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음용수에의 오염을 통해 인체에 노출되는 비소는 다양한 생체 내 효과를 유발하여,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음용수 중의 비소 오염과 그로 인한 여러 질환의 발병은 대만, 인도, 방글라데시 및 아르헨티나, 미국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미국 환 ...
주로 음용수에의 오염을 통해 인체에 노출되는 비소는 다양한 생체 내 효과를 유발하여,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음용수 중의 비소 오염과 그로 인한 여러 질환의 발병은 대만, 인도, 방글라데시 및 아르헨티나, 미국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미국 환경부와 세계 보건 기구 등에서 음용수 중 비소를 10 ppb 이하로 규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우리 나라의 규제치는 50 ppb로 규정되어 있으며, 비소 오염 실태 및 그 영향에 대한 연구가 미미한 실정이다. 만성적인 비소의 노출이 유발하는 생체 내 효과는 매우 다양하지만, 특히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 (cardiovascular disease; CVD)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많은 역학 조사에서 보고되고 있다. 만성적인 비소의 노출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기전에 대해서는 혈관 내피 세포와 평활근 세포, 그리고 혈소판 등을 대상으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명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혈전 생성 및 다양한 심혈관 질환의 발병에 기여하는 혈소판을 대상으로 하여 비소가 혈소판과 인접 조직과의 상호 작용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함으로써, 만성적인 비소 노출 집단에서 발견되는 심혈관 질환 발병의 한 원인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혈소판과 인접 조직과의 상호 작용은 효율적인 혈액 응고에 기여하는 혈소판의 혈액 응고 촉진 활성 (procoagulant activity)과, 부착 단백 발현 (adhesion molecule expression)을 통한 혈소판-혈관 내피 세포 부착의 두 측면에서 연구되었다. 정상 상태에서 세포막 안쪽에 존재하는 phosphatidylserine (PS)은 혈소판 활성화 시에 세포막 바깥쪽으로 노출되며, 노출된 PS는 coagulation cascade 중의 tenase complex와 prothrombinase complex의 반응 장소를 제공하여, 혈액 응고계의 최종 산물인 thrombin의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효율적인 혈액 응고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혈소판 활성화 시에 생성, 분비되는 직경 1 m 이하의 microparticle (MP)은 혈소판 세포막의 변형을 초래하여 PS 노출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그 외부에 직접 PS를 노출시키고 있어 혈류 내에서의 혈액 응고를 촉진할 수 있다. 이렇듯, 혈소판의 PS 및 MP를 매개로 하여 혈액 응고계의 효율적인 활성화가 촉진되는데, 이를 혈소판의 혈액 응고 촉진 활성이라 한다. 또한, 혈소판은 혈액 내 세포 및 혈관계의 혈관 내피 세포와 작용함으로써 혈전 생성능을 증가시킬 수 있다. 혈소판과 인접 조직과의 이러한 부착 작용은 혈소판 표면으로 발현된 부착 단백 (adhesion molecule)에 의해 매개되며, 대표적인 부착 단백으로는 glycoprotein (GP) Ib/IX/V, GP IIb/IIIa, P-selectin 등이 있다. 이들의 발현 정도가 변화되어 혈소판과 인접 세포와의 부착이 유발되며, 특히 GP IIb/IIIa를 매개로 한 혈소판과 혈관 내피 세포와의 부착은 효율적인 지혈 과정에 참여함이 알려져 있다.
분리된 사람의 혈소판에 무기 비소 (arsenite; AsIII)를 노출시킨 후, 생체 내 혈소판 활성 물질인 thrombin을 가하여 혈소판 활성화를 유도하였다. Arsenite는 세포 외막으로의 PS 노출 및 혈소판 유래의 MP 생성을 촉진시킴으로써, 농도 및 시간 의존적으로 혈소판의 혈액 응고 촉진 활성을 유도하였다. 비소의 효과는 세포 내 calcium 증가와 calcium 의존적 단백 효소인 calpain의 활성화에 의해 매개되었으며, 세포막 비대칭성을 조절하는 주요 효소인 flippase 또한 비소 처리에 의해 억제되었다. 혈액 응고계에 대한 혈소판의 작용과 더불어 혈소판의 부착 단백 발현에 주는 비소의 영향을 확인한 결과, 비소의 노출은 혈소판의 부착 단백인 GP Ib/IX/V, GP IIb/IIIa, 그리고 P-selectin의 세포막 발현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in vitro 효과는 음용수 중 비소 노출과 복강 내 비소 투여를 통한 in vivo 동물 실험에서도 확인되어, 비소 노출에 의해 혈소판의 PS 노출 및 부착 단백 발현이 증폭되었다. 결론적으로, 비소 노출은 혈소판의 PS 노출과 MP 생성을 매개로 혈소판의 혈액 응고 촉진 작용을 증폭시켜 효율적인 혈액 응고를 유도하며, 부착 단백 발현을 조절하였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종합하여 볼 때, 본 연구의 밝힌 비소에 의한 혈소판의 혈액 응고 촉진 활성 및 부착 단백 발현 조절을 통한 혈소판과 인접 조직과의 상호 작용 증가는 만성적인 비소 노출 집단에서 보고되는 심혈관 질환 (CVD)의 한 가지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