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Immanuel Kant)에게서 철학의 궁극적 과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Was ist der Mensch?)라는 물음을 해결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음을 해결하는 과제는 오늘날 단지 (칸트의) 철학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인공지능”(AI), “트랜스-휴먼 ...
칸트(Immanuel Kant)에게서 철학의 궁극적 과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Was ist der Mensch?)라는 물음을 해결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음을 해결하는 과제는 오늘날 단지 (칸트의) 철학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인공지능”(AI), “트랜스-휴먼”(Trans-Human)과 “포스트-휴먼”(Post-Human)의 시대를 앞둔 우리의 상황에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특성’, 즉 “인간성”(Humanity)에 대한 반성이 그 여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인간성”을 고찰하는 작업은 이제 우리 모두의 시대적 과제이자 사명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시대의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칸트의 『판단력비판』을 중심 텍스트로 삼아, 거기서 개진되고 있는 그의 인간관 및 인간이해를 검토할 것이다. 즉, 연구자는 칸트가 『판단력비판』에서“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으며, 또 어떠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발견해보고자 한다. 연구자가 『판단력비판』에 주목하려는 까닭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칸트의 독특한 접근방식이 이 작품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미학의 관점에서 통상 이해된다. 그러나 칸트가 거기서 제시하는 내용들은 단순히 미학에 국한되지 않고 윤리학이나 신학, 역사철학 등에 이르는 중요한 성찰들을 함유하고 있다. 이때 윤리학이나 신학, 역사철학 등은 “사실”(Faktum)의 문제만을 다루지 않고, “당위”(Sollen)나 “가능성”(Möglichkeit)의 문제까지 고려한다. 따라서 『판단력비판』에서 이러한 분야들의 사유가 함께 다루어진다는 것은 칸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해결하는 데 그저 “인간이란 무엇인가?”만을 따져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인간이란 무엇일 수 있으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Was kann und soll der Mensch sein?)의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칸트의 위와 같은 독특한 접근방식은 적어도 본 연구자가 보기에 “미적 공통감”(sensus communis aestheticus) 개념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이 개념은 『판단력비판』의 곳곳에서 “인간성”(die Humanität), “도덕성”(die Sittlichkeit), “문화”(die Kultur) 등의 윤리학적이거나 인간학적, 역사철학적인 개념들과 연동된다. 그리하여 『판단력비판』의 칸트의 인간관을 단순히 미학이나 목적론의 영역에 제한시켜두지 않고 더욱 확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연구자는 “미적 공통감”이 위와 같은 개념들과 서로 구체적으로 어떠한 연관성을 지니며, 그러한 연결 관계 안에서 칸트가 인간을 결국 어떠한 존재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칸트의 미학이 아름다움이나 예술에 관한 국소적 탐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 자신의 근본 과제를 해결하는 데,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폭넓은 탐구라는 사실을 드러낼 것이다.
기대효과
- 본 연구는 좁게는 칸트의 미학, 넓게는 그의 철학이 지니는 확장성을 재확인할 계기를 제공해줄 수 있다. ‘미학’은 ‘아름다움’과 ‘예술’ 등의 주제를 다룬다. 이러한 주제는 대개 그저 ‘한가한 탐구’로 여겨지거나 비교적 잉여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간주되는 것처럼 보 ...
- 본 연구는 좁게는 칸트의 미학, 넓게는 그의 철학이 지니는 확장성을 재확인할 계기를 제공해줄 수 있다. ‘미학’은 ‘아름다움’과 ‘예술’ 등의 주제를 다룬다. 이러한 주제는 대개 그저 ‘한가한 탐구’로 여겨지거나 비교적 잉여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간주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미학은 철학의 여러 분과 학문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미학이 애초에 이성주의적 인식론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차원에서 탄생했다는 점만 고려해 보아도, 미학의 주제가 단순히 교양 있는 여가 생활을 돕는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거니와, 본 연구에서 밝혀내려는 것처럼 특히 칸트의 미학은 개별 분과로서의 미학이 지닌 그와 같은 한계를 넘어선다. 칸트는 자신의 미학 이론을 통해 윤리학적이거나 역사철학적인 내용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인간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칸트의 미학이 지니는 그러한 확장성을 드러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본 연구가 탐구의 초점을 맞추려는 “미적 공통감” 개념은 지금까지 연구자들 사이에서 칸트의 여타 미학 개념들, 이를테면 “취미”나 “주관적 합목적성”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 개념의 확장적 함의에 주목하는 본 연구는 칸트 철학 연구의 주제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칸트의 미학이 칸트의 철학 체계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한, 칸트의 미학이 지닌 확장성은 동시에 칸트 철학 전체의 확장성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판단력비판』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취급하는 칸트의 독특한 취급방식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게 된 “인간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와 관련하여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칸트 철학 자체가 지닌 현대적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본 연구는 칸트의 미학, 그리고 그의 『판단력비판』이 지닌 다양한 해석가능성과 확장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다룰 수밖에 없는 여타 학문들, 이를테면 생명과학, 인간공학, 로봇공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분야들에 사유의 단초와 창의적 발상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인간성”을 반성하는 작업에서 대개는 ‘지금-여기’(jetzt-hier)의 인간이 ‘어떠한지’의 문제가 주로 주목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칸트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다루면서 그와 동시에 “인간이란 무엇일 수 있으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칸트의 이와 같은 접근방식은 우리가 단순히 “인간이란 무엇인가”만을 따져 물을 때 간과할 수도 있을 여러 요인들을 놓치지 않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연구요약
철학을 비롯한 인류의 학문 전체가 역사를 통틀어 몰두해 온 한 가지 물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일 것이다. 오늘날 이 물음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소위 “인공지능”(AI), “트랜스-휴먼”(Trans-Human)이나 “포스트-휴먼”(Post ...
철학을 비롯한 인류의 학문 전체가 역사를 통틀어 몰두해 온 한 가지 물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일 것이다. 오늘날 이 물음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소위 “인공지능”(AI), “트랜스-휴먼”(Trans-Human)이나 “포스트-휴먼”(Post-Human) 등의 등장이 예견되면서 이 문제는 단순히 지적이거나 현학적인 호기심의 차원에서만 다루어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고유한 특성,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속성인 “인간성”을 반성하는 일은 이제 인간의 실존―나아가 어쩌면 ‘생존’―과 결부된 급박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인간성”은 단순히 ‘지금-여기’의 인간이 어떠어떠하다는 사실을 파악하려는 시도만으로는 충분히 통찰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진공 상태에 놓여 있지 않다. 따라서 박제된 인간을 이리저리 뜯어보는 것은 치명적 결함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간성”에 대한 진정한 철학적 반성에는 인간이 지닌 “가능성”(die Möglichkeit), 인간이 추구해야 할 지향, 말하자면 도덕적이거나 역사적인 “이념”(Idee)에 대한 고려가 수반되어야 한다. 요컨대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물을 때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일 수 있으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Was kann und soll der Mensch sein?”) 역시 문제 삼아야 한다. 이는 신인류의 시대를 앞둔 우리의 상황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유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취급하는 칸트의 방식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위 물음을 철학의 궁극 문제로 언급했을 때, 거기에는 인간이란 무엇일 수 있으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사유가 이미 포함되어 있다. 이를테면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Anthropologie in pragmatischer Hinsicht)에서 칸트는 “인간에 관한 지식 이론(인간학)”을 “생리학적 인간지”(die physiologische Menschenkenntnis)와 “실용적 인간지”(die pragmatische Menschenkenntnis)로 구분하면서 자신의 실용적 인간학이 “자유롭게 행위하는 존재인 인간이 그 자신에게서 무엇을 이루고, 이룰 수 있으며, 이루어야만 하는지”(was er als freihandelndes Wesen aus sich selber macht oder machen kann und soll)를 다룬다고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칸트의 접근 방식은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반성하는 작업에 사유의 풍부한 원천이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에서 연구자는 『판단력비판』을 위주로 칸트의 인간관을 검토하여 “인간성”에 대한 우리 시대의 반성에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사유의 실마리를 발견하고자 한다. 이때 연구자는 “미적 공통감”(sensus communis aestheticus) 개념에 특히 주목할 것이다. 이 개념은 칸트의 인간 이해를 이루는 데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판단력비판』의 곳곳에서 “인간성”(die Humanität), “도덕성”(die Sittlichkeit), “문화”(die Kultur) 등의 윤리학적이고 역사철학적인 개념들과 연동된다. 그리하여 『판단력비판』의 인간관을 단순히 미학이나 목적론의 영역에 제한시켜두지 않고 더욱 확장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즉, 칸트는 “미적 공통감”이 취미판단의 한 계기로서 인간의 미적 체험 및 활동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인간의 윤리적이거나 역사철학적인 특성 및 능력과 연동되어 “인간성”의 핵심을 이룬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볼 때, 본 연구자는 이 개념이 『판단력비판』에서 개진된 칸트의 인간관을 밝혀주는 중요한 실마리 역할을 해 준다고 생각한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국문
주지하듯이 "공통감" 개념은 철학사적으로 오랜 기원을 지니며, 그만큼 수많은 철학자들에게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공통감을 연구하는 데는 여러 난점이 개재하는데 바로 공통감의 외연을 확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통감 개념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여겨지는 ...
주지하듯이 "공통감" 개념은 철학사적으로 오랜 기원을 지니며, 그만큼 수많은 철학자들에게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공통감을 연구하는 데는 여러 난점이 개재하는데 바로 공통감의 외연을 확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통감 개념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여겨지는 칸트에게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는 이 개념을 지칭하기 위해 30여 가지가 넘는 표현을 동원하는 데에다, 이 개념에 관한 그의 입장조차도 일관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칸트의 미적 공통감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념사적 연원을 추적해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칸트의 공통감 개념은 크게 두 가지 기원을 지니는 것처럼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 용법과 키케로적 용법이 바로 그것들이다. 왜냐하면 미적 공통감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처럼 인식론적 기능이 발견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키케로에서처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함의 역시 보이기 때문이다. 칸트는 미적 공통감을 미적 소통을 위한 전제이자 장치인 것처럼 기술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미적 소통이 주관적 의견의 단순한 전달이나 획일화된 의견 일치를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각자의 주관성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간주관적인 공명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칸트는 인간성이 보편적 참여의 감정으로서 스스로를 진솔하게 전달하는 능력이자 일종의 사교성이라 언급한다. 이는 인간성의 확보가 곧 미적 공통감의 기능과 유비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칸트는 미적 판단의 주체가 전제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조화하는 방식으로 저마다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 소통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칸트의 미적 공통감은 적어도 『판단력비판』에서 발견되는 칸트의 미학적 인간관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겠다.
영문
The concept of “common sense” has a long origin in history of philosophy, as is well known, and has attracted attention from numerous philosophers. But there are several difficulties in studying this concept, i.e. “how to determine the range of common ...
The concept of “common sense” has a long origin in history of philosophy, as is well known, and has attracted attention from numerous philosophers. But there are several difficulties in studying this concept, i.e. “how to determine the range of common sense?” The situation is no different in Kant, who is regarded as an important philosopher in the conceptual history of common sense. This is because he uses more than 30 expressions to refer to this concept, and even his position on this concept seems inconsistent. In this respect, in order to understand Kant's concept of aesthetic common sense, it is important to trace the origin of its history of idea. Kant's concept of common sense seems to have two main origins: Aristotle and Cicero. This is because that we can find not only epistemological functions in Kant’s aesthetic common sense as in Aristotle, but also social and political implications as in Cicero. Kant describes aesthetic common sense as a premise and device for aesthetic communication. What is important in here is that aesthetic communication does not aim at simple delivery of subjective opinions or uniform consensus, but guarantees individual subjectivity and pursues intersubjective resonance. In the meanwhile Kant mentions “humanity” as an emotion of universal participation as the ability to convey oneself and a kind of sociability. This can be said to mean that securing humanity can be compared to the function of aesthetic common sense. In other words, Kant depicts a human being who communicates in a harmonious way, not in a despotic and uniformed way. In this respect, it can be said that Kant's aesthetic common sense plays a key role in building Kant's aesthetic human view at least found in “Critique of the Power of Judgment”
연구결과보고서
초록
칸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의 “공통감”을 수용/변용하여 자신의 고유한 개념을 창안해 내었다. 그는 인간이 미적 판단을 위한 조건인 “미적 공통감”을 통해 주관의 한계에서 벗어나 타인과 소통하고 공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때 그러한 소통과 공명은 각 주관이 ...
칸트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키케로의 “공통감”을 수용/변용하여 자신의 고유한 개념을 창안해 내었다. 그는 인간이 미적 판단을 위한 조건인 “미적 공통감”을 통해 주관의 한계에서 벗어나 타인과 소통하고 공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때 그러한 소통과 공명은 각 주관이 자신의 개성을 인정받으면서도 서로 조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조화는 도덕적 당위성의 형태를 띤다. 따라서 “공통감”을 근거로 삼는 인간의 미적 활동은 단순히 쾌를 향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실천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간다. 고대에서부터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간주되어 왔기도 하거니와, 이렇게 주관의 사적 조건에서 벗어나 타인들에게까지 보편적 확장을 기도하는 미적 능력은 “인간성”의 핵심을 이룬다. 칸트는 인간의 미적 활동의 소산인 예술이 보편적으로 소통하는 쾌 및 사회를 순화하고 세련되게 만들며, 그리하여 인간을 도덕적으로 개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은 감각적 성벽의 폭군적 지배를 극복할 수 있게 되고, 또 이성만이 권력을 가져야 하는 지배 체제를 마련하게 된다고도 언급한다. 이러한 점에서, 칸트가 말하는 인간의 미적 능력은 그저 아름다움을 판정하는 일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역사적 진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힘이다. 실제로, 그는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Idee zu einer allgemeinen Geschichte in weltbürgerlicher Absicht)에서 “도덕적 식별력에 대한 조야한 자연소질을 점차 특정한 실천적 원리들로 변화시키는 사고방식의 토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그리하여 정념 때문에 함께 뭉친 사회를 결국 도덕적 전체로 바꿀 수 있게” 되는 일이 문화의 출범 및 그에 따른 취미의 형성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들에서 우리는 칸트의 “공통감”과 미적 능력에 관한 논의가 그저 아름다움이나 예술의 사안에만 국한되지 않는, 인간성에 대한 폭넓은 전망을 응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칸트가 『판단력비판』에서 미적 능력에 역사철학적-인간학적 함의를 스스로 부여했음에도, 정작 이를 충분하게 다루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역사철학적 함의가 단지 도덕의 관점에서만 다루어진 것도 한계로 지적될 수 있겠다. 즉, 그는 인간의 미적 능력과 결부된 “공통감”이 단순히 취미판단의 보편타당성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어떤 사실적 원리임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진보에 대한 당위적 요청임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공통감을 “이념”이라고 칭하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이 점에서, 위와 같은 개념들에 기초를 두고 있는 그의 미학적 인간관은 인간성이 어떠한 방향성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또 어느 쪽으로 정향되어야 마땅한지를 우리가 고민해 볼 수 있게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본 연구는 좁게는 칸트의 미학, 넓게는 그의 철학이 지니는 확장성을 재확인할 계기를 제공해줄 수 있다. ‘미학’은 ‘아름다움’과 ‘예술’ 등의 주제를 다룬다. 이러한 주제는 대개 그저 ‘한가한 탐구’로 여겨지거나 비교적 잉여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간주되는 것처럼 보 ...
- 본 연구는 좁게는 칸트의 미학, 넓게는 그의 철학이 지니는 확장성을 재확인할 계기를 제공해줄 수 있다. ‘미학’은 ‘아름다움’과 ‘예술’ 등의 주제를 다룬다. 이러한 주제는 대개 그저 ‘한가한 탐구’로 여겨지거나 비교적 잉여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간주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미학은 철학의 여러 분과 학문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미학이 애초에 이성주의적 인식론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차원에서 탄생했다는 점만 고려해 보아도, 미학의 주제가 단순히 교양 있는 여가 생활을 돕는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거니와, 본 연구에서 밝혀내려는 것처럼 특히 칸트의 미학은 개별 분과로서의 미학이 지닌 그와 같은 한계를 넘어선다. 칸트는 자신의 미학 이론을 통해 윤리학적이거나 역사철학적인 내용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인간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칸트의 미학이 지니는 그러한 확장성을 드러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본 연구가 탐구의 초점을 맞추려는 “미적 공통감” 개념은 지금까지 연구자들 사이에서 칸트의 여타 미학 개념들, 이를테면 “취미”나 “주관적 합목적성”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이 개념의 확장적 함의에 주목하는 본 연구는 칸트 철학 연구의 주제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칸트의 미학이 칸트의 철학 체계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한, 칸트의 미학이 지닌 확장성은 동시에 칸트 철학 전체의 확장성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판단력비판』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취급하는 칸트의 독특한 취급방식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게 된 “인간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와 관련하여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칸트 철학 자체가 지닌 현대적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본 연구는 칸트의 미학, 그리고 그의 『판단력비판』이 지닌 다양한 해석가능성과 확장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다룰 수밖에 없는 여타 학문들, 이를테면 생명과학, 인간공학, 로봇공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분야들에 사유의 단초와 창의적 발상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인간성”을 반성하는 작업에서 대개는 ‘지금-여기’(jetzt-hier)의 인간이 ‘어떠한지’의 문제가 주로 주목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칸트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다루면서 그와 동시에 “인간이란 무엇일 수 있으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칸트의 이와 같은 접근방식은 우리가 단순히 “인간이란 무엇인가”만을 따져 물을 때 간과할 수도 있을 여러 요인들을 놓치지 않게 만들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