단지 허위일 뿐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러한 월경의 경험을 통해 ‘나’는 전쟁의 폭력적 메커니즘이 얼마나 많은 제도적 허점을 갖고 있으며 진실을 외면하는 허위의 장치일 뿐임을 확인한다.
    그러나 장혁주가 「눈」에서 그려내고 있는 월경은 통치 장치의 바깥으로, 통치할 수 없는 영역으로 확장되지는 못하는 면에서 한계를 갖는다. 즉 전쟁 장치가 만들어낸 불안과 공포의 현실에 개의치 않는 가능성을 강조하기보다는, 통치 구조가 개인에게 강제하는 규칙 속으로 작품의 요소들이 회귀하고, 장치의 강력한 힘이 확인되는 쪽으로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월경하는 주체들은 밤 시간 동안 서로를 이해하지만 낮이 되면 통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처럼 강력한 통치 질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쟁 장치는 더욱 강해지고, 사람들의 안전이 아닌 권력 체제의 안전이 보위될 뿐이다.
    이에 장혁주는 깊이 상처받고 절망한 ‘나’에게 이산 가족이 상봉하는 장면을 목도할 수 있는 행복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나’에게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귀국할 수 있게 하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 작품 속 세계는 체제 속에서 안전한 현재를 확보하여, 상처 난 정의가 회복된 미래를 기대하는 쪽으로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억지로 균형을 잡으려는 장혁주의 월경을 통해 장치의 무서움, 감시하는 통치 질서가 신화화된다.
    이러한 지점들에 대한 섬세한 독해를 통해 우리는 한국전쟁을 의미화하는 양상에 대해 재고찰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을 통해 연마된 성찰적 의식이 일국적 시각을 벗어난 종전과 평화의 트랜스내셔널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영문
  • After World War II, the process of reorganizing the world system was fierce. The Korean War was clearly a civil war in which the confrontation between the free and communist camps on the Korean Peninsula intensified, but the outbreak was intercepted by the international problem of reorganization of the world system. In such a war situation, the knowledge system within society, social consensus, diplomatic issues, and the meaning of historical memories, which many countries and people previously had, had to change according to the current situation. It was common for allies to turn into enemy and enemy to allies. The relationship between Korea and Japan is also subject to such changes. Japan will be redefined as the “base state” of the United States and actively enjoy special warfare. On the other hand the Korean peninsula was divided and engulfed in war without receiving compensation for the years of humiliation, which was a Japanese colonial state, in a situation where the United States and the Soviet Union came in at the same time and ruled by trust.
    'Hyuk-Joo Jang' is a Korean who naturalized to Japan in 1952 in this situation. He directly covered coverage of the Korean War and presented several works based on it. His actions, which would never have been simple, need to be read again from our perspective today as we are envisioning a Korean peninsula where peace is realized by breaking away from the national perspective.
    Hyuk-Joo Jang's movements revealed in reportage enable us to see what he accentuates on the Korean Peninsula. It can be organized in three points. The first is that Hyuk-ju Jang tried to clarify his identity as a reporter for the 《Women's Club》. The main content is to look at the aspects of the Korean War that the Japanese want to see from the Japanese standpoint and the Japanese in Korea. Therefore, mainly the appearance of the city that was ruined by the war, the refugee life of Korean civilians in a pitiful and grotesque fate, the 'Japanese wives' who lost their husbands in Korea, Japanese women who are engaged in harbor or prostitution, and orphanages. The second is that Hyuk-ju Jang consistently emphasizes his Japanese identity. This in turn creates the effect of revealing that he is not originally Japanese. Through this, Hyuk-ju Jang secures the identity of his position and makes an alibi for his movements not exceeding the limits of the UN forces. The third is that it removes the view as an international war from the viewpoint of shaping the Korean War and writes that express the tragedy of the war sentimentally. This is emphasized in the section covering the case of the riots at the concentration camps in Geoje Island. Since Hyuk-ju Jang has already embodied the Korean War from an international perspective in some feature novels, he cannot lose such an international sense. However, no position on this part is revealed in the article. Rather, the situation in which the same people die and kill themselves is regarded as pathetic in a sentimental way through the voice of the cameraman, “Kim,” who was filming at the time. In this situation, Hyuk-ju Jang tries to take his position as a third person, that is, Japanese. This is a line of writing tailored to the purpose of not emphasizing political content in the context of Japan as a subordinate state of the United States and due to the nature of women's magazines. The desperate reality of prison camps becomes emotional once again in showing the 'children prisoners of war' area. Hyuk-ju Jang wrote an article that conforms to the logic of governance and, in Agamben’s word 'apparatus' through the report. However, this indirectly reveals the irrationality of the 'apparatus' through 'sadness', showing a divided self-consciousness through remarks about self-identity, and approaching the poor reality of Japanese wives remaining in Korea or the horrors of prisoners of war in a sentimental way.
    The novel The Eyes is indirectly made in the report and reveals 'the things that cannot be ruled' are full-fledged. The protagonist 'I' is a character who basically reflects the artist Hyuk-ju Jang because it is formed under the name 'Noguchi', reminiscent of his name after his naturalization. He entered Korea as a Japanese reporter belonging to the U.S. military, where anti-Japanese sentiment is rising, and is covering the war situation. 'I' embodies what he sees, hears, and feels during his visit to Korea in a way that fits his innermost. At this time, in order to show the things that cannot be governed, Hyuk-ju Jang focuses on the way of imagining space.
    As Hyuk-joo Jang did, 'I' can only move under the protection of the UN forces, and 'I' is a correspondent's lodging where Koreans are not allowed to enter. Meanwhile, there are areas in Seoul where Japanese people are not allowed to enter. In this way, spaces to which access is restricted are set throughout the work, and the narrative proceeds as an attempt of a cross-border crossing the space of such access control.
    The first crossing-boundaries occurs at night by two Korean soldiers who visit the correspondent's lodging to meet 'I' without special purpose. Through the battlefield stories they tell, 'I' doubts whether it is natural or righteous to be thorough with ideology. This allows the 'apparatus' of war to go beyond the form of the subject.
    The second crossing-boundaries occurs in the part where 'I' enters a refugee camp without knowing that entry is prohibited by Japanese. Here, 'I' discovers the appearance of a civilian who is seriously damaged by an allied force, and the mental distress of the soldiers who have to execute such an irrationality. Also, as a person entering a no-entry zone, 'I' is in danger of suffering such damage, and 'I' may be in trouble. This, too, tries to reveal that the ideology, which is the cause of the Korean War, is merely false.
    Through this experience of crossing-boundaries, 'I' confirms how many institutional loopholes the violent mechanism of war has and is only a false apparatus that ignores the truth.
    However, the crossing-boundaries that Hyuk-ju Jang depicts in The Eyes has a limitation in that it cannot be extended to the outside of the governing system and into an area that cannot be ruled. In other words, rather than emphasizing the possibility of being irrelevant to the reality of the anxiety and fear created by the war device, the elements of the work return to the rules that the governing structure enforces on the individual, and the narrative proceeds toward confirming the powerful power of the apparatus.
    The transboundary subjects understand each other during the night time, but in the daytime they cannot escape the logic of governance. In the process of confirming such a strong governing order, the war apparatus becomes stronger, and the security of the power system is only preserved, not the safety of people.
    Accordingly, Hyuk-ju Jang gives the deeply hurt and desperate 'I' a happy opportunity to witness the reunion of a separated family. This lays the foundation for 'I' to return home with a comfortable mind while not giving up expectations for a bright future. Through this, the world in this work secures a safe present within the system, and the narrative proceeds toward a future in which broken justice has been restored. The fear of the apparatus and the order of governance that monitors are mythized through the cross-border of Hyuk-joo Jang who tries to balance the force.
    Through a detailed reading of these points, we will be able to provide an opportunity to reconsider the aspects that signify the Korean War. In addition, the reflective consciousness cultivated through this perspective can lead to a transnational problem consciousness of end of war and peace beyond the national perspective.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본 연구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냉전을 넘어선 새로운 세계질서에 대한 전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계획되었다. 전세계에 냉전 체제를 알린 열전으로서의 한국전쟁을 여전히 종식하지 못한 한반도에 평화를 조금이라도 가까이 끌어오기 위해서는 한국전쟁을 기존의 관점이 아닌 좀더 폭넓고 깊이 있는 시각으로 조망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일제시기부터 일본에서 창작활동을 했고, 해방 이후 1952년에 일본으로 귀화한 장혁주라는 독특한 작가의 한국저쟁 형상화 논리를 고찰하고자 했다.
    본고에서 집중하고자 한 작품은 1953년에 발표한 「눈〔眼〕」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귀화 이후 얼마 되지 않아 《婦人俱樂部》의 요청으로 남한에 취재를 가서 <朝鮮の慟哭(現地報告)>라는 기사를 쓴 이후 완성되었다. 르포 기사에서 장혁주는 자신의 신변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전쟁 중인 남한의 열악한 상황을 둘러보고 있다. 「눈」 역시 장혁주와 유사한 삶의 모습을 가지는 주인공 ‘나’의 내면과 전쟁중인 한국의 실상이 형상화되면서 두 글의 친연성이 확보된다.
    <朝鮮の慟哭>의 경우에는 장혁주가 《부인구락부》 기자로서의 정체성에 맞도록 일본인의 입장에서 일본인이 보고 싶어하는 한국 상황과 한국전쟁의 현황, 한국에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었다는 특징이 보였다. 그리고 장혁주가 시종일관 일본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강조하여 표면적으로 자신이 일본인임을 드러내었다. 그러나 효과 면에서는 한국과 깊은 친연성이 있는 존재임이 부각되었다. 이는 장혁주가 자기 입장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근거로 작동한다. 마지막으로는 장혁주는 여기서 전장인 한국을 형상화 할 때 국제전으로서의 시각을 제거하고 감상적으로 전쟁의 비극을 드러내는 글쓰기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는 일본이 미국의 속국이다시피 한 상황에서 부인잡지 독자의 기호에 맞춘 글을 쓰기 위한 전략이었다.
    「눈〔眼〕」에서는 <朝鮮の慟哭>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를 온 장혁주 자신의 모습과 유사한 면모를 보이는 ‘나’가 등장한다. 이 작품은 문학이니만큼 르포 기사와 달리 ‘나’가 맞닥뜨리는 전쟁의 아노미적 면모와, 그에 대한 ‘나’의 복잡한 내면에 충실한 글쓰기가 진행되고 있다. 장혁주는 이를 형상화 하기 위해 공간 형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유엔군의 영향력을 벗어나는 공간에 갈 수 없었고 ‘나’가 있는 유엔군 숙소는 한국인이 출입금지였다. 이야기는 이 금지된 공간을 넘나들면서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들을 통해 전쟁의 폭력성과 그 이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나’가 직접적으로 억압적인 통치 논리에 맞닥뜨려 위험에 빠질지도 모르는 경험을 하면서 전쟁의 공포를 체험하게 된다. 다행히 ‘나’는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한 장소를 찾고, 공포로 인해 상처난 마음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작품 구상을 통해 장혁주는 한국전쟁의 불합리를 비판하고 한국인들의 처지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 반공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은 경계인의 시선에서 포착된 한국전쟁은 이다지도 비논리적이었고 폭력적이었던 것이다. 장혁주의 이러한 의식은 한국전쟁에 대한 일국적・민족적 시각을 벗어나 종전과 평화의 트랜스내셔널한 문제의식을 성찰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본 연구는 학계에서 아지 논의되지 않았지만 논의할 내용이 풍부하게 남아있는 작가 장혁주, 그리고 그의 작품 및 작품과 연계된 르포기사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 연구를 통해 장혁주라는 작가를 일제 시대 작가에 한정하지 않고, 그를 생애사적 흐름 속에서 이해하는 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는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는 장을 마련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한국과는 달리 일본 사회 일반에서 한국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의미화되고 있었는지의 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냉전 종식이 무엇인지, 나아가 세계사적으로 냉전 종식이 어떤 의미이며 이를 위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즉 종전 선언과 남북의 화해무드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서는 남북한만이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냉전과 연루되었던 전세계 많은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우리는 무엇보다 한국전쟁과 냉전, 그 이전의 많은 역사적 질곡에 대해 트랜스내셔널한 입장에서 새로운 조망도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장혁주라는 문제적 인물은 이러한 관점의 확보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종의 교훈을 준다. 그가 보여준 삶의 이력은 지금 현재 우리들이 겪고 있는 복잡한 정세 속 입장과 일정 부분 겹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지점을 확보하는 데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질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는 향후 좀 더 다양한 장혁주 작품 연구 및 다른 작품과의 비교 연구로 연구성과를 확장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장혁주는 작가 자신이 이미 국가와 민족, 언어, 이데올로기적으로 분열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작가 이력은 국민국가의 틀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독특한 세계관에 대한 탐구와 그의 한국전쟁 형상화 논리 연구를 확장해 간다면 한국 사회에서 이데올로기적 검열과의 반공주의에 한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한국 사회의 한국전쟁 이해 방식의 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장혁주의 문학작품을 통해 우리는 반공 이데올로기에 예속된 당시 한국문학계의 양상과 차이나는 방식으로 한국전쟁을 이해하고 우리 사회의 역사와 문화적 흐름을 관찰하는 길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장혁주의 작품은 물론, 한국전쟁 관련 작품들을 새롭게 재독할 방향과 연구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각들이 모일 때 우리는 냉전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한계선을 뛰어넘을 수 있다.
    게다가 본 연구는 신문이나 잡지의 르포 기사와, 그것을 토대로 한 작품을 동시에 살펴보는 방법론을 통해 ‘서사’의 구성, 글쓰기의 다양한 층위에 대한 성찰에도 모종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거시사가 아닌 미시적 서사의 중요성이 커지는 오늘날 관점에서 사실과 진실, 정보의 양과 질, 발신자와 수신자에 대한 이해 등에서 의미 있는 구분에 대한 논의가 주요한 사회적 이슈이다. 미디어의 발달 과정 속에서 정보가 너무나 넘쳐나고 있어 어느 정보가 진실인지, 어떤 식으로 정보를 의미화해야 할 것인지 곤란할 때가 많다. 르포와 창작을 동시 진행한 장혁주의 글쓰기 작업을 고찰하면서 우리는 정보를 만들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어떤 글이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글쓰기인지 구분하고 이러한 방식의 독해를 통해 글의 섬세한 읽기에 대한 성찰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색인어
  • 장혁주, 「눈〔眼〕」, <朝鮮の慟哭>, 한국전쟁, 월경, 공간, 앙리 르페브르, 조르주 아감벤, 장치, 평화, 초국적 사고, 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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