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캄보디아의 민주화 이후에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정당정치의 특성을 1993년, 1998년, 2003년의 의회선거를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이를 위해서 민주화 이후 정당정치를 안정성, 경쟁성, 대표성, 통치성의 측면에서 각각 그 특성과 변화 양상을 분석하고 정당정치 ...
본 논문은 캄보디아의 민주화 이후에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정당정치의 특성을 1993년, 1998년, 2003년의 의회선거를 중심으로 연구하였다. 이를 위해서 민주화 이후 정당정치를 안정성, 경쟁성, 대표성, 통치성의 측면에서 각각 그 특성과 변화 양상을 분석하고 정당정치의 발전단계를 평가하였다. 또한 정당정치의 안정성과 경쟁성을 중심으로 향후 정당정치의 발전경로를 전망하고, 정당정치의 대표성과 통치성을 중심으로 캄보디아 대의제민주주의의 의미와 장래에 대해 고찰하였다.
우선 정당정치의 4가지 측면을 평가하기 위해서 정당다원주의를 채택한 이후 실시되었던 3회의 의회선거를 다양한 평가기준들 및 평가대상을 통하여 비교분석하였다. 안정성은 정당체계의 수준에서 유효정당수, 선거진동성, 적실성 있는 정당의 수를 평가지표로 삼았고 개별정당의 수준에서는 정당의 역사, 규모, 파편화가능성, 제도화수준 등을 지표로 평가하였다. 경쟁성은 선거과정에서의 자유의 수준, 선거제도의 공정성을 기준으로 하여 정당 간 상호작용의 패턴을 평가하였다. 특히 선거제도의 공정성은 선거제도의 지속성, 중립성, 그리고 비례성으로 나누어 평가하였다. 대표성은 정당과 사회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하여 캄보디아의 사회구조적 특성, 후견인주의 정치문화, 그리고 사회와 국가의 관계 등을 주로 분석하였다. 통치성은 의회를 구성한 정당의 통치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정당과 의회의 관계, 정부형태와 의회제도, 연립정부의 정치적 안정과 의회정치의 관계, 의회 내 정당 간의 합의력, 그리고 의회의 대행정부 견제력 등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았다.
한편 안정성, 경쟁성, 대표성, 통치성의 발전단계는 전반적인 정당정치의 특성을 형성하는데 상호작용하여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아직은 캄보디아 정당정치의 특성을 정교하게 유형화하기는 어려웠다. 정당다원주의에 기반한 의회 선거 경험이 3회에 걸쳐 10여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정치의 4가지 측면에서 분석된 내용을 토대로 하여 향후 정당정치의 발전경로를 전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선 안정성과 경쟁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보면, 정당다원주의 이후 정당정치의 발전경로를 크게는 3가지로 전망할 수 있다. 경쟁성과 안정성이 모두 높아진다면 ‘정당다원주의의 안정화 추세’, 경쟁성은 높아지고 안정성이 낮아진다면 ‘불안정한 정당다원주의 추세’, 그리고 경쟁성은 낮아지지만 안정성이 높아진다면 ‘정당다원주의의 약화추세’를 나타낼 것이다. 한편 대표성과 통치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여 대의제민주주의의 발전방향을 3가지로 전망할 수 있다. 대표성과 통치성이 모두 높아진다면 ‘대의제민주주의의 안정화 추세’, 대표성은 높아지고 안정성이 낮아진다면 ‘대의제민주주의 불안정 추세’, 그리고 대표성은 낮아지지만 통치성이 높아진다면 ‘대의제민주주의 왜곡 추세’를 나타낼 것이다.
이러한 분석틀에 기반하여 연구한 결과, 안정성은 민주화 이후 3회의 의회선거를 통해 3당 체계가 형성되고 집권당이 보다 강화되어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었다. 경쟁성은 정당 간의 물리적 억압의 수준이 급격히 낮아졌으나, 실질적으로는 다른 방식의 억압과 제도적 불공정성이 지속되어 전반적인 경쟁성의 수준은 높아지지 않았다. 이러한 안정성과 경쟁성의 관계를 함께 고려한 결과, 민주화 이후 정당정치는 ‘정당다원주의가 약화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되었다.
한편 대표성은 사회의 미분화, 사회와 정당이 연계되는 방식의 비민주성, 강한국가-약한 사회의 전통이 지속되어 그 수준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치성은 정당을 기반으로 구성된 연립정부가 선거 직후에는 정당 간 대립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었으나, 연립정부 구성 이후에는 정부와 의회가 모두 통치의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러한 대표성과 통치성의 관계를 함께 고려한 결과 민주화 이후 정당정치가 ‘대의제 민주주의의 왜곡’을 초래하는 경향을 보여 주었다.
본 연구는 민주화 이후 지난 13년 동안 캄보디아의 정당정치가 ‘정당다원주의의 약화’ 추세에 있으며, ‘왜곡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적 평가에는 몇 가지의 유보적인 조건이 내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개별정당의 당내민주화 수준, 국제적으로 연대한 시민사회운동의 확대, 그리고 정당 간 유동적인 공조체제 전략 등은 향후 캄보디아 정당정치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앞으로 이러한 긍정적, 부정적인 잠재 요인들이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어 캄보디아 정당정치에 영향을 끼치느냐에 따라 캄보디아의 민주주의 발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