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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민중의 외연과 내연
Explication and Implication of Minjung in 1970s and 80s
  • 연구자가 한국연구재단 연구지원시스템에 직접 입력한 정보입니다.
사업명 (B유형)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연구과제번호 2020S1A5B5A17089643
선정년도 2020 년
연구기간 1 년 (2020년 09월 01일 ~ 2021년 08월 31일)
연구책임자 송은영
연구수행기관 연세대학교
과제진행현황 종료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 연구목표
  • 본 연구는 1970~80년대 한국의 문학적 표상 및 지식과 담론의 장에서 형성된 민중 범주의 외연과 내연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이 연구는 1970~80년대에 민중이라는 새로운 주체상을 중심으로 구성된 인식의 의미를 1) 담론과 표상, 2) 학술적 지식의 체계, 3) 도덕 및 감수성을 포괄하는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구명함으로써, 197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민중 범주의 전체상과 공과를 밝히고자 한다. 본 연구의 목표를 정리하여 간단하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중 담론과 민중론적 지향성이 대두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유통되게 된 역사적 조건에 대한 규명: 1970년대에 민중론이 부상한 이유는 무엇이며, 80년대 민중론이 70년대와 결을 달리 하게 된 이유를 검토한다. 즉 민중이라는 주체상과 민중론적 사고의 역사적 발생학을 밝힌다.
    둘째, 민중 담론과 표상의 변화 양상 및 변화의 조건에 대한 규명: 1970~80년대 민중 담론과 표상이 다른 유사담론과의 경합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민중 담론과 표상이 특권화시킨 주체의 상은 무엇이고, 그 과정에서 배제된 것은 무엇인지 연구한다. 이를 통해 민중이라는 주체상으로 환원되지 않는 이 시기 타자들의 존재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에 접근한다.
    셋째, 민중론이 재구성한 학지의 계보 및 인식론적 기반에 대한 이해: 민중론은 민족주의, 국가주의, 마르크스주의 등 다른 이념이나 이론들과 어떻게 결합되어 학문화되었으며, 다양한 분과학문에서 구체화된 그 결합의 효과와 의미는 무엇인지 밝힌다.
    넷째, 민중론의 수용 및 영향에 대한 분석: 당시 민중(또는 대중, 국민)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수용되었으며, 인간, 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과 감각을 어떻게 변화했는지 연구한다. 그리고 민중론이 담론, 지식에 머물지 않고 사회와 문화를 변화시킨 구체적인 양상들은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형성된 문화적 가치와 기준들은 현재 우리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밝힌다.
  • 기대효과
  • 첫째, 본 연구는 개별 학문의 성과를 공유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학제간적 성격의 연구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각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학문적 연구성과들을 종합하여 새로운 학문적 의미망 속에서 작동하게 할 수 있다. 학문적 기여에서 볼 때, 이는 각 분과학문의 연구를 다른 분야로 확장시키고 접목시키는 것이므로, 이 연구는 각 분과학문의 기존 연구 성과를 취하면서도 그 연구들의 의미를 한 차원 높은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쟁점이 되는 1970~80년대 민중적 저항운동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고, 그것을 억압과 저항의 이분법을 파악하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담론적 틀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본 연구는 한국현대사의 핵심적 쟁점들인 민중론, 민주화, 시민정신과 공공성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학문적인 시각과 전망을 제공할 것이다.
    셋째, 사회적 기여의 측면에서 볼 때, 본 연구는 민중론에 기반하여 출발한 운동단체, 시민단체, 노동단체, 정당 등에 민중론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교육과 담론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사회적 의제에 대한 관심이 있지만, 그 근원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특히 시민운동과 정책을 담당하는 여러 단체에게 민중론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본 연구는 민중론의 역사적 기원과 전개과정에 대한 인식이 공공적 영역에서 전환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넷째, 본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따른 민중적 저항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 연대의 역사적 기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사회현실에 기여할 것이다. 민중론을 기반으로 진행되었던 한국과 일본 지식인들의 역사적 연대를 검토하고, 제 3세계 국가들의 민중론과 한국 민중론의 공통성과 차별성을 검토하는 본 연구의 성과는 민중론의 국제적 협력에 기반이 되는 역사적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본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1970-80년대 민중문화와 관련된 학문적 기초 자료의 축적과 정리에 기여할 것이다. 연구과정에서 수행될 광범위한 문헌조사, 영상 및 사진, 그림 자료 등 비문헌자료들의 발굴, 구술 및 인터뷰를 통한 새로운 자료의 형성 등은 역사학, 문학, 정치학, 사회학 등에 기초가 되는 자료들의 수집과 축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새로 발굴되는 자료들이 많을 경우 이를 자료집의 형태로 발간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 추후 이 연구와 관련된 단행본을 출간할 때 부록 또는 참고문헌의 형태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연구요약
  • 첫째, 본 연구는 우선 민중의 담론과 표상을 분석하여 민중이라는 주체 개념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탐색하는 것을 내용으로 삼는다. 민중이 시민, 대중, 민족, 국민 등 다른 유사담론들과 비교, 혼용, 차별화되는 복합적인 담론화 과정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에 기반하여, 본 연구는 민중의 담론과 표상을 다른 집합적 주체들과 교차시키는 연구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이는 민중의 개념을 더 명료하게 규정하는 연구가 아니라, 민중을 둘러싼 담론과 표상들이 다른 비교개념들과의 교차상황 속에서 어떠한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발휘했는지를 탐색하는 연구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민중 담론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국가 지배 이데올로기와의 관계나 사회적 연대의 가능성 속에서 탐구하고, 민중과 민족주의의 결합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 탐색하며, 민중 담론이 배제하거나 주변화시킨 하위주체나 타자들의 표상에 대해서도 탐구할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민중을 역사발전의 주체, 변혁과 저항의 주체로 바라보는 민중론이 다양한 분과학문들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그러한 지식의 재구성이 한국지성사에서 담당한 기능이 무엇이었는지 연구하는 것을 중요한 연구내용으로 삼는다. 따라서 각 분과학문의 연구자들이 민중문학론의 민중표상이 지닌 정치성을 탐구하고 식민지 시기 문학사의 재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검토한다. 나아가 내재적 발전론과 민중사학의 연결고리, 민중적 민족경제론의 함의, 민중신학의 탈근대성과 의의 등을 분석할 것이다. 아울러 일본의 민중사와 한국의 민중사학 서술을 비교하고, 민족주의와 민중론의 결합이 종속이론이나 제 3세계론의 수용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를 검토하며, 민중론이 국제적인 지적 연대를 형성하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지도 연구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민중론이 사회와 문화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광범위했으며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었는지 연구하는 것을 중요한 연구내용으로 삼는다. 민중론이 지향한 도덕적 감정의 연대, 지식인의 자기성찰이 내포한 휴머니즘적 내포, 협동조합운동방식이 상상한 대안적 삶의 가능성, 마당극을 비롯한 민중문화의 양상과 가치, 민중 논의가 낳은 새로운 노동자들의 글쓰기 문화 등 다양한 사회문화적 영역의 변화들을 탐색한다. 이 연구는 단지 70~80년대를 운동사나 제도사의 관점에서 구성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이는 이 시대가 독특한 ‘운동의 시대’였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념적이고 현실적인 운동의 양상을 인간학적 관점에서 절단하여 의미화할 생각이다.
결과보고시 연구요약문
  • 국문
  • 본 연구는 1970~80년대 한국의 문학적 표상 및 지식과 담론의 장에서 형성된 민중 범주의 외연과 내연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는 ‘국가 만들기’의 과정에서 호출된 다양한 피지배계급 개념들이 존재했다. 1950년대에 남한에서 ‘국민’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면 북한에서는 ‘인민’이라는 개념을 독점했다. 1960년대 이후 남한에서는 4.19 시민혁명 이후 민주주의의 주체로서의 ‘시민’이라는 개념이 강조되었다.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모순을 담지한 ‘집합적 주체’로서의 ‘민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국제적인 데탕트 분위기, 전태일 분신으로 인한 노동문제와 도시빈민 문제의 제기,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민족과 민중이라는 개념을 연결시키려는 시도 등이 그 배경이었으며, 문학인들은 특히 민족문학이라는 개념을 권위주의 정권 측에서 전유하려는 정책을 막기 위해 민중론과 민족문학론을 연결시키려고 했다. 이에 따라 점차적으로 대중 개념이 분리되고, 계급의식을 각성한 주체 또는 지식인들에 의해 피지배계급으로 인식된 집단만이 선택적으로 민중이라고 인식되게 되었다. 백낙청의 민중적 민족문학론은 박현채의 민족경제론, 리영희의 제 3세계론, 신경림의 농민문학론, 강만길의 분단시대 역사학이라는 여러 흐름들을 종합한 것이다. 1970년대 민중의 표상에서 주요 재현 대상은 도시의 수탈 대상이 되어버린 농민이거나 혹은 갈 곳이 없는 떠돌이,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것은 임노동자보다 하루살이와 다를 바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가출, 상경, 이산으로 인해 떠돌이가 된 사람들보다는 상대적으로나마 나은 경제적 상태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회 전반의 경제수준이 열악했던 상황에서나 가능했던 담론이었다. 1980년대 이후 민중 담론과 표상은 광범위하고 모호한 개념에서 벗어나 분화되고 위계화되는 단계를 맞이했다. 박현채의 논의 이후, 노동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계층으로 올라서고 농민과 도시빈민 등은 과도기적인 존재이자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 존재로 평가되었다. 사회적으로 가장 하층계급에 속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철거민들은 노동자 중심의 민중운동 세계에서도 적합한 위치를 부여받지 못했다.
    민중론의 사회문화적 효과는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이용한다는 측면과 노동자 중심의 민중을 신비화시킨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지점이 있다. 민중론은 평등과 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민중이라는 평등적 개념을 민족이라는 전혀 다른 개념과 겹쳐서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는 1970-80년대의 민중 담론과 학지는 정반대의 결과로 우월감과 열등감을 작동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일부 사회계층만을 사회변화와 역사발전의 주체로 인정하는 논리이며, 여러 집단과 계급을 위계화시키는 논리로 흐를 수 있다. 실제로 당대의 민중론은 이러한 위계화와 차별이라는 사회적 효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1980년대에 민중론이 농민과 도시빈민을 주변화하고 노동자가 최상층에 놓이는 위계구조를 만든 이후 추방된 존재들 중에는 사회의 시민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성소수자나 여성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존재가 민중 담론과 표상에서 형상화된 것은 전통적인 의미의 민중문학이 아니라 197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다른 주변부 민중 담론과 표상에서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뿌리깊은나무’ 출판사에서 펴낸 <숨어사는 외톨박이> 시리즈와 <민중자서전> 시리즈로, 민중의 사회문화사를 담은 주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성애자, 여장 남자, 가부장제의 폐해에 시달린 여성들 등이 이 시리즈에서 무명의 삶을 살아온 민중으로 표상되었다. 이것은 1970~80년대 민중론의 주류에서 배제되었던 존재들이 비주류적인 민중론에서 전통의 일부로 살아남아 존중되고 있다는 사례 중 하나를 보여준다. 노동자계급 중심으로 위계화된 민중의 담론과 표상에서 성소수자와 여성의 자리가 제대로 할당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민중 표상의 가치는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 영문
  •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lucidate the extension and inner meaning of the folk category formed in the field of Korean literary representation and knowledge and discourse in the 1970s and 1980s. Since the 1970s, interest in 'minjung' as a 'collective subject' bearing the contradictions of Korean society has increased. Baek Nak-cheong's theory of folk literature is a synthesis of several streams: Park Hyeon-chae's national economy theory, Ri Young-hee's third world theory, Shin Kyung-rim's peasant literature theory, and Kang Man-gil's history of division. In the representation of the people in the 1970s, the main objects of representation were either farmers who had become the targets of exploitation in the city, or wanderers and day laborers who had nowhere to go. Since the 1980s, folk discourse and representation have moved away from broad and ambiguous concepts and have reached a stage of differentiation and hierarchicalization. After Park Hyeon-chae's discussion, workers rose to the most progressive class in capitalist society, and peasants and urban poor were evaluated as transitional beings and those who had to serve for the benefit of the working class. Although it is clear that they belonged to the lowest social class, the emigrants were not given a proper place in the world of workers-centered popular movements.
    The socio-cultural effect of the theory of minjung can be criticized in terms of strengthening and exploiting nationalism and mystifying the workers-centered people. Minjung theory aims for equality and democracy, but the popular discourse and academic journals of the 1970s and 80s that overlapped the concept of equality of the people with a completely different concept of nation and used similar meanings had the potential to trigger a sense of superiority and inferiority as a result of the opposite. Because. This is the logic of acknowledging only some social classes as subjects of social change and historical development, and it can flow into the logic of hierarchizing various groups and classes. In fact, the contemporary Minjung theory was not free from the social effects of such hierarchies and discrimination.
    In the 1980s, after the Minjung theory marginalized the peasants and urban poor and created a hierarchical structure in which workers were placed at the top, among the exiled beings were sexual minorities and women who were not properly recognized for their citizenship in society. However, it was not in the folk literature in the traditional sense that their existence was embodied in the discourse and representation of the people, but in the discourse and representation of other people in the periphery that have been in existence since the 1970s. Representative examples are the <Lonely Living in Hide> series and <Minjung Autobiography> series published by ‘Deep Rooted Tree’ publishing house. Homosexuals, men disguised as women, and women suffering from the evils of the patriarchy are represented in this series as people who have lived a life of obscurity. This shows one of the cases in which the beings excluded from the mainstream of minjung theory in the 1970s and 80s survived and respected as part of the tradition in the non-mainstream minjung theory. The value of these representations of the people needs to be reevaluated in that the positions of sexual minorities and women are rarely properly allocated in the discourse and representation of the people hierarchically centered on the working class.
연구결과보고서
  • 초록
  • 본 연구는 1970~80년대 한국의 문학적 표상 및 지식과 담론의 장에서 형성된 민중 범주의 외연과 내연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는 ‘국가 만들기’의 과정에서 호출된 다양한 피지배계급 개념들이 존재했다. 1950년대에 남한에서 ‘국민’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면 북한에서는 ‘인민’이라는 개념을 독점했다. 1960년대 이후 남한에서는 4.19 시민혁명 이후 민주주의의 주체로서의 ‘시민’이라는 개념이 강조되었다.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모순을 담지한 ‘집합적 주체’로서의 ‘민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국제적인 데탕트 분위기, 전태일 분신으로 인한 노동문제와 도시빈민 문제의 제기,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민족과 민중이라는 개념을 연결시키려는 시도 등이 그 배경이었으며, 문학인들은 특히 민족문학이라는 개념을 권위주의 정권 측에서 전유하려는 정책을 막기 위해 민중론과 민족문학론을 연결시키려고 했다. 이에 따라 점차적으로 대중 개념이 분리되고, 계급의식을 각성한 주체 또는 지식인들에 의해 피지배계급으로 인식된 집단만이 선택적으로 민중이라고 인식되게 되었다. 백낙청의 민중적 민족문학론은 박현채의 민족경제론, 리영희의 제 3세계론, 신경림의 농민문학론, 강만길의 분단시대 역사학이라는 여러 흐름들을 종합한 것이다. 1970년대 민중의 표상에서 주요 재현 대상은 도시의 수탈 대상이 되어버린 농민이거나 혹은 갈 곳이 없는 떠돌이,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것은 임노동자보다 하루살이와 다를 바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이나 가출, 상경, 이산으로 인해 떠돌이가 된 사람들보다는 상대적으로나마 나은 경제적 상태였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회 전반의 경제수준이 열악했던 상황에서나 가능했던 담론이었다. 1980년대 이후 민중 담론과 표상은 광범위하고 모호한 개념에서 벗어나 분화되고 위계화되는 단계를 맞이했다. 박현채의 논의 이후, 노동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계층으로 올라서고 농민과 도시빈민 등은 과도기적인 존재이자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 존재로 평가되었다. 사회적으로 가장 하층계급에 속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철거민들은 노동자 중심의 민중운동 세계에서도 적합한 위치를 부여받지 못했다.
    민중론의 사회문화적 효과는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이용한다는 측면과 노동자 중심의 민중을 신비화시킨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지점이 있다. 민중론은 평등과 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민중이라는 평등적 개념을 민족이라는 전혀 다른 개념과 겹쳐서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는 1970-80년대의 민중 담론과 학지는 정반대의 결과로 우월감과 열등감을 작동시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일부 사회계층만을 사회변화와 역사발전의 주체로 인정하는 논리이며, 여러 집단과 계급을 위계화시키는 논리로 흐를 수 있다. 실제로 당대의 민중론은 이러한 위계화와 차별이라는 사회적 효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1980년대에 민중론이 농민과 도시빈민을 주변화하고 노동자가 최상층에 놓이는 위계구조를 만든 이후 추방된 존재들 중에는 사회의 시민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성소수자나 여성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존재가 민중 담론과 표상에서 형상화된 것은 전통적인 의미의 민중문학이 아니라 197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다른 주변부 민중 담론과 표상에서였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뿌리깊은나무’ 출판사에서 펴낸 <숨어사는 외톨박이> 시리즈와 <민중자서전> 시리즈로, 민중의 사회문화사를 담은 주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성애자, 여장 남자, 가부장제의 폐해에 시달린 여성들 등이 이 시리즈에서 무명의 삶을 살아온 민중으로 표상되었다. 이것은 1970~80년대 민중론의 주류에서 배제되었던 존재들이 비주류적인 민중론에서 전통의 일부로 살아남아 존중되고 있다는 사례 중 하나를 보여준다. 노동자계급 중심으로 위계화된 민중의 담론과 표상에서 성소수자와 여성의 자리가 제대로 할당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민중 표상의 가치는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 연구결과 및 활용방안
  • (1) 본 연구는 개별 학문의 성과를 공유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학제간적 성격의 연구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각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학문적 연구성과들을 종합하여 새로운 학문적 의미망 속에서 작동하게 할 수 있다. 학문적 기여에서 볼 때, 이는 각 분과학문의 연구를 다른 분야로 확장시키고 접목시키는 것이므로, 이 연구는 각 분과학문의 기존 연구 성과를 취하면서도 그 연구들의 의미를 한 차원 높은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2) 본 연구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쟁점이 되는 1970~80년대 민중적 저항운동에 대한 관점을 제공하고, 그것을 억압과 저항의 이분법을 파악하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담론적 틀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본 연구는 한국현대사의 핵심적 쟁점들인 민중론, 민주화, 시민정신과 공공성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학문적인 시각과 전망을 제공할 것이다.
    (3) 사회적 기여의 측면에서 볼 때, 본 연구는 민중론의 역사적 기원에 대한 교육과 담론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사회적 의제에 대한 관심이 있지만, 그 근원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특히 시민운동과 정책을 담당하는 여러 단체에게 민중론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본 연구는 민중론의 역사적 기원과 전개과정에 대한 인식이 공공적 영역에서 전환되는 데 기여할 것이다.
  • 색인어
  • 민중, 민중론, 민중문학, 담론과 표상, 학지, 민중의 사회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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