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본 연구는 우선 민중의 담론과 표상을 분석하여 민중이라는 주체 개념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탐색하는 것을 내용으로 삼는다. 민중이 시민, 대중, 민족, 국민 등 다른 유사담론들과 비교, 혼용, 차별화되는 복합적인 담론화 과정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
첫째, 본 연구는 우선 민중의 담론과 표상을 분석하여 민중이라는 주체 개념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탐색하는 것을 내용으로 삼는다. 민중이 시민, 대중, 민족, 국민 등 다른 유사담론들과 비교, 혼용, 차별화되는 복합적인 담론화 과정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본 연구는 민중의 담론과 표상을 다른 집합적 주체들과 교차시키는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이는 민중의 개념을 더 명료하게 규정하는 연구가 아니라, 민중을 둘러싼 담론과 표상들이 다른 비교개념들과의 교차상황 속에서 어떠한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발휘했는지를 탐색하는 연구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민중 담론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국가 지배 이데올로기와의 관계나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 속에서 탐구하고, 민중과 민족주의의 결합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 탐색하며, 민중 담론이 배제하거나 주변화시킨 하위주체나 타자들의 표상에 대해서도 탐구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민중을 역사발전의 주체, 변혁과 저항의 주체로 바라보는 민중론이 다양한 분과학문들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그러한 지식의 재구성이 한국지성사에서 담당한 기능이 무엇이었는지 연구하는 것을 중요한 연구내용으로 삼는다. 따라서 각 분과학문의 연구자들이 민중문학론의 민중표상이 지닌 정치성을 탐구하고 식민지 시기 문학사의 재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검토한다. 나아가 내재적 발전론과 민중사학의 연결고리, 민중적 민족경제론의 함의, 민중신학의 탈근대성과 의의 등을 분석할 것이다. 아울러 일본의 민중사와 한국의 민중사학 서술을 비교하고, 민족주의와 민중론의 결합이 종속이론이나 제 3세계론의 수용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를 검토하며, 민중론이 국제적인 지적 연대를 형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도 연구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민중론이 사회와 문화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광범위했으며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었는지 연구하는 것을 중요한 연구내용으로 삼는다. 민중론이 지향한 도덕적 감정의 연대, 지식인의 자기성찰이 내포한 휴머니즘적 내포, 협동조합운동방식이 상상한 대안적 삶의 가능성, 마당극을 비롯한 민중문화의 양상과 가치, 민중 논의가 낳은 새로운 노동자들의 글쓰기 문화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영역의 변화들을 탐색한다. 이 연구는 단지 70~80년대를 운동사나 제도사의 관점에서 구성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이는 이 시대가 독특한 ‘운동의 시대’였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념적이고 현실적인 운동의 양상을 인간학적 관점에서 절단하여 의미화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