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문학은 문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자 사회 현상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베스트셀러문학에 대한 연구는 주로 출판․경제 분야에 집중되어왔었다. 본 연구는 다섯 가지 구체적인 연구 목적을 설정하였다. 첫째 베스트셀러 ...
베스트셀러문학은 문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자 사회 현상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베스트셀러문학에 대한 연구는 주로 출판․경제 분야에 집중되어왔었다. 본 연구는 다섯 가지 구체적인 연구 목적을 설정하였다. 첫째 베스트셀러 자료를 정리․선별하여 특징을 구체적으로 체계화하고, 둘째 독자의 특성과 욕구를 분석하며, 셋째 베스트셀러문학이 어떤 사회사적 변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가를 밝히고, 넷째 베스트셀러의 문학적 가치를 규명하고, 다섯째 작가 중심의 문학사에서 벗어나 독자를 중심으로 하는 문학사 서술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소설의 경우, 1930년대에는 근대적인 출판문화가 활성화되어 베스트셀러소설들이 출간되었다. 이 시기의 특징은 본격 연애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사랑』과 『순애보』등의 소설에는 숭고한 여성인물과 이상적인 남성인물을 중심으로 한 ‘불변의 사랑’ 또는 ‘지고지순의 사랑’이 강조되어 있다. 『찔레꽃』과 『순정해협』등의 소설에는 근대 자본화를 대표하는 부와 자본에 대한 선망과 비판이라는 이중적 가치관이 나타나 있다.
1970년대 출판 상황은 산업화에 힘입어 대중화․상업화되면서 독서시장이 질적 양적으로 확대되었다. 『별들의 고향』은 ‘왜곡된 여성상’을 창조하여 남성 지배 가치관과 남성 주체성을 공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겨울여자』는 소비적 성담론을 통해, 기존 지배체제와 도덕적 엄숙주의를 거부하는 ‘저항적 즐거움’으로 대리체험의 즐거움을 독자에게 주었다. 『영자의 전성시대』는 뿌리 뽑힌 자들의 밑바닥 삶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그러나 70년대 소비적 사랑을 다룬 베스트셀러소설은 상업주의소설로 전락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1980~1990년대 베스트셀러 소설에서는 ‘아버지’ 담론에 주목하였다. 황석영, 이동철, 김홍신, 조정래, 이태의 소설 등 암울한 시대를 고발하는 1980년대 소설에는 억압적인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비판과 저항이 전면에 드러나 있다. 박완서, 양귀자, 공지영, 김하인의 소설이 베스트셀러 소설로 등장했던 1990년대는 ‘아버지 부재의 시대’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 때문에 오히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나 향수가 일어나기도 했다. 김진명, 이인화, 김정현, 조창인의 소설이 바로 그런 역반영 혹은 반작용을 대표하는 소설들이다.
시의 경우, 1960년대 김수영은 반동적인 부정의 어법, 일상어가 시가 되는 경지, 새롭고 낯선 현학적 시의 풍경으로 지적으로 성장해온 독자층의 호응을 받았다. 신동엽의 시는 민중적 자기 긍정을 확신하는 소박하고 단단한 의지로 독자들에게 낙관적인 믿음을 주었다. 1970년대 김지하의 <오적>은 부정부패 세력을 호통치는 호쾌하고 질펀한 어법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1970년대 후반,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30년여 만에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어 최근까지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80~1990년대는 출판과 독서시장에서 자본주의적 유통구조가 지배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시들이 주류를 이루어 이해인, 서정윤, 도종환, 김초혜, 이정하, 원태연, 류시화, 최영미의 시집이 큰 인기를 얻었다 1980년대 지배이데올로기의 허위의식은 사회변혁의 대항 가치로서 ‘순정한 사랑’을 내세워 대중의 내적 공허감과 그에 대한 충족욕구를 자극하게 되어, 그 대중적 욕망의 분출이 위와 같은 베스트셀러 현상을 낳았다. 1990년대에는 후기 자본주의적 경제체제와 맞물리면서 독자층의 분화와 ‘기획된 사랑’을 매개로 하여 1980년대의 대중성이 급격히 ‘통속화’ 되어가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결과 활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독자욕망 및 독서심리의 문학사를 새로 서술할 수 있다. 둘째, 대중성과 예술성, 교과서적 명작과 실재 베스트셀러의 괴리, 대중매체와 문학의 상호관계, 작가층의 해체와 인터넷소설 등과 같은 미개발 영역의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셋째, 베스트셀러문학을 중심으로 학제간 연구를 시도할 수 있다. 넷째, 장르론적 연구의 연계성 및 베스트셀러 외국문학 현상과의 비교문학적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다섯째, 문학교육과의 연계를 모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