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북한 사회의 공식적 문화정전(文化正典)인 ‘총서 <불멸의 력사>’(해방 전편 17권, 해방 후편 15권, 이하 ‘총서’로 약칭함)의 해제와 관련 자료를 통합하는 DB 구축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철학, 문학예술 등의 전체 조감도를 마련하고, 학제 ...
본 연구는 북한 사회의 공식적 문화정전(文化正典)인 ‘총서 <불멸의 력사>’(해방 전편 17권, 해방 후편 15권, 이하 ‘총서’로 약칭함)의 해제와 관련 자료를 통합하는 DB 구축을 통해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철학, 문학예술 등의 전체 조감도를 마련하고, 학제 간 연구를 위한 기초학술자료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
‘총서’의 해제, 관련 자료의 통합 DB화는 김일성과 항일 유격대를 국가 신화로 만든 특정한 시대의 이념을 규명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김정일의 우상화 작업의 일환인 ‘총서 <불멸의 향도>’와 중첩되고 구별되는 지점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반드시 고찰해야 할 기초 작업이다. 지금까지 남한에서는 이들 ‘총서’를 김일성 부자의 우상화와 주체사상을 교화하는 문학 수단이자 전기 정도로 이해해 왔다. 그 결과 정치학이나 사회학에서 총서 관련 연구는 김일성의 우상화나 북한 사회의 작동 원리를 규명하는 데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체제의 언어로 역사를 담론화한 ‘총서’의 특성은 국가와 이념을 수령 중심의 사회로 재편하며 모든 공적 기억과 공적 의례를 수행하는 문화적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총서’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총서’는 김일성의 가계와 항일 유격대를 중심으로 “혁명발전의 중요단계들을 전형화하는 방법”으로 기술된 ‘소설 양식을 빌린 이야기된 역사’이다. 이들 텍스트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4․15문학창작단’ 소속 작가들이 국가주의에 입각하여 창작한 산물로, ‘수령’을 정점으로 삼는 ‘국가 이야기(Nation Narrative)’인 셈이다. ‘총서’는 문학적 서사를 십분 활용하고 있으나 그 문화적 파급 효과는 문학의 영역을 넘어 정치, 이념, 사회, 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김일성을 공산주의 인간상의 전형으로 그려내는 과정에서 그의 인품과 지도자의 덕성, 지도의 내용들이 당대의 정치, 문화적 현실과 맞물려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게다가 김일성의 이러한 ‘수령형상’은 당의 정책과 이념을 교시하는 현실 정치 및 문학과 문화의 장에 전유․적용된다. 예를 들면, 북한의 대표적인 문학잡지의 하나인 ‘조선작가동맹’의 기관지 <조선문학>이나 북한 문학사에 등장하는 김일성의 수령 교시는 대부분 <김일성 저작집>이나 ‘총서’의 내용에 근거해 있다. 이렇게 보면 ‘총서’는 수령 교시의 원전으로서 북한 사회에 공산주의 인간학의 요체이자 정치, 이념, 사상, 문학, 문화 전반을 망라하는 대표적 문화정전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그러나 총서는 보통 2~4회 개작 또는 전면 개정을 거쳐 ‘총서’의 개별 텍스트로 확정되는 복잡한 절차를 가지고 있어서 반드시 원본에 대한 면밀한 독해과정을 거쳐야 한다.
본 연구는 2년에 걸쳐 북한의 ‘문화정전’인 ‘총서’ 총 32권에 대한 해제 및 분류와 <‘총서’ 용어 사전>과 <총서 해제집>의 간행 그리고 본문 DB 및 ‘역사․철학용어 DB, 일상용어 DB, 인명 DB, 기사 DB’ 등 통합 DB를 구축하는 작업은 북한 사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수령형상문학’이 지니는 의의를 점검하는 한편, 남북 간에 조성된 이질성과 거부감을 완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김일성의 업적을 기술한 ‘총서’에 대한 해제와 DB 구축은 정치학, 언어학, 역사학, 철학, 문학 등 파편적으로 진행되는 북한 연구 작업에 학제간 연구를 가능케 하는 질료적 토대가 될 것이다. 남북 간의 다양한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적 교류가 점차적으로 빈번해지고 있는 지금, 북한의 ‘문화정전’인 ‘총서’를 통해 북한 사회에 대한 구체적․실질적 인식을 확보하는 것은 남북의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