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첫째, 기존의 내러티브 논의의 성과 분석에서 출발하여 아직 충분하게 해명되지 않은 역사 내러티브의 특성을 좀 더 명료하게 제시하고자 하였다. 왜냐하면 내러티브에 관한 기존의 성과를 그대로 받아들인 ...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첫째, 기존의 내러티브 논의의 성과 분석에서 출발하여 아직 충분하게 해명되지 않은 역사 내러티브의 특성을 좀 더 명료하게 제시하고자 하였다. 왜냐하면 내러티브에 관한 기존의 성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문학 내러티브와 역사 내러티브 간의 차이를 예리하게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연성 대 사실성, 상상력 대 경험의 대립구도만 강조한다면, 역사학의 과학화를 기치로 내걸었던 19세기 역사가들의 인식을 또 다시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르게 본 연구에서는 역사 내러티브의 궁극적 특징이 시간과 변화에 대한 감각에 있음을 논증하려 한다. 둘째, 역사학의 과학성을 둘러싸고 197,80년대까지 전개되었던 논쟁의 성과들을 활용하여 역사 내러티브의 유형과 구조를 탐색하고자 한다. 내러티브에 대한 요청을 규범적 해석에 대한 반발로만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19세기 이전 역사학으로의 회귀를 의미할 뿐이다. 역사학에서 내러티브 논의의 핵심은 단순히 이야기로의 회귀가 아니라, 구조 속에서 행위주체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다각적 규명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역사 내러티브에 대한 해명은 구조와 법칙성에 대한 규범적 설명까지 포함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규범적 설명, 내러티브적 설명, 의도적 설명의 세 모델을 충분히 고려하는 가운데, 이 세 모델이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 내러티브를 구성하는지 해명하고자 한다. 셋째,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역사교육에서 내러티브가 좀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요컨대 본 연구는 교과특정 인지발달 연구 성과에서 출발하여, 연령대별로 다른 역사 내러티브의 모형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이론적 근거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기대효과
이 연구의 기대효과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최근 인문사회과학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내러티브 연구를 심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제까지 역사학 분야에서 내러티브 논의는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문학, 철학, 교육학의 성과를 요약 반복하 ...
이 연구의 기대효과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최근 인문사회과학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내러티브 연구를 심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제까지 역사학 분야에서 내러티브 논의는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문학, 철학, 교육학의 성과를 요약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가장 주된 원인은 역사 내러티브의 특성을 규명하기 보다는 내러티브가 역사연구와 서술, 그리고 역사교육에서 차지하는 효용에 관심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역사 내러티브의 구조와 특성을 규명하는 시도를 통해, 이 문제에 관한 학계의 관심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자극할 것이다. 둘째, 역사서술을 내재적 원칙과 특성에 맞게 분석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함으로써, 사학사 연구에 기여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사학사 연구가 이론과 방법, 핵심적인 주장을 포괄하는 의미에서 내용(contents) 분석에 주력해왔다면, 본 연구는 그러한 내용을 표출하는 형식(form)에 유의함으로써, 내용 연구와 형식 연구 간의 연계를 도모하였다. 이러한 방식의 연구는 대표적인 역사서술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할 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인지능력과 연령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역사교육을 시도하는 데 필요한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그리하여 내러티브라는 이름 아래 단순히 이야기식 수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파악과 행위주체의 의도에 대한 이해를 학생들이 도모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인지발달 능력과 관심에 부응하는 다양한 역사서술 모델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연구요약
1970년대 후반 영국의 역사가 Lawrence Stone이 내러티브의 부활을 요청한지 40년이 경과한 지금, 내러티브에 관한 인문학의 기대는 자못 크다. 이에 비례하여 역사학과 역사교육 분야에서도 내러티브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국내 ...
1970년대 후반 영국의 역사가 Lawrence Stone이 내러티브의 부활을 요청한지 40년이 경과한 지금, 내러티브에 관한 인문학의 기대는 자못 크다. 이에 비례하여 역사학과 역사교육 분야에서도 내러티브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국내외 역사학과 역사교육 연구의 주 관심은 철학, 문학, 교육학 분야의 성과에 의거하여 내러티브의 특징, 기대효과,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국한되어 왔다. 요컨대 이제까지의 연구 성과는 내러티브 일반에 관한 논의를 넘어 ‘도대체 역사 내러티브가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충분히 해명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점을 해명하는 데 집중하였다. 첫째, 문학 내러티브로 대표되는 내러티브 일반과 구분되는 역사 내러티브의 고유한 특성은 무엇인가? 둘째, 그 특성은 역사 내러티브의 위계와 구조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첫 번째 문제에 관해 본 논문에서는 역사 내러티브의 핵심적 특성을 시간에 관한 의식과 감각에서 찾았다. 역사 내러티브의 특징은 종래에 강조되어 왔던 것처럼 사실성에 대한 천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대해 회고하고 미래에 대해 전망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기준으로 이미 발생한 변화의 폭과 속도, 그 영향과 의미를 매우 예민하게 포착하게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혁명과 반동, 진보와 퇴보, 발전과 정체 같은 역사적 개념은 정보와 정보, 언술과 언술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해석의 틀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가치 개념인 동시에 고도의 규범적 시간 개념이다. 두 번째 문제에 관해 본 연구는 지난 반세기 간 진행되어 온 이론적 논쟁의 성과에 입각하여 역사 내러티브가 세 가지 유형의 설명모델을 구성된다는 전제에서 해명을 시작한다. 여기에는 규범적 설명(normative explanation), 내러티브적 설명(narrative explanation), 의도적 설명(intentional explanation)이 포함된다. 주어진 조건이 같다면 결과도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규범적 설명의 효용은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에 비해 역사학에서는 제한적이지만, 구조 연구에서는 필수 불가결하다. 내러티브적 설명은 비교되는 특정 시점(時點)들 사이에 일어난 변화의 폭과 정도에 주목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의도적 설명은 개인의 독특성의 산물로만 간주되어왔던 행위주체의 의도를 행위의 목표, 상황판단, 적절한 수단의 선택과 연결시킴으로써 어느 정도 합리적 설명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랑케 이후 역사학에서 전통적으로 중심되어 왔다. 이러한 세 개의 설명모델은 각각 거시적 역사(macrohistory), 중간 수준의 역사(mesohistory), 미시적 역사(microhistory)를 재현할 때 강점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근대 역사학의 주요 저작들을 분석할 때만이 아니라, 지적 수준과 연령대에 맞게 역사교육을 설계할 때도 이 세 개의 설명모델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