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80년대 노동시의 시적 가치를 언어와 수사 등의 형식미학적 특징을 통해 고찰하고자 한다. 이 논의는 다른 시기의 리얼리즘 시의 양식이나 시적 수사에 대한 연구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에 비해 1980년대 노동시의 시적 언어나 설득의 수사와 같은 형 ...
본 연구는 1980년대 노동시의 시적 가치를 언어와 수사 등의 형식미학적 특징을 통해 고찰하고자 한다. 이 논의는 다른 시기의 리얼리즘 시의 양식이나 시적 수사에 대한 연구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에 비해 1980년대 노동시의 시적 언어나 설득의 수사와 같은 형식미학적 측면은 아직 본격적인 연구에 이르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 노동시의 형식미학적 연구는 문학의 정치성과 미학의 관련성에 대한 논의로부터 출발한다. 랑시에르는 정치 공동체를 구성하는 작동원리를 감성의 영역에서 찾으면서, 정치와 미학이 감성적인 것을 나누고 구성하는 문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정치’는 “부분들과 몫들, 몫들의 부재가 정의되는 공간을 다시 짜는 일련의 행위”이며, 말과 소음,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을 배분하는 분쟁적이면서 유동적 과정이다. 기존의 질서에 대한 불화와, 감성의 영역을 새롭게 구성하는 전복적 행위가 바로 문학의 정치성이라는 것이다.
1980년대 노동시는 기존의 시적 문법을 다시 쓰고, 원래의 것에 의문을 던지며, 그 이상 혹은 그것의 영역 밖에서 새로운 시 쓰기를 시도했다. 이들 시는 제도적인 사회적 위계질서와 역할을 의심하고 그를 새롭게 재구성하고자 하는 지향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시어와는 다른 언어, 노동의 삶에 대한 생생한 묘사, 시적 인물과 상황을 부각하고, 그 안에서 여성, 하층민을 아우르는 ‘노동자’라는 계급적 전형을 창조해 간 점, 그리고 그에 서사를 입힘으로써 공감과 참여라는 독자의 읽기를 유도한 점이 이러한 논의에서 중요하다. 무엇보다 노동시의 정치성은 바로 감성적 불일치(불화)의 공간을 창조한 데 있다. 노동자의 삶을 보여주고, 그들의 고백과 감정에 동요하게 하며, 계급적 깨달음과 각성의 세계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미학적 힘을 노동시는 보여주고 있다. 이는 동시에 기존의 것, 지배문학, 엘리트 문학을 부정하는 반동일성의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1980년대 노동시가 당시의 시적 질서를 어떻게 전복하고자 했는지, 시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고 있는지에 관한 문제이고, 어떻게 새로운 감성의 정치성을 미학적으로 창조했는가의 문제이다. 시는 언어의 예술이다. 문학장르 가운데 가장 언어적인 것에 민감하며 언어의 운용방식이 중요하다. 시적 언어의 미학적 분배, 그것의 양상을 통해 우리는 1980년대 시가 가진 정치성의 측면에 도달할 수 있다. 그것은 감각체계의 변화에 대한 것이며, 언어의 감각적 재배치와 관련된다. 그것은 동시에 미학적 수행을 통해 정치성을 달성하려는 지향을 갖는다. 이들 시는 기존의 정치와 불화를 보여주며, 감각의 재분배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기존의 질서를 의심하고, 새로운 내적 경험을 통해 그러한 기존의 질서와의 단절을 의도하며, 나아가 불화의 과정을 전면화하면서 새로운 감성을 재창조해내는 것으로 전개된다.
본고는 ‘감성의 분할’의 정치성을 노동시의 언어, 시적 수사와 같은 형식미학적 고찰로부터 발견하고자 하였다. 이는 ‘구술성’의 언어와 ‘육체’라는 알레고리의 문제로 나누어 논의할 수 있다. 구술성은 이전의 시의 문자성, 읽기 위한 텍스트성에 저항한다. 그들에게 살아있는 시는 노동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 노동자의 감성과 언어를 들려주는 시,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직설적으로 재현하는 시이다. 노동시의 구술성은 현장성을 강조하며, 독자의 공감과 참여를 직접적으로 설득한다. 또한 1980년대 노동시에서 독특하면서 독보적인 이미지는 ‘육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노동자의 힘과 노동의 가치를 보여주는 주요한 알레고리이다. 노동시의 ‘육체’는 모더니즘의 지성, 서정시의 감성과 대비되는 것으로, 1980년대 노동시는 노동자의 ‘육체’를 새롭게 알레고리화함으로써 노동의 삶을 형상화했다.
1980년대 노동시에 대한 형식미학적 연구는 아직 시작단계에 있다. 기존의 논의들은 주제의식이나 시대적 의의만을 살필 뿐, 시의 대중성, 대중적 수사와 표현, 효과와 감성의 면면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텍스트에 대한 분석적이면서 형식미학적 연구를 통해 1980년대 노동시의 가치와 특징을 살피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문학의 정치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시의 언어나 수사에 대한 고찰을 통해 1980년대 시를 주요한 교육 문화적 가치로 접근하고 그 역사적, 문학적 의미와 가치를 재평가하고자 한다. 이는 또한 한 시대, 혹은 그의 미적 산물로서의 시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핵심어: 1980년대 노동시, 감성의 분할, 랑시에르, 형식미학, 정치성, 구술성, 육체, 알레고리, 수사학, 박노해, 백무산, 박영근, 김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