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물검색
유형별/분류별 연구성과물 검색
HOME ICON HOME > 연구과제 검색 > 연구과제 상세정보

연구과제 상세정보

첨단 과학 시대의 문학: 율리 체의 소설 <쉴프>(2007)에 나타난 인식 및 도덕 담론 고찰
Spitzentechnologischer Zeitraum und Literatur: Eine Untersuchung zum Erkenntnis- und Moraldiskurs im Roman <Schilf> von Juli Zeh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9-S1A5B5A07-2019S1A5B5A07093854
선정년도 2019 년
연구기간 1 년 (2019년 09월 01일 ~ 2020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함경희
연구수행기관 서울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물리학과 추리소설? 이 두 영역은 전혀 상관없는 듯 여겨지지만, 근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뉴턴에 이르러 확립된 물리학(고전역학)은 중세의 종교적인 세계관 및 과학을 붕괴시키고, 수량화가 가능한 법칙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방식으로서 근대에 대두된다. 근대의 과학적인 세계관은 추리소설 장르의 발생에 밑거름이 된다. 추리소설은 과학적 합리성을 특징으로 하는 근대의 산물로서 19세기 후반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율리 체 Juli Zeh의 <쉴프 Schilf>(2007)는 이처럼 근대와 밀접히 관련된 물리학과 추리소설을 소재와 형식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현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소설 <쉴프>의 주요 등장인물은 물리학자인 제바스티안 Sebastian과 오스카 Oskar이며, 이들은 뉴턴 물리학, 즉 근대 물리학의 범주를 벗어난 현대 물리학 가설을 연구한다. 제바스티안은 양자 물리학에서 출발하는 다중세계 해석을 지지하며, 오스카는 양자 물리학과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합하는 끈이론을 지지한다. 프롤로그, 7개의 장 및 에필로그로 구성된 <쉴프>는 두 물리학자의 학문적인 논쟁으로 시작한다. 이들의 대립적인 과학관은 동일한 사회 현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기반이 됨으로써 세계관으로 드러난다.
    이 작품은 위와 같은 도입부를 통해 근대 추리소설과 구조적인 차이를 보인다. 초반부에 범죄가 발견되고, 이를 해결할 형사가 등장하는 고전적인 추리소설과 달리, 이 작품에서 범죄는 3장에서 발생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쉴프 Schilf는 중반부인 4장에서야 등장한다. 작품에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과정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고전 추리소설에서 범죄 사건은 범인이나 범죄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해결되지만, 이 작품에서 발생하는 살인은 형사가 범죄를 해결하기 전에 범인과 범죄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오락성이 강조되어 통속소설로 평가 절하되던 추리소설은 범죄 해명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의미를 해명하려는 인식 담론과 도덕 담론으로 경계를 확장함으로써 근래에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적인 장르로 활용되고 있다. <쉴프>는 범죄를 대상으로 삼는 한정적인 인식 담론을 현대 물리학의 관점에서 세계와 시간을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물리학적 세계관과 시간에 관한 담론으로 확장하며, 이 작품에서는 범인과 범행 동기가 미리 밝혀짐으로써 죄와 도덕적 책임의 문제가 보다 중심에 놓이게 된다.
    본 연구는 이 지점에 천착하여 작가 체가 <쉴프>를 통해 첨단 과학 시대에 나타나는 이성적인 인식 및 도덕 감정에 대해 성찰하는 바를 주목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비교적 최신작으로, 독일에서는 학계의 본격적인 연구보다는 신문기사나 리뷰를 통해 자주 거론되며, 국내에서는 번역서가 출판되어 있으나 이를 연구한 논문은 없는 실정이다. 본 연구는 첫째, 물리학적 세계관과 시간의 문제와 결부되는 인식 담론의 층위에서 현실 및 시간 인식과 서술의 관계로서 서술구조를, 둘째, 주체의 행동 및 책임감과 결부되는 도덕 담론의 층위에서 결정론과 자유의지, 인과성과 우연의 문제를 고찰함으로써 <쉴프>를 총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비롯하여 과학 지식과 기술이 삶의 기반이 되어가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간 이성의 성과인 첨단 과학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인간이 그 동안 누리던 이성적인 존재의 지위를 흔듦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흔들린 이성과 방치된 감정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이나 마음, 생각이나 감정은 과학으로 아직 설명될 수 없거나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다. <쉴프>는 일견 가벼워 보이는 형식을 사용하면서도 진지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본 연구를 통해 이 작품이 지향하는, 첨단 과학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이성과 감정에 대한 문학적인 성찰이 과학적 진리에 매몰되어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현시대의 상황을 헤쳐 나가는데 영감을 제공할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 기대효과
  • 본 연구는 ‘포스트모더니즘’, ‘추리소설’, ‘양자 물리학’, ‘시간’, ‘인과성’, ‘우연’, ‘인식’, ‘도덕’과 같은 키워드를 포괄하면서 다음처럼 학계, 문단, 강단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 율리 체 연구 저변 확대
    율리 체는 보스니아 여행기부터 개의 시점을 서술한 소설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색다른 주제와 상이한 형식을 보여주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가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어떤 소송 Corpus delicti: ein Prozess>(2009)에 집중되어 연구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 국내 학계에 소개된 바 없는 작품 <쉴프>에 대한 본 연구는 이러한 편중성을 보완하면서, 작가에 관한 연구 목록을 균형 있게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 독일어권 최신 문학 경향 소개
    본 연구는 <쉴프>에서 다루어진 양자 물리학 소재와 포스트모던 추리소설 형식에 주목하였다. 이와 같은 소개는 ‘과학’을 소재로 한다고 해도 과학소설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 및 추리소설 장르를 활용하면서도 흥미를 넘어선 진지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독일어권 최신 문학 경향을 소개하는 동시에 새로운 주제와 모델 형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국내 문단에도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3) 문학의 기능과 가능성에 대한 인식 재고 및 학제간 연구의 계기 제공
    문학은 근대 산업화 이래 과학과 기술의 대두와 지배, 그리고 이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사유했다. <쉴프>는 과학의 주도권에 굴하지 않고 그 이면을 사유함으로써 문학의 사회적인 기능과 가능성을 담지하는 문학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간의 본질, 인과성과 행동 책임, 결정론과 자유의지, 우연의 개입 등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 놓인 문제를 다루는 이 작품을 통해 문학, 과학, 철학 외에도 윤리학 및 법학의 학제간 연구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학제간 연구의 일환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과학자와 과학에 관심을 갖는 인문학자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국내 학계에서 노력하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분리 현상을 완화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4)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고민과 토론
    오늘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발전은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를 시대적 화두로 제시한다. 현재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에 따라 반응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장차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인공의식은 결국 인간이 만들 것이다. 인간을 대신해 학습과 추론을 통해 결정과 판단을 내리는 인공지능이 인공의식으로 발전될 경우, 인공의식은 주의 깊게 프로그래밍되지 않으면 인류에게 해가 될 수 있다. 지금은, 인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거나 혹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명적 결과가 다가오기 전에,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의 의식, 생각과 감정, 마음을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작가 체는 <쉴프>를 통해 현대 과학 문명이 인간의 삶에 던지는 문제와 파장을 파고듦으로써 과학과 문명, 인간과 삶이라는 거시적인 문제와 감각과 느낌, 인식과 도덕 그리고 이와 결부된 개인 및 정체성이라는 미시적인 문제를 성찰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과학 지식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민을 들여다보고 이에 대해 토론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5) 강의 소재로서 교단에서의 활용
    이상의 기대효과를 포괄하면서 <쉴프>는 대학 강단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소설의 기능과 형식 측면에서 독일어권 현대문학의 커리큘럼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텍스트 및 영화와의 비교 고찰은 다각적인 이해의 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외 말하기 수업이나 토론 수업에서 토론 주제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문학 작품을 통한 현대 과학 문명 및 인간의 자유의지와 도덕에 관한 성찰은 문학교육학적 관점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 연구요약
  • 본 연구는 현재를 환기시키는 이 작품이 양자 물리학을 매개로 오늘날의 사람들을 어떠한 인간적인 진실과 사회적인 정의로 안내하는지 가늠해 보고자 한다.

    1) 서론부
    본 연구는 <쉴프>를 첨단 물리학 가설을 다룬 포스트모던 추리소설로 가정한다. 서론에서는 이러한 가정에 따르는 문제를 고찰한다. 첫째, 첨단 과학 가설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전반부에서 과학소설의 요소를 다분히 찾아볼 수 있는데도, 작가는 추리소설 형식을 사용한다. 대중성을 지향하는 점에서 동일하다면, 어떠한 차이 때문에 작가가 특정 장르를 선택했는지 인식 담론의 관점에서 과학소설과 추리소설을 비교함으로써 고찰한다. 둘째, <쉴프>에 나타난 도덕 담론은 메타서사, 메타이야기의 종언이라는 관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전반적인 특징과 모순되지 않는가? 이러한 문제제기로부터 도덕 담론이 <쉴프>, 나아가 포스트모던 추리소설에서 지니는 함의를 고찰한다.

    2) 본론부
    본론에서는 먼저 작품에 제시된 세 가지 사건을 살펴봄으로써 작품의 현실이 지니는 특성을 고찰한다. 이 사건들은 등장인물의 과학관 및 세계관을 드러내며, 도덕 논쟁을 촉발시킬 뿐만 아니라, 인식 대상으로서 객관적 현실이 존재하는가라는 인식 담론에 관한 질문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러한 고찰은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다원화되고 특수화된 현실 개념과 연관됨으로써 유의미하다.
    본론 두 번째 단계에서는 등장인물의 과학관 및 시간 인식, 세계관의 차이를 살펴본다. 이들의 물리학적인 의견 대립은 시간의 본질에 관한 대립으로 이어진다. 본 단계에서는 시간의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무질 Robert Musil의 <특성 없는 남자 Der Mann ohne Eigenschaften>와 비교한다. 무질의 작품에서 병렬적으로 전개되는 현실 인식은 비선형적 서술시간으로 나타나고, 직선적으로 전개되는 현실 자체로 인해 현실시간은 비가역적으로 나타난다. 체의 소설에서는 시간 및 현실의 선형적인 비가역성, 즉 코펜하겐 해석을 지지하는 오스카와 비선형적 가역성, 즉 다중세계 해석을 지지하는 제바스티안의 대립적인 주장으로 분리된다. 그렇다면 체의 소설에서 대립적으로 주장되는 현실 및 시간 인식은 현실을 서술하는 구조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본론 세 번째 단계에서는 등장인물의 도덕관 및 행동의 인과성과 우연의 문제를 살펴본다.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인식적인 정당성에 관한 논쟁은 도덕적 정당성의 문제로 연계된다. 오스카는 양자 물리학의 다중세계 해석을 자기 행동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중사고 doublethink이며, 물리학적으로 정당화된 부도덕이라고 비판한다. 제바스티안은 코펜하겐 해석을 자유의지를 인정하지 않고 인과론적 결정론을 강요하는 도덕적 교조주의라고 비판한다. 다음 날 제바스티안의 아들 리암 Liam이 유괴를 당한다. 형사 쉴프는 직감에 따라 수사하다 사건의 이면을 알게 된다. 오스카는 책임에 관한 교훈을 주기 위해 리암을 유괴한 척 꾸민다. 우연이 벌인 파괴적인 언어유희 때문에 제바스티안은 다벨링 Dabbeling을 살해한다. 이들이 내린 도덕적인 결정과 그 결과에 대한 태도는 각자의 도덕관과 일치하는가? 인간은 자유의지로 행동하는가? 인간의 행동은 결정되어 있는가? 우연이 개입하더라도, 인간은 자기 행동에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 본 단계에서는 형식 및 등장인물이 이 소설과 유사한 뒤렌마트 Friedrich Dürrenmatt의 추리소설 <판사와 형리 Der Richter und sein Henker>를 행동 인과성, 우연 및 정의 실현의 관점에서 비교한다.

    3) 결론부
    이 작품은 형사 쉴프가 ‘내면의 심판자 der innere Richter’를 불러냄으로써 자신의 마지막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끝난다. 결론부에서는 이러한 결말이 전형적 추리소설과 같이 현존 질서를 정당화하는지, 아니면 이로부터 해방의 가능성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고찰한 바를 기반으로, 동시대의 매체를 불러들임으로써 현재를 환기시키는 이 작품이 우리를 어떠한 인간적인 진실과 사회적인 정의로 안내하는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추리소설과 과학소설은 발생 계기나 시기, 대중성 이외에도 인식과 관련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나 이 두 장르는 인식 범주로서 시간 및 공간을 설정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과학소설이나 추리소설에서 시간과 공간이 그 자체로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바와 달리, 󰡔쉴프󰡕에서 현실의 시간과 공간, 즉 현실 세계 자체와 이에 대한 인식이 논의의 대상이 된다.
    제바스티안이 다벨링을 살해하도록 만든 원인이 되었던 리암 유괴 사건은 개인이 경험하는 현실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소위 객관적인 현실의 불일치를 드러낸다. 결국 진실은 개인의 인식과 해석으로 규정되는 특수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특수한 현실로서 진실이 객관성 혹은 보편적 인식과 어떻게 합치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시간은 인식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주제이다. 󰡔쉴프󰡕는 복합적인 시간구조를 보일 뿐만 아니라 이 소설에서 시간은 과학과 철학의 교차점이라는 학제적인 주제로 나타난다. 이론물리학자인 오스카는 물리적 실체로 접근하는 과학의 방식을, 실험물리학자인 제바스티안은 인식과 존재와 관련하여 접근하는 철학의 방식을 우선시한다.
    형사 쉴프는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즉 ‘내면의 관찰자’를 통해 현실의 배후에 놓인 근원 텍스트를 읽어 냄으로써 사건을 해결한다. 그러나 형사 쉴프는 자기 직업을 저주한다. 그에게 타인의 삶은 그 자신의 과거와도 같다. 과거는 관찰할 수는 있지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쉴프는 시간의 본질에 대한 제바스티안의 이야기를 듣고서 변화를 보이는데, 이 변화는 다벨링 살해의 근원을 밝히는 계기가 된다. 마침내 사건의 이면을 알게 된 형사 쉴프는 ‘내면의 심판자’를 불러냄으로써 자신의 마지막 사건을 해결한다.
    근대 추리소설은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수사를 통해 범죄를 합리적으로 해명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나 뒤렌마트의 추리소설은 이처럼 근대의 합리적인 이성에 바탕을 둔 기존 추리소설의 전제에 우연의 개입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다. 󰡔판사와 형리󰡕에서 우연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해체하고 세계의 복잡성을 드러냄으로써 이성과 논리의 한계를 증명한다. 그런데 󰡔쉴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감정, 나아가 공감이 적어도 우연한 사건을 규명하고 개인을 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판사와 형리󰡕나 󰡔쉴프󰡕는 법을 통해 처벌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이 부재한 사건을 공통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포스트모던 추리소설로서 󰡔쉴프󰡕는 범인 체포 및 처벌의 이야기가 아니라 도덕적 자기 반성을 동반하는 구원의 이야기이며, 신이 없는 세계이자 과학 시대의 사랑 이야기이다.
  • 영문
  • In addition to the occasion, timing, and popularity of detective novels and science fiction, they also have a common point that they are related to perception. However, these two genres differ in that they set time and space as categories of perception. Unlike science fiction and detective novels where time and space were excluded from the object of interest by themselves, time and space of reality, that is, the real world itself and its perceptions, are the subject of discussion in Shilf.
    The Liam abduction, which caused Sebastian to murder Dabbeling, reveals the discrepancy between the reality experienced by individuals and the so-called objective reality that people commonly perceive. After all, the truth is a special reality defined by personal perception and interpretation. Then, the question of how the truth as a special reality can be matched with objectivity or universal perception is raised.
    Schilf shows a complex temporal structure that simultaneously reveals linearity and nonlinearity in the narrative structure. In addition, in this novel, time appears as an interdisciplinary theme of the intersection of science and philosophy. Oskar, a theoretical physicist, prioritizes the method of science approached as a physical entity, and Sebastian, an experimental physicist, prioritizes the approach of philosophy in relation to perception and existence.
    Detective Schilf solves his case by reading the original text behind the reality through the voice heard in his head, that is, the “inner observer”. But Detective Schilf curses his job. To him, the lives of others are like his own past. The past can be observed but cannot be changed. However, Schilf changes after hearing Sebastian's story about the nature of time, which is important in that it serves as an opportunity to uncover the roots of Dabbeling's murder. In the end, Detective Schilf, who learns the back of the Dabbelling murder case, tries to solve his last case by calling out the "inner judge".
    Modern detective novels focus on solving cases by reasonably explaining crimes through scientific and analytical investigations. However, Dürrenmatt's detective novel raises a problem through accidental intervention in the premise of the existing detective novel based on modern rational reason. In Der Richter und sein Henker, coincidence proves the limit of reason and logic by dissolving the causal relationship of the case and revealing the complex interdependence of the world. However, Shilf doesn't stop there, but also shows that emotions and sympathy can at least serve as an opportunity to identify accidental events and save individuals. Der Richter und Sein Henker and Shilf deal in common with cases where there is no legal means to punish through the law. However, as a postmodern detective novel, Shilf is not a story of arrest and punishment, but a story of salvation accompanied by moral self-reflection in a world without God, and a story of love in the age of science.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추리소설과 과학소설은 발생 계기나 시기, 대중성 이외에도 인식과 관련된다는 공통점을 지니기도 한다. 그러나 이 두 장르는 인식의 범주로서 시간 및 공간을 설정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 과학소설이나 추리소설에서 시간과 공간이 각각 탈일상성과 일상성을 담지하지만 그 자체로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바와 달리, 󰡔쉴프󰡕에서 현실의 시간과 공간, 즉 현실 세계 자체와 이에 대한 인식이 논의의 대상이 된다. 이상을 고려할 때, 양자 물리학을 소재로 다루는 추리소설 󰡔쉴프󰡕는 과학 자체와 이에 기반한 현대 과학 기술 문화를 과학 밖 일상 현실에서 성찰하려는 시도로 간주할 수 있겠다.
    제바스티안이 다벨링을 살해하도록 만든 원인이 되었던 리암 유괴 사건은 개인이 경험하는 현실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소위 객관적인 현실의 불일치를 드러낸다. 결국 진실은 개인의 인식과 이에 따른 해석으로 규정되는 특수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보편적 현실이 어떻게 가능한가, 나아가 특수한 현실로서 진실이 객관성 혹은 보편적 인식과 어떻게 합치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시간은 인식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주제이다. 시간에 대한 관심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며, 이때 시간 개념은 분야에 따라 그 배경이 되는 형이상학적 구조와 연관된다. 과학은 물리적 실체로서, 철학은 인간의 인식과 존재와 관련하여, 문학은 언어라는 매체를 통해 주제와 형식의 차원에서 시간에 접근한다. 소설은 사건을 통해 시간을 형상화하는데, 범죄를 규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추리소설은 장르상 본질적으로 서술구조에서 이중적인 시간 양상을 보인다. 범죄 사건을 수사하고 해결하는 시간은 현재(의 연속)이지만 수사의 대상이 되는 시간은 과거이기 때문이다. 󰡔쉴프󰡕도 이처럼 서술구조에서 선형성과 비선형성을 동시적으로 드러내는 복합적 시간구조를 보인다. 이처럼 󰡔쉴프󰡕는 추리소설의 이중적인 시간 구조를 지닐 뿐 아니라, 이 소설에서 시간은 과학과 철학의 교차점이라는 학제적인 주제로서 나타난다. 이론물리학자인 오스카는 물리적 실체로서 접근하는 과학의 방식을, 실험물리학자인 제바스티안은 인식과 존재와 관련하여 접근하는 철학의 방식을 우선시한다.
    형사 쉴프는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즉 ‘내면의 관찰자’를 통해 일상의 배후에 놓인 근원 텍스트를 읽어 냄으로써 자기가 맡은 사건들을 해결한다. 그러나 형사 쉴프는 자신의 직업을 저주한다. 그에게 타인의 삶은 그 자신의 과거와도 같다. 과거는 관찰할 수는 있지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쉴프는 시간의 본질에 대한 제바스티안의 이야기를 듣고서 변화를 보이는데, 이 변화는 다벨링 살해 사건의 근원을 밝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결국 다벨링 살인 사건의 이면을 알게 된 형사 쉴프는 ‘내면의 심판자’를 불러냄으로써 자신의 마지막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근대 추리소설은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수사를 통해 범죄를 합리적으로 해명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나 뒤렌마트의 추리소설은 이처럼 근대의 합리적인 이성에 바탕을 둔 기존 추리소설의 전제에 우연의 개입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다. 󰡔판사와 형리󰡕에서 우연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해체하고 세계의 복잡한 상호의존성을 드러냄으로써 이성과 논리의 한계를 증명한다. 그런데 󰡔쉴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감정, 나아가 공감이 적어도 우연한 사건을 규명하고 개인을 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판사와 형리󰡕나 󰡔쉴프󰡕는 법을 통해 처벌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이 부재한 사건을 공통적으로 다룬다. 그러나 포스트모던 추리소설로서 󰡔쉴프󰡕는 범인 체포 및 처벌의 이야기가 아니라 도덕적 자기 반성을 동반하는 구원의 이야기이며, 신이 없는 세계이자 과학 시대의 사랑 이야기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본 연구는 ‘포스트모더니즘’, ‘추리소설’, ‘양자 물리학’, ‘시간’, ‘인과성’, ‘우연’, ‘인식’, ‘도덕’과 같은 키워드를 포괄하면서 다음과 같이 학계, 문단, 강단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율리 체는 보스니아 여행기부터 개의 시점에서 서술한 소설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색다른 주제와 상이한 형식을 보여주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가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어떤 소송󰡕에 집중되어 연구의 첫 발을 내딛고 있다. 국내 학계에 소개된 바 없는 작품 󰡔쉴프󰡕에 대한 본 연구는 이러한 편중성을 보완하면서, 작가에 관한 연구 목록을 균형 있게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쉴프󰡕에서 다루어진 양자 물리학 소재와 포스트모던 추리소설 형식에 주목하였다. 이와 같은 작품 소개는 ‘과학’을 소재로 한다고 해도 과학소설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 및 추리소설 장르를 활용하면서도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시의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독일어권 최신 문학 경향을 소개하는 동시에 새로운 주제와 모델 형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국내 문단에도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문학은 근대 산업화 이래 과학과 기술의 대두와 지배, 그리고 이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사유했다. 󰡔쉴프󰡕는 과학의 주도권에 굴하지 않고 이와 같은 현실의 이면을 사유함으로써 문학의 사회적인 기능과 가능성을 담지하는 문학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간의 본질, 인과성과 행동 책임, 결정론과 자유의지, 우연의 개입 등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 놓인 문제를 다루는 이 작품을 통해 문학, 과학, 철학 외에도 윤리학 및 법학의 학제간 연구가 가능하다. 이처럼 다양한 학제간 연구의 일환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과학자와 과학에 관심을 갖는 인문학자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국내 학계에서 노력하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분리 현상을 완화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작가 체는 󰡔쉴프󰡕를 통해 현대 과학 문명이 인간의 삶에 던지는 문제와 파장을 파고듦으로써 과학과 문명, 인간과 삶이라는 거시적인 문제와 감각과 느낌, 인식과 도덕, 이와 결부된 개인의 정체성이라는 미시적인 문제를 성찰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과학 지식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민을 들여다보고 이에 대해 토론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상의 기대효과를 포괄하면서 󰡔쉴프󰡕는 대학 강단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소설의 기능과 형식 측면에서 독일어권 현대문학의 커리큘럼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텍스트 및 영화와의 비교 고찰은 다각적인 이해의 채널을 제공할 수 있겠다. 이외 말하기 수업이나 토론 수업에서 토론 주제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문학 작품을 통한 현대 과학 문명 및 인간의 자유의지와 도덕에 관한 성찰은 문학교육학적 관점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상에서 기술한 내용과 지금까지 수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하여 학술지에 게재할 예정이다.
  • 색인어
  • 율리 체, 쉴프, 포스트모더니즘, 추리소설, 양자물리학, 시간, 인과성, 우연, 인식, 도덕
  • 연구성과물 목록
데이터를 로딩중 입니다.
데이터 이용 만족도
자료이용후 의견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