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지역성을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으로 접근하여, 일본사회적 맥락 속에서 지역이 스스로 지역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분석하고, 관광지 지역성이 재구성되는 보편적인 프로세스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관광은 세상을 평가하는 마음 속의 지리를 만드 ...
이 연구는 지역성을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으로 접근하여, 일본사회적 맥락 속에서 지역이 스스로 지역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분석하고, 관광지 지역성이 재구성되는 보편적인 프로세스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관광은 세상을 평가하는 마음 속의 지리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들은 지역으로부터 의미를 획득하고 정체성을 정의하기 때문에 지역성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관광은 보편적인 지역개발 수단으로 자리잡았으며, 경제적 영역을 넘어서 고유한 지역인식을 만드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런데 지역성은 중립적이거나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타협되고 새롭게 구성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광지는 어떻게 스스로의 지역성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지역성이 재구성되는 과정에는 어떤 프로세스가 작동하고 있는가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는 먼저 지역성을 접근하는 적합한 방법을 도출하고, 관광에서 지역성의 문제가 중요하게 제기되어 온 일본사회적 맥락을 파악하였다. 그리고 사례지역에 대한 민족지적(ethnographic) 연구를 통해, 실천적 영역으로 구성되는 지역성 재구성의 ‘외적 프로세스’와 지역성이 재발견되고 거부되고 정당화되고 받아들여지는 역사적•경제적•정치적•사회적 맥락인 ‘내적 프로세스’를 밝히고자 하였다. 사례지역으로는 일본 홋카이도의 오타루시(小樽市), 시라오이쵸(白老町), 왓카나이시(稚内市)를 선정하였다.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성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용하다. 공간의 사회적 구성론은 지역을 ‘과정’으로 파악하고자 하며, 정치적•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성되어 온 역사적 산물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우리의 상상의 지리가 어떻게 누구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고 변화되어 온 것인가에 대한 유용한 연구관점을 제공한다.
둘째, 일본의 지역개발에서는 ‘지역다움’이 주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에는 국가정체성과 지역정체성이라는 스케일에 따른 시선이 경합하고 있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고향(ふるさと)’이 시대적 담론으로 등장하였는데, 1990년대 이후에는 새로운 과제가 제기되면서, ‘고향’에서 ‘지역다움’으로 관광정책의 강조점이 전환된다.
셋째, 연구지역에서 문화관광은 지역성과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전개되고 있는데, 이는 관광이 지역정체성을 계획•협상하는 ‘지방성의 실천’의 장임을 보여준다.
넷째, 역학관계 속에서 재해석된 지역성이 정당화되고 수정되는 내적 프로세스는 기억의 선택, 정치적 기회, 경제적 동기, 사회적 신념, 관광객의 시선의 다섯 가지 핵심 프로세스로 구성된다.
다섯째, 관광지 지역성 재구성 과정은 ‘재해석 단계’, ‘제도화 단계’, ‘재인식 단계’로 나뉜다. 재해석 단계는 지역에 ‘차이’를 부여하는 단계로, 시대적 전환에 따른 ‘사회적 신념’이 중요하게 작동하여, 상징적 투쟁이 일어나는 정체성의 정치가 출현한다. 제도화 단계는 지역미래상이 실행되는 단계로, 재해석된 지역성이 가시화되고 제도적으로 정착된다. 이 과정에는 다섯 가지 프로세스 중 ‘경제적 동기’가 가장 중요하게 작동한다. 재인식 단계는 관광경험을 통해 지역성이 재인식되고, 구성된 진정성 또는 정통성을 획득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지역주민은 지역성을 ‘내면화’하게 되는데, 이에는 지역의 영토서사를 만드는 ‘기억의 선택’ 프로세스가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다. 또한, 지역외부에서는 ‘관광객의 시선’ 속에서 지속적으로 경험되면서, 지역성은 진정성을 획득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문화관광은 지역성과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일본 지방도시에서 관광은 일본의 정치•사회적 맥락 속에서 집단간 역학관계에 따라 지역정체성을 계획•협상하는 ‘지방성 실천의 장’이 되고 있다. 지역성은 사회적 신념에 의해 제기된 정체성의 정치로 새롭게 재해석되며, 정치적•경제적 동기로 의미가 수정되고 타협되면서 제도화되고, 기억의 선택과 관광객의 시선을 통해 ‘구성된 진정성’으로 확립되면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