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1900~1940년대에 창작된 화전가 작품 총 25편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필자가 대상으로 한 자료들은 작품 속 정보를 통해서 작품의 창작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작품들로서, 1900년대 4편, 1910년대 2편, 1920년대 9편, 1930년대 8편, 1940년대 1편 등 ...
본 연구에서는 1900~1940년대에 창작된 화전가 작품 총 25편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필자가 대상으로 한 자료들은 작품 속 정보를 통해서 작품의 창작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작품들로서, 1900년대 4편, 1910년대 2편, 1920년대 9편, 1930년대 8편, 1940년대 1편 등으로서, 총 25편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 이는 본래 계획했던 작품 수보다 2편이 늘어난 것으로, 작품에 대한 정밀한 독해를 진행하면서 달라진 결과이다.
당대 화전가에는 화전놀이가 일정한 단계에 따라 재현된다. 화전가를 내용상 도입부, 준비과정(음식 장만ㆍ장소선정), 놀이 부분, 결말부 등으로 나누어 보고, 세부적으로는 <1)도입부, 2)물자 마련, 3)장소 선정, 4)음식 먹기 및 놀이, 5)마무리> 등으로 구분하여 고찰하였다.
이를 토대로 이 시기 화전가에 투영된 여성들의 다층적 욕망을 분석하였다. 이는 그간 화전가에 투영된 욕망들 중 놀이의 욕구를 집중 조명하고, 상대적으로 문화적 욕구에 대한 접근이 소략하였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였다. 당초 계획과 달리 18세기에 창작된 안동 권씨 <반조화전가>와의 직접적 비교는 시간적 상거(相距) 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그간 선행연구에서 통계적으로 교합 재구성하여 가장 전형적인 작품으로 재구한 <권본 화전가(權本 花煎歌)>를 프리즘으로 삼아 각 시대의 변이상을 분석하였다. 통시적인 접근을 통해 가장 작품이 많이 산출된 1920~30년대가, 당대 여성들이 문화적 향수 욕망을 첨예하게 드러내기 시작한 시기라고 판단하였다. 전반적인 작품의 성격은 다음과 같다.
①놀이의 전반적 성격, 화목과 차례
놀음의 전반적 성격은 차례 있게, 그리고 품격 있게 노는 것을 추구한다. 분방함 못지않게 이 시기 놀이문화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은 노소가 화목하되, 차례 있게 노는 것이다. 집안 및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친목이 중시된다는 점은 이 시기에도 여전히 지속된다.
②지적 욕구와 문화 향수의 욕망
이 시기 화전가 속 음식 먹기와 사연 나누기 등은 평소에 절제해야 했던 욕구를 풀며 육체적ㆍ정서적 이완을 즐기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글짓기를 비롯한 문학 작품을 즐기는 활동 역시 여흥과 소통의 측면에서 큰 즐거움을 준다. 이 시기 화전가를 보면, 승지 완상과 음식 먹기에 이어 거의 모든 작품(1920~30년대의 경우 총 18편 중 14편)에서 놀음 가운데 문학 활동이 비중 있게 재현된다. 그런데 화전가 짓기를 포함한 글을 짓는 창작 행위와 문학 작품을 낭송ㆍ가창하는 것은 기록이나 소통, 재미의 요소를 넘어서 놀음의 격(格)을 규정짓는 요소로 인식되었던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모임에서 여타 문학 작품을 가창, 낭독, 음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놀음을 재현하고 기록하는 화전가를 짓는 것은 이들에게 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 족적을 남기고자 했던 것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되 그저 사적인 놀이 모임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랐던 심경이 투영된 결과이다. 사회활동을 하지 못했던 당대 여성들이 오랜만에 문화적 활동을 하면서 그것을 기록하여 공식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대외적으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기 작품들 속에서 곧잘 보이는 내용으로서 모임 성원들의 면면을 소개하며 규모가 큰 지역 행사라는 점을 밝히는 것, 조직적 역량과 경제적 동원력을 강조하여 재현하는 것, 자신의 놀이 장소가 조상의 유촉이 새겨진 상징적 공간이며 자신들은 바로 그 후손들이라는 것 등은 모두 이러한 심경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식은 이 시기 신여성의 출현으로 더욱 가속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대에 신여성의 출현과 개명의 사회적 분위기는 이들이 화전가를 짓고 즐기며 충족시키고자 했던 열망, 즉 사회적 활동과 교육의 욕구에 대한 자각을 더욱 분명하게 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