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적절한 생명의료윤리를 모색하는 것인데, 이런 연구의 필요성은 이번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한 여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대응에서 드러난 윤리적 문제들과 그런 문제들에 대해 ...
이 연구의 목적은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적절한 생명의료윤리를 모색하는 것인데, 이런 연구의 필요성은 이번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한 여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대응에서 드러난 윤리적 문제들과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기존의 생명의료윤리이론들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이런 윤리적 문제들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첫째, 팬데믹에 대한 위험이 형평성에 어긋나게 분배되어서 사회취약계층과 필수노동자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경제적 봉쇄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역시 형평에 어긋나게 분배되어 낮은 경제적 지위에 속한 시민들의 피해가 컸다. 둘째, 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의 자유의 우선성을 강조하며 이런 방역대책에 대해서 협조하지 않았는데, 이런 시민들의 행동은 감염병 대응을 위한 부담과 혜택을 형평성있게 분배하는 것에 어긋나는 것이다. 셋째,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 사회의 임상의료체계와 공중보건체계가 형평성있고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하지만, 이 두 체계 사이의 협조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넷째,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 어떤 시민들은 방역정책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치룬 경제적인 희생 등에 대해서 형평성있는 보상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와 같은 윤리적 문제들에 대해서 기존의 생명의료윤리 이론들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는데, 그런 이유로는 생명의료윤리의 부분들인 임상의료윤리와 공중보건윤리가 격절된 영역으로 연구되어 왔으며 ,임상의료윤리가 활발히 논의되어 온데 반해, 공중보건윤리는 그렇지 않으며, 생명의료윤리와 사회정의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서도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적절한 생명의료윤리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적절한 사회정의의 원리 아래 임상의료윤리와 공중보건윤리를 통합하는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본 연구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적절한 사회정의의 원리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논쟁하지 않고, 롤즈가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제시한 정의의 원리들을 그런 원리라고 가정하고, 그런 정의의 원리하에서 적절한 생명의료윤리이론을 모색한다. 롤즈의 정의의 원리는 평등한 자유의 원리와,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리, 그리고 사회적 최소수혜자의 복지를 극대화하는 원리인데, 이런 정의의 원리는 시민들 사이의 민주주의적 평등을 보장하는 것으로서, 평등한 자유와 평등한 기회, 혜택과 부담의 형평성있는 분배, 그리고 사회적 최소수혜자들의 복지에 대한 우선성 등을 요구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런 윤리이론을 ‘자유민주주의 생명의료윤리’라 부르겠다.
이런 자유민주주의 생명의료 윤리를 개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임상의료윤리분야에서는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리가 주된 원리가 되어서, 형평성있는 국민건강이 목표가 되고, 그런 목표 아래에서 환자의 자율성 등의 존중을 요구하며, 공중보건윤리 분야에서는 평등한 자유의 원리,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리, 사회적 최소수혜자의 우대원리에 의해서 실현되는 자유민주주의적 정의가 그 사회의 공동선(common good)이 되고, 이런 공동선의 가치 아래에서 개인들의 부담과 혜택을 형평성있게 분배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자유민주주의 생명의료윤리는 구체적으로는 형평성에 맞는 국민건강의 추구, 팬데믹의 위험의 형평성있는 분배, 팬데믹 대응을 위한 혜택의 형평성있는 분배, 시민들의 자유 등의 제약에 있어서 그 부담과 혜택의 형평성있는 분배, 팬데믹으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경제적인 위험과 혜택의 형평성있는 분배 등을 요구할 것이다.
이 연구의 창의성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이 이론은 생명의료윤리와 사회정의론을 보다 밀접하게 연결시키고, 기존 생명의료윤리의 범위를 넓히는 데, 이런 점 때문에 팬데믹 대응에 있어서 발생하는 사회 부정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이 이론은 기존에 존재했던 임상의료윤리와 공중보건윤리 사이의 격절성이나 부정합성을 해소하고, 이들 윤리들을 통합하는 이론을 만든 데 있다. 이런 통합적인 생명의료윤리이론은 임상의료체계와 공중보건체계을 조화롭게 만듦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형평성에 맞게 작동하게 할 것이다. 셋째, 이 연구는 생명의료윤리에 관한 논의에서 준거적 지위를 차지하는 기존의 생명의료윤리 이론들의 장단점으로 평가한 후, 이들 이론들을 수정해나가면서 보다 나은 생명의료윤리이론을 만듦으로서 보다 넓은 합의의 기반을 확보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