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의 가장 큰 목표는《융당서해》의 완역이었으며, [中國哲學書電子化計劃(ctext.org)]이라는 중국의 DB 사이트에 있는 원문 파일과 이미지를 참조하여 청대의《흠정사고전서》본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했다. 2020년 초부터 錢時의《융당서해》원문을 저본과 대조하며 표점작업을 진행 ...
이번 연구의 가장 큰 목표는《융당서해》의 완역이었으며, [中國哲學書電子化計劃(ctext.org)]이라는 중국의 DB 사이트에 있는 원문 파일과 이미지를 참조하여 청대의《흠정사고전서》본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했다. 2020년 초부터 錢時의《융당서해》원문을 저본과 대조하며 표점작업을 진행하였으며, 2021년 6월경에 거의 마무리 되었다.
《융당서해》번역은 《서집전》과의 비교를 위해, 처음부터 《서집전》을 학습하는 것과 동시에 진행되었다. 주자는 그동안 ‘공자의 저술’이라고 여겨져 왔던 <書序>의 진위 여부를 의심했기 때문에 그 제자인 채침 역시 책의 말미에 한꺼번에 모아서 부록으로 실어두는 정도였을 뿐, <書序>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전시는 고주소의 방식을 따라 <書序>를 각 편의 첫머리에 기재했고, 현재 전해지지 않는 逸書의 서문까지도 《경전석문》이나 《사기》등을 참고하여 당시의 일을 대조하는 식으로 편제를 풀이했다. 그러므로 경문 번역에 있어서는 《서집전》을 참고했지만, <書序> 번역에 있어서는, 매 편의 앞에 <書序>를 실었던 당나라 주석가 공영달의 《상서정의》를 참고하여 번역할 수 밖에 없었으며, 《서집전》과 《상서정의》두 책 모두 [동양고전종합DB(db.cyberseodang.or.kr)]라는 사이트에서 원문과 해석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당초 계획에서는 예상치 못했지만, 《상서》의 2체제라고 여겨지는 고주소 《상서정의》와 신주소인 《서집전》을 동시에 학습하게 되었으며, 이는 전시의 《융당서해》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작업이었다고 생각되어진다. 古義을 중시하면서도 고주소인《孔傳》을 의심했던 전시의 경학적 성향은, 옛것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새로운 설을 내놓기 좋아했던 송대 상서학 연구의 장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夏書》의 <禹貢>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전시가 지금까지의 해석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편을 해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이 편에서 세 번 반복되는‘旅’자에 대한 해석을 대상으로 《서집전》과의 비교 연구를 진행했고, 2021년 3월에 <錢時의 《融堂書解》와 蔡沈의 《書集傳》해석 비교 ― 〈禹貢>편의 ‘旅’자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게재하게 되었다.
이번 연구의 성공 여부는 ‘정조의 《경사강의》에서 제시한 조문이 과연 전시 해석의 타당성을 드러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오직 단일체제인 《서집전》으로만 《상서》를 연구하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서집전》에 대한 모순점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정조의 《경사강의》를 선택하게 되었지만, 경연 등의 파편적으로 제시되는 정조의 상서해석의 틀에서 《서집전》과 《융당서해》의 비교 시각을 도출시키려는 연구의 적절성에는 분명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게다가 연구의 성공을 위해서는 《융당서해》에 좀 더 집중해서 정확하게 평가하고,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만한 인물이나 주석서를 통해 그 가치를 드러내는 방식이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단순히 주희와 전시의 해석 차이를 비교하는 것에서 벗어나, 한국과 중국 유학자들간의 비교철학적 지평 위에서 한국의 성리학적 사상의 특징에 대해서도 연구를 시작해보고자 했었기에, 정조의 《경사강의》역시 열심히 연구했고, 이러한 연구의 최종결과물로 본인은 <正祖의 《경사강의》를 통해 본 전시의 <洪範> 해석> 이라는 논문을 2021년 9월에 게재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사고전서제요>에서는 전시의 《융당서해》에 대해, “널리 탐구하여 멀리 있는 학문을 잇고자 하는 뜻이 성실하고 돈독하다.”, “선인들을 모방하지 않고 스스로 심득한 바를 펼친 것이다.”, “그 자료를 취함은 넓고도 정밀하며 그 의리를 세움은 새로우면서도 확고하니, 송나라 사람들의 경전 해석 중에서는 보기 드문 책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제요>에서 예를 들었던 전시의 《상서》해석들을 깊이 고찰하여 이 주석서가 이 평가에 매우 부합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했기에, 2021년 12월18일에 개최된 “2021년도 중국인문학회·대한중국학회 추계연합 국제학술대회: 뉴노멀 시대, 중국 인문학 담론”이라는 학술대회에서 <錢時의 《융당서해》연구>를 발표하게 되었다. 경학적 성향을 거의 보이지 않았던 상산학 계열에 《상서》에 대한 경학적 해석서가 남아 있다는 점은 우리가 상산학 계열의 학문적 계보를 새롭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며, 연구의 성공 여부를 떠나 한국 학계에 《융당서해》가 소개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 연구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