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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앙인의 낙태 경험의 의미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Phenomenological Study on the Meaning of Abortion Experience of Female Believers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 #40;B유형& #41;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연구과제번호 2020S1A5B5A17089221
선정년도 2020 년
연구기간 1 년 (2020년 09월 01일 ~ 2021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강석주
연구수행기관 & #40;사& #41;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본 연구의 목적은 여성 신앙인에게 낙태라는 경험이 어떤 체험인가를 심층적으로 고찰하여 그 의미와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 신앙인은 자신의 체험이 종교적 교리와 여성주의 인식론 모두에서 온전히 치유받기 어렵기 때문에 어쩌면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언어적 자원을 아직 갖지 못한, 가장 소외되고 고통 받는 존재일 수 있다. 이 곤경 속에서 여성들이 느끼게 되는 모순과 양가감정이 무엇인지 그동안 관심의 대상이 된 적도, 설명의 노력이 이루어진 적도 없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신앙인의 임신중지 경험을 깊이 듣고, 그들이 내적으로 갈등하고 생존을 위해 고투하며 치유를 모색하는 과정을 심도 깊게 탐색하고자 한다.
    20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형법의 낙태죄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우리사회는 2020년 12월말까지 낙태죄 처벌조항을 삭제하거나 모자보건법 등을 헌법의 취지에 맞게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 개정의 과제와는 별개로 실제 임신중지를 했거나 현재 임신갈등 상황에 처해 있는 당사자 여성들의 경험은 법 담론을 넘어서는 사회적 인식, 규범, 문화로부터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기존 연구의 대부분이 법 담론의 틀 안에서 이뤄져왔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재생산 건강권(reproductive health right) 이슈에 개입하며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내는 대표적 주체들을 꼽는다면 국가, 의료계, 종교계일 것이다. 국가는 현재 법제도를 개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만큼 그동안 한국여성들의 출산조절 권리를 통제하고 인구정책의 도구로 활용해온 역사를 성찰할 시점이 된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계에서도 주류는 아니지만 여성들의 재생산 과정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수행되도록 도우려는 대안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어 변화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종교계는 생명윤리의 담지자 역할을 자처하는 주요 세력인데 낙태문제를 둘러싸고 과거로부터 조금도 변화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가장 완고하고 강력하게 수치심과 죄책감을 심어주는 서사와 메시지를 주입해오고 있다. 이들은 여성의 몸을 둘러싼 오래된 가부장적 인식을 사회를 향해 지속적으로 발신하며, 예기치 않는 임신의 사건을 맞닥뜨린 여성들을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는 태아생명 우선보호의 관점에서 “생명 vs 선택”이라는 허구적 이분법을 계속 확산시키는 중심축의 역할을 한다. 낙태죄 폐지라는 법적 과제의 시급성이 사라진 한국의 현 시점은 종교가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여성들의 재생산 정의와 건강 문제에 어떻게 개입해 왔고, 개별 여성들의 무의식과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볼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계기이다.
    임신중지는 여성 고유의 경험임에도 여성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연구들은 상대적으로 희박하다. 기존의 부족하고 평평한 담론 상황에서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기보다 사회적으로 주어져 있는 답들을 체화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 답들은 대개 여성에게 문란하다는 성적 비난을 가하고, 모성을 저버렸으며,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낙인에 가까운 것들이다. 맥락적이고 다층적인 여성들의 구체적인 임신중지 경험과 의미화 과정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며, 특히 종교활동과 낙태경험 사이를 매개하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
    이 연구는 그동안의 학술적·사회적 담론장 안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 신앙인의 낙태 체험세계를 발굴하게 될 것이다. 죄책감과 책임의식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기 몸에 대한 주체성과 통합시키고 삶의 접점을 찾아 나가려는 개별 여성들의 고투가 의미화 과정을 거쳐 현상학적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다. 또한 종교 내부에서 작동되던 낙태여성의 치유를 돕는 의례의 작동방식과 구체적인 내용 및 효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낙태죄 폐지 이후 시대 여성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지지와 지원의 방향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제시하게 될 것이다.
  • 기대효과
  • 이 연구를 통해 낙태 경험이 있는 여성 신앙인에게 그 체험의 의미와 본질은 무엇인지, 또 생명과 종교, 여성과 몸의 의미는 무엇인지 다층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이 연구에 참여하는 여성들은 ‘그 경험이 나에게 무엇이었는가?’ 라는 질문에 자기만의 목소리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회적 낙인과 종교적 죄책감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 받았으나 여성운동과 여성주의 담론조차 이들에게 온전한 해방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킬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이 나름대로의 인생서사를 언어화 하면서 치유의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으리라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여성의 몸과 건강, 재생산 정의와 권리를 통제해온 한국의 사회구조와 맥락 속에서 낙태를 경험한 여성, 그것도 신앙인의 삶의 경험을 당사자 여성들의 관점과 시각에서 귀납적으로 밝히려는 현상학적 질적 연구는 국내 최초로서 그 의의가 상당히 크며, 후속연구들을 견인할 수 있는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연구의 대상자 집단(한국 가톨릭 여성 신앙인)의 낙태 경험이야말로 가장 소외되고 이해받지 못할 일로 가려져 있던 것인데 이를 가시화 하는 것은, 낙태죄 폐지 이전과 이후의 시간을 동시에 살게 된 한국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사회적 지지와 지원의 방향성을 제안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연구의 결과는 앞으로의 여성 재생산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의 하나의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가 여성보건 정책에서 정서적 이해와 감정의 돌봄이 특별히 강화될 필요가 있으며, 이 연구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성 종교에 주는 파급력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종교가 임신중지를 강하게 단죄하면서 여성의 내면을 공격하고 수치심을 주는 화법을 반복해왔지만, 고통스런 경험을 한 여성들에게 치유 방법과 공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전환할 수 있도록 이 연구가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종교기반 교육제도와 의료체계에서의 콘텐츠 및 방침 변화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는 질적 연구로서 기존 연구자들의 이론적 관점에 물들지 않은 인간의 생생한 경험을 연구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기존연구의 지평 위, 연구자의 선-이해에서 출발하겠지만 막상 여성들의 실제 체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존의 선입견을 넘어서고 그동안 우리사회 만연했던 임신중지 여성을 향한 단편적 인식과 부정적 낙인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밴 매넌에 따르면 현상학의 특징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단어는 ‘사려’이다. 이 연구가 연구참여자들의 경험과 그것이 본인들의 삶에서 가지는 의미를 사려 깊게 상념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연구로서 좋은 현상학 연구의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향후 관련 연구분야(여성학, 종교학, 신학, 사회학, 보건학 등)의 지식증진에 기여하면서 나아가, 여성건강과 몸, 생명과 종교, 섹슈얼리티 문제의 교차지점에 관한 연구들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학문적 기여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 중에 생산되는 중간결과물은 인터뷰 원자료 녹음파일과 녹취록 원본, 현장 연구노트 등이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KCI급 학술지 논문화 작업을 2편정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물론 연구윤리를 엄밀하게 적용해야 하겠지만 이 연구의 결과를 학술서와 대중서 중간 형태의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본인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언론사 칼럼 연재와 대중강연 등에서 연구참여자의 인구학적 정보를 뺀 연구의 논의부분과 사회적 함의 위주로 내용을 전달한다면 임신중지에 대한 대중의 편협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추후 이런 작업들을 모아서 ‘종교와 여성 섹슈얼리티의 만남’을 목표로 하는 보다 넓은 주제로 확장된 대중서도 발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연구요약
  • 이 연구는 여성 신앙인이 경험한 임신중지 체험의 의미와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현상학적 질적 연구이다. 임신중지라는 여성 고유의 체험을 한 사람들이 처해있는 사회적 환경이자 문화적 규범으로서의 종교현상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고자 하는 시론적 시도로서 의미를 갖는다.
    대표적인 제도종교 중에서도 세계사적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가장 낙태문제에 완고하고 보수적인 가톨릭을 다룰 것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1999년 설문조사에서, 가톨릭 신자의 65.5%가 낙태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는 10명 중 4명이 낙태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종교생활을 하는 많은 여성들은 종교적 규범과 자신이 처한 절박한 상황 중에 후자를 택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적·정서적으로 매우 고통스런 결단이자 자기 몸으로 직접 체험한 경험을 도대체 어떻게 의미화하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드러난 바가 없기 때문에, 이를 여성 신앙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 연구방법으로는 밴 매넌(Max van Manen)의 해석학적 현상학을 적용하려고 한다. 현상학은 질적 연구 중에서도 인간의 어떤 경험이 바로 그 경험이게끔 만드는가 하는 본질적 측면을 탐구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 밴 매넌은 인간의 행위체험을 민감하게 해석하기 위한 길잡이로서 4개의 근본적 실존체를 제시했다. 그것은 체험된 몸(lived body몸성), 체험된 시간(lived time시간성), 체험된 공간(lived space공간성), 체험된 타자(lived other관계성)이다. 연구참여자가 종교적 죄책감을 어떤 행위를 통해 극복하고자 노력했고, 자기 몸에 대한 주체성을 어떻게 확립해 나가려고 했는지(몸성), 연구참여자의 생애 중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함으로써 단절됐거나 변화된 시간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시간성), 성당·피정·병원 등의 공간 속에서의 경험 이야기(공간성), 떠나보낸 아이-하느님-나 사이의 관계정의 및 종교공동체 안에서의 생활세계(관계성)등을 심층적으로 질문한다. 이 4가지 실존체 논의가 마지막에 통합될 수 있도록 연구참여자의 구술 속에서 가장 근본적인 핵심문제와 그것의 상호순환 구조를 밝혀낼 것이다.
    자료수집은 심층면담과 참여관찰의 방법을 통해 하고자 한다. 주 연구참여자 10명 내외, 보조 연구참여자 5명 내외를 심층면담하고, 가톨릭에서 주관하는 낙태 후 치유피정과 낙태종식 기도회 및 미사를 참여 관찰한다.
    하지만 실제로 낙태는 여성에게 매우 트라우마틱한 경험이기 때문에 연구참여자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따르리라 예상한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 그리스도교 문화배경을 공유하는 개신교 신자를 일부 포함할 수 있다. 신자인 조건만 맞추고 나이, 혼인유무, 임신중절 시기, 지역, 학력, 직업, 소득수준, 종교생활 열심도 등은 통제하기가 다소 어려울 것이다.
    연구참여자에게 “당신의 종교생활과 임신중지 경험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편안하게 말씀해 주세요.”라고 질문한 후 그녀의 구술내용에 따라 세부질문을 좁혀 나가면서 낙태시기, 낙태이유, 관련의례 참여유무와 동기, 종교생활 전후의 느낌 등을 묻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풀고자 하는 연구문제는, ‘신앙인인 자신에게 임신중지는 어떤 경험인가’와 ‘임신중지 당사자로서 종교는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이다.
    보조 연구참여자로서 가톨릭대에서 생명윤리를 가르치는 사제, 낙태 치유피정을 운영하는 수녀, 산부인과 의사, 성모병원 간호사, 관련 인터뷰를 진행해본 여성운동 활동가 등을 접촉할 예정이다. 이들이 임신중지 경험을 간접체험하면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견해들이 주 연구참여자의 구술이 놓인 맥락과 그 안의 경합·충돌지점을 정확하고도 폭넓게 해석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낙태 후 치유피정과 낙태종식 기도회 및 미사를 참여관찰 하고자 하는 본인의 계획은 보다 세심한 윤리적 고려와 준비가 필요하지만, 가능하다면 봉사자로 참여하며 여성 개인들에게 교회가 제공하고 있는 치유 프로세스의 함의와 집단 전체를 움직이는 종교적·사회적 규칙을 발견하고 분석해낼 것이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이 연구는 대표적인 제도종교 중에서도 세계사적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가장 낙태문제에 완고하게 반대해온 가톨릭에 주목하면서, 그 안에서 종교생활을 하는 신자들 중 임신중지(termination of pregnancy)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자기서사를 현상학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다. 임신중지를 경험한 당사자 여성들이 자기신앙을 잃지 않기 위해 고투하는 과정에서, 임신중지라는 사건과 신앙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충돌하고 경합하며 조율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한국 가톨릭 신자 여성 15명을 주요 연구참여자로 하여 심층면담을 수행하였다.
    그녀들의 인생에서 어느 시점에 예기치 않게 겪게 된 임신과 그것을 중단했던 경험은 자신의 종교가 소리 높여 강조해온 가치규범과의 불화를 가져온 결정적 사건이 되었다. 이들에게 임신중지는 종교생활을 무척 어렵게 만든, 하지만 그로 인해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밖에 없게 된 경험으로 설명되고 있었다.
    우선,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이 피임실패의 결과로서 의도하지 않았던 임신의 사건을 마주하고 임신중지를 경험하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임신중지 뿐 아니라 인공피임에 반대하는 가톨릭교리의 영향이 있었다. 주로 기혼여성들을 중심으로 불확실한 피임법을 가톨릭교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교육받았고 이를 실천한 결과로서 임신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 가톨릭 신자들은 임신중지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종교문화에 노출이 되는 상황에서, ‘낙태’를 꾸짖는 방식으로만 거론하는 종교적 환경 안에서 자신들의 내밀한 상처들이 지속적으로 건드려지며 덧나는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상처의 치유와 회복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교회 활동에 냉담해진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연구참여자 여성들에게 임신중지는 한편으로 기도와 묵상 위주의 개인적 신앙관을 정립하는데 이정표가 되게 한 경험이었다. 이들은 임신중지라는 실제 ‘체험’과, 자신들이 따라야 할 종교적 ‘가치’ 사이의 모순을 직면했으면서도, 스스로의 신앙적 자리와 방향성을 찾아내기 위해 분투해온 신앙 여정의 서사를 갖고 있었다. 가톨릭교회가 소리 높여 외치는 낙태반대의 메시지와 내가 실제 경험한 한 사건이 같은 노선 안에서 병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쉽게 찾아지지 않았지만, 신앙을 포기하거나 혹은 자신의 경험을 직면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성직자와 수도자의 신앙생활 지도나 안내에 의지하기 보다는 개인적 차원의 영성수련과 기도생활에 집중하였다. 결국 하느님과 일대일의 깊은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였고, 개인적 차원의 신앙생활 양식을 정립하였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 더 좋은 모습으로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고투의 과정 속에서 신에 대한 깊은 이해, 더 나아가 생명과 사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해질 수 있었다.
    이 연구는 가톨릭 신앙인 여성들의 임신중지 라는, 사회적·학술적 담론의 철저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삶의 경험들을 발굴하고 그 의미를 분석한 국내 최초의 연구로서 의의를 갖는다.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신앙적 고민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문제에 대한 씨름으로 비칠 수도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전히 최악의 경우 낙태한 사람을 살인자라 규정하고 있는 종교적 담론이 한 편에서 건재한 상황에서, 그 사이의 새로운 이야기를 언어화하여 담론 장에 제출하였다.
    이를 통해 임신중지 이슈를 둘러싸고 ‘태아의 생명 vs 여성의 선택’이라는 해묵은 이분법적 구도가 얼마나 허약한 것이었는지를 규명하였다. 죄책감과 책임의식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기 몸에 대한 주체성을 발휘하며 이를 자기 신앙과 통합시키고자 고군분투해온 개별 여성들의 삶이 구체적 언어와 의미를 획득하게 되었다.
  • 영문
  • This study phenomenologically explores the self-narratives of female with the experience of termination of pregnancy by focusing on those practicing within Catholicism, which has been most stubbornly opposing the issue of abortion the Korean society. As the female who experienced abortion struggled to not lose their faith, it was shown in detail how the event of abortion and the identity of the believer collide, compete, and coordinate between the two.
    For this purpose,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15 Korean Catholic female who had the experience of abortion as main research participants.
    Pregnancy, which they unexpectedly experienced at some point in their lives, and the experience of stopping it became a decisive event that brought them into a conflict with the norms and values that their religion strongly emphasize. To them, abortion is being described as an experience that made their religious life very difficult, but also that forced them to deepen their faith as a result.
    First, most of the research participants experienced abortion after facing an unintended pregnancy as a result of contraceptive failure. However, there are the influence of a Catholic doctrine against artificial contraception as well as the abortion itself. Mainly, married female were continuously educated on an uncertain contraceptive method in the Catholic Church and faced pregnancy as a result of practicing it.
    Female Catholics who experienced abortion continue to be exposed to their religious culture even after the abortion, and their private wounds continue to be irritated and worsened in a religious environment that discusses “abortion” only in a way of scolding it. Because of this, the healing and recovery of wounds became more difficult, and they turned away from church activities as a result.
    However, for the women who participated in the study, abortion was an experience that served as a milestone in establishing a personal perspective of faith centered on prayer and meditation. While facing the contradiction between the actual “experience” of abortion and the religious “value” to follow, they have a narrative of their journey of faith in struggling to find their own religious place and direction. Although they did have a clear solution as to whether the message of the Catholic Church against abortion and the one incident that they actually experienced could coexist on the same line, they did not give up their faith or facing their own experience. Rather than relying on the guidance of the clergy and ascetic, they focused on personal spiritual training and prayers. In the end, they tried to build a deep one-on-one relationship with God, established a personal life style of faith, and tried to lead their lives in a better direction and for a better image through these efforts. In the process of such struggles, a deeper understanding both of God and of life and love was possible.
    This study is significant as the first study in Korea to discover and to analyze the meaning of life experiences that lie in the strict blind spot between the social and academic discourses on abortion of women of Catholic faith. In the world after the abolition of the ban on abortion, with the social atmosphere in which religious worries about abortion can be seen as a grappling with a problem that is no longer significant, and the religious discourse that defines a person who commits abortion as a murderer still intact, a new story in between was verbalized and submitted to the discourse.
    Through these, it was examined how fragile the old dichotomous structure of “fetal life versus women's choice” was around the issue of abortion. The lives of individual women who struggled to exercise their subjectivity over their bodies and to integrate it with their beliefs while holding a sense of guilt and responsibility have acquired a tangible language and meaning.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이 연구는 대표적인 제도종교 중에서도 세계사적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가장 낙태문제에 완고하게 반대해온 가톨릭에 주목하면서, 그 안에서 종교생활을 하는 신자들 중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자기서사를 현상학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다. 임신중지를 경험한 당사자 여성들이 자기신앙을 잃지 않기 위해 고투하는 과정에서, 임신중지라는 사건과 신앙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충돌하고 경합하며 조율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한국 가톨릭 신자 여성 15명을 주요 연구참여자로 하여 심층면담을 수행하였다.
    그녀들의 인생에서 어느 시점에 예기치 않게 겪게 된 임신과 그것을 중단했던 경험은 자신의 종교가 소리 높여 강조해온 가치규범과의 불화를 가져온 결정적 사건이 되었다. 이들에게 임신중지는 종교생활을 무척 어렵게 만든, 하지만 그로 인해 신앙의 깊이를 더할 수밖에 없게 된 경험으로 설명되고 있었다.
    우선,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이 피임실패의 결과로서 의도하지 않았던 임신의 사건을 마주하고 임신중지를 경험하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임신중지 뿐 아니라 인공피임에 반대하는 가톨릭교리의 영향이 있었다. 주로 기혼여성들을 중심으로 불확실한 피임법을 가톨릭교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교육받았고 이를 실천한 결과로서 임신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 가톨릭 신자들은 임신중지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의 종교문화에 노출이 되는 상황에서, ‘낙태’를 꾸짖는 방식으로만 거론하는 종교적 환경 안에서 자신들의 내밀한 상처들이 지속적으로 건드려지며 덧나는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상처의 치유와 회복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교회 활동에 냉담해진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연구참여자 여성들에게 임신중지는 한편으로 기도와 묵상 위주의 개인적 신앙관을 정립하는데 이정표가 되게 한 경험이었다. 이들은 임신중지라는 실제 ‘체험’과, 자신들이 따라야 할 종교적 ‘가치’ 사이의 모순을 직면했으면서도, 스스로의 신앙적 자리와 방향성을 찾아내기 위해 분투해온 신앙 여정의 서사를 갖고 있었다. 가톨릭교회가 소리 높여 외치는 낙태반대의 메시지와 내가 실제 경험한 한 사건이 같은 노선 안에서 병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쉽게 찾아지지 않았지만, 신앙을 포기하거나 혹은 자신의 경험을 직면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성직자와 수도자의 신앙생활 지도나 안내에 의지하기 보다는 개인적 차원의 영성수련과 기도생활에 집중하였다. 결국 하느님과 일대일의 깊은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였고, 개인적 차원의 신앙생활 양식을 정립하였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향, 더 좋은 모습으로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고투의 과정 속에서 신에 대한 깊은 이해, 더 나아가 생명과 사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해질 수 있었다.
    이 연구는 가톨릭 신앙인 여성들의 임신중지 라는, 사회적·학술적 담론의 철저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삶의 경험들을 발굴하고 그 의미를 분석한 국내 최초의 연구로서 의의를 갖는다.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신앙적 고민이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문제에 대한 씨름으로 비칠 수도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전히 최악의 경우 낙태한 사람을 살인자라 규정하고 있는 종교적 담론이 한 편에서 건재한 상황에서, 그 사이의 새로운 이야기를 언어화하여 담론 장에 제출하였다.
    이를 통해 임신중지 이슈를 둘러싸고 ‘태아의 생명 vs 여성의 선택’이라는 해묵은 이분법적 구도가 얼마나 허약한 것이었는지를 규명하였다. 죄책감과 책임의식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기 몸에 대한 주체성을 발휘하며 이를 자기 신앙과 통합시키고자 고군분투해온 개별 여성들의 삶이 구체적 언어와 의미를 획득하게 되었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이 연구의 결과를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의 여성들이 피임실패로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가톨릭교회의 불확실한 피임법(월경주기법, 점액관찰법 등)의 교육과 이를 믿고 실천한 신자들의 행동이 결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임신중지 경험은 가톨릭문화 안에서 ‘죄’ 이외의 다른 언어로 설명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것은 임신중지 당사자 신자들에게도 내면화되어 있었고 이들에게 강력한 죄의식으로 발휘되며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었다. 셋째, 임신중지 경험은 가톨릭 여성 신자들에게 개인적인 신앙관과 독특한 영성을 정립하게 만든 계기로서 기능하는 면이 있었다. 넷째, 가톨릭교회는 공식 규범 하에서는 ‘낙태’를 단죄하고 강하게 반대하지만, 사목적 영역에서는 고해성사를 통해 낙태죄를 용서하는 절차와 낙태 후 치유를 돕는 피정 및 미사를 운영하는 이중전략을 펴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 신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 오히려 엄격한 규범의 존재가 이들이 종교생활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도 있을 사목적 방법들에 접근하는 데 장애물로 작동되고 있었다.
    이 연구의 활용방안을 세 가지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기성 종교에 주는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가톨릭을 위시한 거대종교들은 임신중지를 단죄하면서 여성의 내면을 공격하고 수치심을 주는 화법을 반복적으로 구사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고통스런 경험을 한 여성들에게 치유의 방법과 공간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전환할 수 있도록 이 연구가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 본다.
    둘째, 페미니즘 담론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제까지의 페미니즘 담론은 임신중지를 여성의 몸과 권리, 섹슈얼리티 중심의 문제로만 다뤄오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내적인 고통에는 다소 무심했던 측면이 있다. 즉 종교의 가부장적, 성차별적 메시지만 여성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여성인권운동 조차도 여성들의 상처와 영혼의 고통을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여성들의 체험에 천착된 새로운 관점의 페미니즘 담론과 운동이 시작될 수 있다.
    셋째, 이 연구의 내용이 여성건강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국가의 보건정책 내용 안에서 임신중지 이후 정서적 이해와 감정의 돌봄이 특별히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 및 개인의 생애주기 내내 정확하고 포괄적인 성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즉 국내 재생산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에 이 연구가 중요한 참고문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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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 임신중지, 가톨릭 여성, 신앙, 현상학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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