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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송주의의 관점에서 본 민중사건으로서의 2016-2017년 촛불집회 연구
A Study on the Candlelight Vigil in 2016-2017 as a Minjung Event viewed in Bergsonian Perspective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시간강사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지원년도 신청요강 한글파일 지원년도 신청요강 PDF파일 ]
연구과제번호 2019S1A5B5A07106867
선정년도 2019 년
연구기간 1 년 (2019년 12월 01일 ~ 2020년 11월 30일)
연구책임자 한정헌
연구수행기관 연세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1) 연구의 목적
    이 연구는 앙리 베르그송(Henry Bergson)의 ‘지속’(duration)과 ‘기억(무의식)’의 존재론적 관점에서 심원 안병무의 ‘민중사건론’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2016-2017년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이하 ‘촛불’이라 약함)의 독특성과 그 ‘이후’에 도래한/도래할 ‘새로운 민중’의 양상에 관해 논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아울러, 이러한 논의는 앞으로 전개될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에 관한 전망과 ‘오늘의 민중신학’의 새로운 ‘문제틀’(problematic)의 제시로 이어질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촛불’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썼으며, 이후에도 우리사회의 기득권적 질서와 부조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화산맥’으로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건이기도 하다. ‘촛불’을 ‘민중사건론’의 견지에서 다룬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뜻깊은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것이 기존의 관점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새로운 민중’의 탄생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학문적 분석 및 평가 작업은 매우 긴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촛불광장’에 참여한 이들을 과연 민중신학에서 말하는 ‘민중’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으로 ‘민중’의 범주를 ‘인물’(person)이나 ‘개체’(individuality), 혹은 특수한 ‘계층’(class) 등 어떤 ‘실체’나 ‘몰적 동일성’(molar identity)으로 정의해온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원 안병무가 주장하는 ‘사건의 신학’과 그에 기반을 둔 ‘민중사건론’에 따르면, 몰적 동일성보다는 ‘사건의 1차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중을 몰적 동일성이 아닌 사건이나 운동의 관점에서 본다면 보다 적극적인 정의가 가능한데, 그것은 결국 기성의 지배적 체제를 뒤흔들며 도래하는 변화와 생성의 운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 심원의 ‘사건의 신학’이나 ‘민중사건론’이 주로 넓은 의미의 플라톤주의에 기반한 전통적 서구신학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사유라는 점을 감안하면, 존재나 동일성 중심의 형이상학이 아닌 ‘생성존재론’의 토대에서 적극적으로 사유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만약 그것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면, ‘몰적 동일성’으로서의 ‘민중’이 ‘민중사건’을 일으키는 것이라기보다는 ‘민중사건’의 정동적 효과(affect)가 바로 ‘민중’이라는 이해가 가능하다. 즉, 고통과 한(恨)의 담지자들을 양산함으로써 작동하는 지배적인 몰적 체제에 대하여, 단지 그 체제에 의해 규정되거나 순응하는 ‘민중-이기’(being Minjung)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으로 기득권적 체제에 변화를 가져오는 민중사건 혹은 운동으로서의 ‘민중-되기’(becoming Minjung)에 참여할 때 비로소 ‘역사적 주체’로서의 민중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전통적인 몰적 동일성으로서의 민중 개념에 대한 재고와 아울러, ‘촛불’을 비롯한 최근의 사건들까지도 ‘민중사건론’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는 존재론적, 윤리학적, 신학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2) 베르그송주의의 필요성
    그런데 문제는, 사건의 신학이나 민중사건론의 이론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특히 ‘민중사건’과 ‘민중적 주체성’의 관계가 모호하고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민중사건론의 생성존재론적·범재신론적 맥락을 살리면서, 특히 본 연구자가 ‘촛불’의 가장 큰 독특성으로 간주하는 ‘촛불광장’에서의 ‘민중적 주체성’ 형성의 문제를 보완해줄 수 있는 대안적인 존재론적·신학적 관점이 요청된다. 그런 점에서 ‘베르그송주의’(bergsonism)는 크게 지속, 순수기억(무의식), 그리고 범재신론(panentheism)이 하나로 연결되는 사상적 흐름 위에서 ‘민중사건’과 ‘민중 주체화’의 관계를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유이다. 특히 하나의 ‘민중사건’이 ‘기억/역사의 종합'을 매개로 하여 ‘민중적 주체성’을 형성시키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줄 것이다.

    3) 요약
    지금까지의 내용을 다시 한번 요약하자면, 이 연구에서는 첫째, 민중신학과 베르그송주의의 창조적 융합을 통해 생성론적이고 시간론(기억론)적인 관점에서 민중사건론을 새롭게 정립하고, 둘째, 그 개념적 결과물을 가지고 ‘촛불’의 과정 및 ‘촛불 이후’의 전개에 관한 민중신학적 분석을 수행하는 가운데 ‘새로운 민중’의 등장 및 그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의 양상에 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며, 셋째, 그 모든 과정은 ‘오늘의 민중신학’의 새로운 문제설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 모색으로 귀결될 것이다.
  • 기대효과
  • 이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학문적, 사회적 기대효과와 활용방안이 예상된다.

    1) ‘촛불’의 입체적·종합적 분석과 ‘촛불 이후’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민중신학적 전망 제시
    한국 뿐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의 새로운 역사를 쓴 ‘촛불’이 차지하는 위상과 의미를 고려할 때, 다양한 관점의 이해와 평가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며, 그런 점에서 민중신학적 이해와 평가는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민중사건론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맥락에서 ‘촛불’의 독특성과 차이를 평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이후에 전개될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의 방향을 전망하는 하나의 유용한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2) 민중신학의 새로운 출구 및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 발견
    민중신학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정치신학으로 평가받아왔으나, 1990년대 이후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점진적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 연구는 민중의 몰적 동일성의 범주가 아닌 사건론과 시간론의 견지에서 민중사건론을 재조명함으로써 민중신학이 여전히 유효한 담론이라는 점을 밝힐 것이며, 민중신학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에 기여할 것이다.

    3) 베르그송주의와의 창조적 융합을 통한 학문적 기여
    이 연구는 민중신학과 베르그송주의를 단순히 이어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각각의 사유를 재해석하여 상호 종합하는 창조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주된 관심은 베르그송주의적 관점에서 ‘민중사건론’과 ‘촛불’을 분석 및 평가하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베르그송의 사유 역시 민중신학과의 연관 속에서 새롭게 재조명될 것이다. 즉, 베르그송의 지속론 및 기억론의 연결을 토대로, 그의 범재신론적 사유를 추출하여 종합하고, 궁극적으로 민중사건론과 종합함으로써 민중신학은 물론이고, 베르그송의 종교철학에 있어서도 새로운 논의를 이끌어낼 것이다.

    4) 학제간 연구 및 교육과의 연계 활용
    이 연구는 크게 철학, 정치학, 사회학, 신학 등 학제간 연구 및 강의로 활용될 수 있다(관련 논문집 발간 및 교재 개발, 관련 강의 개설 등). 또한 기독교신학 내에서 종교철학, 조직신학, 문화신학 뿐 아니라 특히 기독교윤리학 분야의 연구 및 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독교윤리학은 현재 다른 전공분야로 흡수되거나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현재 어느 때보다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무와 역할이 시급한 과제인 만큼 기독교윤리학의 연구 및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그러한 필요에 부합하는 연구라 여겨진다.
  • 연구요약
  • 이 연구는 ‘베르그송주의’(지속론과 기억론)에 의해 재조명된 ‘민중사건론’의 견지에서 ‘촛불’의 독특성 및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새로운 민중’의 등장, 그리고 그 이후에 전개되는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의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오늘의 민중신학’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 및 방법으로 구성될 것이다.

    1) 베르그송주의의 방법론적 활용계획

    (1) 첫째, 베르그송주의는 민중사건론을 기억/역사의 차원에서 민중적 주체성 형성론으로 연결시키는 데 필요한 사유모델(순수기억론)을 제공할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베르그송의 ‘지속’과 ‘기억’의 이론을 개체나 개인을 넘어 우주적·역사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이를 범재신론의 사유와 연결하여, 어떻게 과거(기억)의 ‘민중사건’들이 현재 경험하는 ‘민중사건’으로 연장되어 차이를 동반하는 반복으로서의 ‘화산맥’을 형성하는지, 또한 그럼으로써 ‘지속’으로서의 ‘민중사건’이 어떻게 ‘시간/역사의 종합’을 통해 ‘민중적 주체성’으로 이어지는지 밝힐 것이다.
    (2) 둘째, 베르그송의 사유는 ‘지속론’의 연장선상에서 ‘열린사회’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중시하는데, 이를 ‘민중사건론’ 및 ‘민중메시아론’과 연결시켜 적극적인 기독교 사회윤리학적 모델로 활용할 것이다. 생성존재론과 범재신론에 기반한 베르그송의 종교철학적 입장이 민중사건론 및 민중메시아론과의 창조적 종합을 통해 열린사회를 위한 대안적인 기독교 사회윤리학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2) 몰적 동일성으로서의 민중 개념 재고와 ‘지속’으로서의 ‘민중사건’ 개념 제시, 그리고 ‘촛불’의 민중신학적 이해

    베르그송주의적 민중사건론의 견지에서 본다면, 민중은 어떤 특수한 사람이나 계층 등 어떤 몰적 동일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생성과 변화의 운동에 의해 정의된다. 따라서 민중은 그 자체로 메시아적 주체인 것이 아니라 ‘민중-되기’(becoming Minjung)의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윤리학적 주체로서의 민중이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전통적 민중 뿐 아니라 오늘날 다양한 얼굴로 등장하는 사회적 타자와 소수자 들을 ‘민중사건’ 혹은 그 효과로서의 ‘민중’의 범주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특히 ‘촛불’을 민중신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론적·윤리학적·신학적 근거로서 작용할 것이다. 무엇보다 ‘촛불’은 기성의 지배체제를 무너뜨리며 도래한/도래하는 민중-되기의 운동으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촛불’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전망과 민중신학의 새로운 문제설정

    ‘촛불’은 ‘새로운 민중’을 탄생시켰고, 이후 한국의 미투운동 등 지배적 동일자들에 의한 부조리와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민중적 저항과 감시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민중-되기’의 운동이 아닌 어떤 특수한 집단이나 상태로서의 ‘민중-이기’(being Minjung)에 고착될 때이다. 이때 민중은 기성의 몰적 체제에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하고, 오히려 지배적 질서를 공고히 하는 데 종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몰적 동일성을 넘어 ‘타자’를 향해 나아가려는 ‘타자-되기’의 운동이나 윤리적 노력 없이 단지 결과로서의 ‘차이’(동일성)만 강조된다면, 오히려 인종·민족·계급·성 등 타자에 대한 적대와 혐오의 정치학이 작동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에서는 ‘촛불’ 이후 몰적인 소수자 운동 집단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타자에 대한 적대와 혐오의 실제 사례들을 분석하고, 생성존재론과 범재신론적 구도(plane)에서 민중사건론과 민중메시아론을 연결시켜 부단한 운동으로서의 ‘민중-되기의 윤리학/정치학’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하며, 이를 ‘오늘의 민중신학’의 새로운 ‘문제틀’(problematic)로 설정할 것이다.

    4) 한국의 민중신학을 넘어 보편적인 타자 윤리학/정치학으로서의 가능성 모색

    민중신학은 최근 화두로 떠오른 타자(소수자) 윤리학/정치학의 관점을 이미 상당부분 선취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사건의 신학이나 민중사건론이 제기한 문제의식처럼, 실체나 몰적 동일성 중심의 소위 존재존재론(ontology of Being)적인 형이상학과 그에 기반을 둔 초자연주의적 유신론의 패러다임을 가지고서는 민중신학이 애초부터 가지고 있던 보편적인 타자 윤리학/정치학적 관점을 실현하기 어렵고, 결국 대안 없는 ‘차이의 정치학’의 한계에 갇히고 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에서는 생성존재론적·범재신론적 바탕 위에서 보편적인 ‘타자-되기’의 윤리학/정치학의 잠재성을 현실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민중의 도래를 긍정하고 증언하는 신학이라는 점을 밝힐 것이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이 연구의 목표는 ‘2016-2017년 촛불집회’(이하 ‘촛불’로 약함)에 관한 민중신학적 이해에 있다. 본 연구자는 ‘촛불’을 새로운 민중이 출현한 하나의 민중-사건으로 보았다. 그리고 베르그송주의적 관점에서 민중-사건으로서의 ‘촛불’과 새로운 민중적 주체화를 연결시켰으며, 그 이후의 양상을 분석 및 평가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민중-사건의 사건적이고 시간적인 성격에 주목하였고, 이런 성격을 더욱 명확하게 하기 위해 베르그송의 사유(특히 기억론)을 통해 민중-사건의 개념을 재조명하였다.

    ‘촛불광장’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타자와의 마주침을 통한 변양(modification)과 감응(affection), 그리고 민중적 주체화의 장으로서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이런 특성은 베르그송의 사유를 통해 이해할 때 명석하게 드러난다.

    이상에서와 같이 이 연구는 ‘촛불’에 관한 민중신학적 연구이면서 동시에 베르그송주의와의 접속을 통한 민중신학의 새로운 모색의 성격을 갖는다.
  • 영문
  • This research aims at an Minjung theological understanding on candlelight vigil in 2016-2017. In this study, I regard this candlelight vigil as an “Minjung event” from which a new Minjung emerged. Then, from a point of Bergson’s thought, I connect candlelight vigil as an Minjung event with a subjectivation of new Minjung.

    I put my focus on the eventful and temporal character of the Minjung event in this research. To make this character more clear, I shed light on the concept of the Minjung event through Bergson’s thought.

    In this research, Candle square is not a just physical place, but rather a place that played a role for modification and affection through an encounter with others and for a subjectivation as a Minjung. This characteristic is being more evident when understood with Bergson’s thought.

    As above, this research is an Minjung theological study on candlelight vigil and at the same time has the character of a new exploration for Minjung theology through connection with Bergson’s thought.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이 연구에서는 민중신학적 관점에서 ‘2016-2017년 촛불집회’(이하 ‘촛불’로 약함)를 하나의 ‘민중-사건’으로 정의하였다. 일반적으로 ‘민중-사건’은 민중의 사건, 즉 몰적 민중(molar Minjung)이 중심이 된 사건으로 이해되기 쉽다. 하지만 그럴 경우, “‘촛불’에 참여한 시민들은 과연 민중인가?”하는 물음이 제기되며, 이는 “민중이란 누구인가?”와 같은 더욱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오래 전부터 민중신학의 내·외부에서는 1970-80년대의 특정한 몰적 민중이 사라지면서 민중신학의 위기론이 확산되었고, 사실상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보는 입장이 다수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민중-사건의 사건적/시간적 성격에 주목한다. 사실 심원 안병무(이하 심원으로 약함)에 의해 정초된 ‘민중-사건’ 개념은 ‘인격’(person)이나 ‘동일성’(identity)이 아닌 ‘사건’(event)으로서의 민중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먼저 몰적 민중이 있고나서 민중-사건이 있다기보다는 민중-사건의 효과로서 몰적 민중이 존재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여기서 말하는 순서는 시간적 순서가 아닌 논리적 순서). 그리고 이런 민중-사건들은 역사를 관류하며 하나의 화산맥을 형성하고, 들뢰즈/가타리 식으로 표현하면 역사 속에서 강도 높은 고원들로 반복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건론적/시간론적 성격을 보다 명확하기 드러내기 위해 이 연구에서는 베르그송의 시간론, 구체적으로 그의 기억론/무의식론을 통해 민중-사건 개념을 재조명하고자 하였다. 이런 시도의 가장 큰 필요성은, 베르그송주의의 생성존재론적-범재신론적 구도에서 시간론과 주체론이 하나로 이어져있다는 점에 있으며, 이는 민중-사건과 그 반복으로서의 화산맥이 어떻게 하나의 민중적 주체화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이 연구에 있어서 가장 적합하고 유용한 방법론이다.
    이상의 종합적 관점에서 볼 때, ‘촛불’은 고통의 감응(affection)을 산출한 민중-사건이며, 그런 점에서 ‘촛불’의 대중과 1970-80년대의 민중은, 비록 그 몰적 형태는 다를지언정 동일한 감응적 효과 혹은 감응태(affect)로서의 민중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촛불광장’이 갖는 ‘마주침’(encounter)의 장으로서의 독특성은, 현재의 사건을 지나간 민중-사건들과 연관시키고, 나아가 화산맥의 역사적 종합을 발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민중의 자기초월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즉자적 민중’에서 ‘대자적 민중’으로의 자기초월, 달리 말해 ‘민중-이기’(being Minjung)에서 ‘민중-되기’(becoming Minjung)로의 넘어섬이다. 즉, 화산맥의 반복과 차이로서 ‘새로운 민중’이 도래하는 것이다.
    ‘촛불’ 이후의 새로운 민중은 ‘정의’의 문제제기 혹은 문제-틀(problematic)에서 태어난 사건적 존재이다. 우리사회의 정치와 경제 뿐 아니라 교육, 문화, 언론 등 곳곳에 만연한 부정의와 불공정에 대한 현실 인식은, 지난 ‘세월호 사건’ 이후에 구체화되기 시작하여 ‘최순실 게이트’에 이르러 그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민중의 탄생과 맞물려 기성의 몰적 체제의 전복으로 나타났으며, 공정과 정의에 대한 문제제기는 크고 작은 불씨가 되어 사회 곳곳으로 옮겨 붙고 있다. 문제는, ‘촛불’ 이후의 새로운 민중을 특정한 몰적 집단이나 상태로 환원하는 데 있다. 그 지점에서 ‘촛불’은 더 이상 기존의 몰적 체제에 변화를 불러오는 민중-사건이기를 그치고,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 안에 포섭되거나 이념·세대·성 등 특수한 몰적 집단의 동일성에 흡수된다.
    요컨대 이 연구는 ‘촛불’을 새로운 민중이 출현한 민중-사건으로 보았고, 베르그송주의적 관점에서 민중-사건으로서의 ‘촛불’과 새로운 민중적 주체화를 연결시켰으며, 그 이후의 양상을 평가 및 전망하였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이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학문적 기여와 활용이 예상된다.

    1) ‘촛불’의 신학적 해석 및 평가
    ‘촛불’은 한국사회 뿐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일대 사건이다. 그 만큼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하며, 기독교신학 역시 우리사회에서 발생한 이 세계사적 사건에 대한 신학적 증언과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이 연구는 앞으로 ‘촛불’의 신학적 해석과 평가를 위한 하나의 토대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2) 민중-사건 개념의 재해석과 민중신학의 외연 확장
    민중신학은 1970-8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며 세계적인 정치신학으로 발돋음 하였으나, 1987년 체제 이후 급격한 외부적 환경의 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쇠퇴하였다. 따라서 민중신학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학문적 출구를 발견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있다. 그런 점에서 이 연구는 사건론과 시간론의 견지에서 그 해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민중신학이 위기에 직면한 이면에는 외부적인 환경변화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몰적 동일성에 대한 집착이 더욱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하여, 민중-사건 개념의 사건론적·시간론적 측면을 재조명할 경우, 특정 시대의 한계를 넘어 보편성을 강화할 뿐 아니라 현대정치철학의 타자론, 소수자론, 다중론 등과 연속성이 확보됨으로써 민중신학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3) 베르그송주의와의 접속과 신학적 전유 가능성
    이 연구는 기본적으로 베르그송주의와 민중신학을 연결 및 종합하는 학제간 연구의 성격을 갖는다. 물론 주된 관심은, 베르그송주의적 관점에서 민중-사건 개념과 ‘촛불’을 이해하는 데 있지만, 베르그송의 사유 역시 민중신학과의 연관 속에서 새로운 변용과 확장이 이뤄진다. 비록 연구주제의 범주상 한계를 갖지만, 베르그송의 사유를 정치철학적, 종교철학적 측면에서 다시 음미해보고, 기독교 신학적 전유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교육과의 연계 활용, 기독교윤리학 연구 활성화
    이 연구는 향후 지속적인 관련 연구 및 강의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관련 논문집 발간 및 교재 개발, 관련 강의 개설 등). 기독교신학 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독교윤리학과 종교철학 분야의 연구 및 교육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독교윤리학의 위상은 그 학문적·실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전공에 흡수되거나 대체되는 등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현재 어느 때보다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무와 역할이 요구되는 만큼 기독교윤리학의 연구 및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그런 점에서 이 연구는 기독교윤리학 분야의 활성화에 작게나마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색인어
  • 민중신학, 민중-사건, 베르그송, 안병무, 촛불집회
  • 연구성과물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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