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 인식
방언을 하나의 독립된 언어체계로 인식하고 기술하고자 하는 <방언>의 태도는 특히 나진석이 쓴 ‘서언’에서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서언’에 나타난 ‘방언’의 뜻풀이를 보면 나진석이 ‘방언’을 ‘표준어가 아닌 것’이라는 좁은 의미로 제한하기보다는, 지리 ...
-방언 인식
방언을 하나의 독립된 언어체계로 인식하고 기술하고자 하는 <방언>의 태도는 특히 나진석이 쓴 ‘서언’에서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서언’에 나타난 ‘방언’의 뜻풀이를 보면 나진석이 ‘방언’을 ‘표준어가 아닌 것’이라는 좁은 의미로 제한하기보다는, 지리적 혹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분화된 언어체계 전반으로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에 따라 하나의 방언을 온전히 밝히기 위해서는 표준어와 다른 면뿐만 아니라 같은 면까지도 체계상에서 설명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전 시대의 小倉進平, 河野六郞 등이 방언 자료를 한국어의 역사를 고증하기 위해 다소 도구적으로 원용하였다면, <방언>은 과거의 태도에서 벗어나 현대적 의미의 방언 조사와 연구를 전개하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다.
-방언 조사
<방언>이 택한 조사 방식은 질문지를 통한 통신 조사였다. 군 단위로 고등학교 국어과 교사를 조사 협조자로 선정하고, 대대로 그 지방에 거주하는 중‧고교 학생들을 한 조로 묶어 하나의 질문에 응답하게 하였다. 조사 결과, 당시 경상남도 6시 20군 232읍‧면에서 시를 제외한 모든 읍‧면으로 질문지가 보내졌는데 이중 19군과 194읍‧면에서 질문지가 회수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통신 조사는 간접적 질문지법에 속하는 것인데, 간접적 질문지법은 많은 조사 지점을 대상으로 다수의 제보자를 통해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그러나 직접 조사에 비해 가지는 결점도 있다. 제보자는 문자를 읽을 수 있어야 하며, 따라서 글을 모르는 제보자의 생생한 방언은 놓칠 우려가 있다. 또한 조사 질문자의 의도가 온전히 전달되지 못해 적확하지 않은 답을 낳을 수 있으며, 문자로 응답하기 때문에 음성적 측면에서 정확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방언>에서는 한 질문에 여러 명의 제보자를 참여하게 하고(여러 명의 중‧고교 학생들을 한 조로 하여 하나의 질문에 응답하게 함), 같은 취지의 문항수를 많이 하여 오류를 줄이고자 하였다. 더불어 질문의 의도를 조사 협조자인 국어과 교사에게 알려 조사가 목적대로 진행될 수 있게끔 하였다.
-음운
‘음운’ 편의 조사 목적은 김영송(1960:57-59)에서 명시하듯 경남방언의 지역별 음운체계를 기술하고 ‘등운선(等韻線)’ 혹은 ‘음운경계선’을 포함한 ‘음운 지도’를 그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 아래, 음운 목록 작성과 관련한 ‘ㅡ:ㅓ’의 대립 여부, ‘ㅔ:ㅐ’의 대립 여부, ‘ㅚ’의 실현 양상, j계·w계 이중모음의 실현 양상, ‘ㅅ:ㅆ’의 대립 여부 등의 지리적 분화 양상을 보이었다. 또한 최종적으로는 이를 근거로 하여 경남방언을 2개의 하위 방언권, 즉 동부방언(‘A방언권’)과 서부방언(‘B방언권’)으로 대별하고 그에 따른 ‘방언권도(方言圈圖)’를 제시하였다. 이는 경남방언에 대한 최초의 방언구획이다. 또한 김영송(1963:967)이 스스로 밝히는 것처럼, 그 이전에 경남방언을 “‘으’와 ‘어’의 구별이 없다”, “‘에’와 ‘애’를 잘 가리지 못한다” 등의 단순한 진술로 부정확하게 기술하는 데서 벗어나, 음소체계의 차이를 고려해 경남방언의 분화를 포착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 어법
나진석이 저술한 ‘서언’이나 ‘어법’의 ‘일러두기’에서는 방언 문법 기술에 있어 문법체계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만 문법의 범위는 워낙 방대할 뿐만 아니라 이 글이 실린 곳이 도(道)에서 편찬한 도지이기에, 경남방언을 수집하고 기술함에 있어 표준어와의 대비를 강조하였다. 그 결과 방언적 특색이 가장 많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는 시상법, 의문법, 경어법이 실현된 활용어미와 격조사 등을 조사하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주제들은 일제시기 小倉進平 등에 의해 연구되었던 것들이지만, 나진석은 이들 문법형태소의 기능과 의미를 논의하고 분석 및 결합을 확인함으로써 공시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을 견지하려 하였다는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 어휘
<방언>이 쓰일 즈음의 시기에는 방언 어휘를 체계적으로 기술하기보다는 이전 시대에 역사언어학 아래에서 각광을 받았던 음운사적 주제를 경남방언의 어휘를 통해 살펴보는 데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 <방언>의 ‘어휘’ 편도 대체로 그러한데, 조사한 어휘를 ‘고어직계어휘(古語直系語彙), 순음 아래 “ᄋᆞ”음(古語)의 “오”음화, ㅂ·ㅸ음계어, ㅿ·ㅅ음계어, 구개음화, 움라우트, 말음 탈락’ 등의 몇 가지 항으로 분류하고, 각 항에 조선 초기 문헌자료와 음운론적 설명 등을 덧붙여 어휘의 형태를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을 통해 “경남방언이 국어 문헌상의 최고어인 이조 초기어(15세기)보다 더욱 오랜 옛 고어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언어 사실”을 밝히고자 하였다(김영신 196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